성장의 세 가지 모습
지난주 슈퍼밴드 2에서 최종 우승자가 가려졌습니다. 최종 결선에 진출한 6개 팀 중 크랙실버가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본방 사수까지는 못 했지만, 꾸준히 방송을 챙겨봤습니다. 방송에서 듣기 힘든 밴드 음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선을 통해 역량이 검증된 연주자, 보컬, 프로듀서들이 라운드마다 새롭게 팀을 꾸려 경연을 했습니다. 매번 달라지는 조합으로 어떤 새로운 무대를 만들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지켜봤습니다. 마음이 맞는 팀원들을 찾고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슈퍼밴드 2에는 황린, 전성배, 황인규, 김예지, 박다울, 양장세민, 김한겸, 장석훈, 조기훈, 김준서, 기탁, 변정호, 김슬옹, 임윤성, 린지, 정나영, 은아경, 황현조, 제이유나, 장하은, 정민혁, 김진산, 윌리 K, 빈센트, 대니 리, 싸이언, 오은철 등 대단한 실력자들이 많이 참가했습니다.
대단한 실력자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기억에 남는 참가자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김예지, 크랙샷(윌리 K, 빈센트, 대니 리, 싸이언) 그리고 박다울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그들이 눈에 띄고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1년 전 Voice of Korea에서 선보인 김예지의 첫 무대는 충격이었습니다. 노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소개가 무색할 만큼 김예지는 노래를 잘했습니다. 그녀가 '골목길'의 첫 소절을 부를 때 이미 Voice of Korea에서 우승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노래에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습니다. 오디션에 참가자들만 봐도 일정 수준을 넘긴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갖춘 기존 가수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잘하는 것만으로 사랑받는 가수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노래 실력 못지않게 타고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색을 가진 사람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데 유리합니다. Voice of Korea에 참가했을 당시에도 김예지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음색을 가진 가수였습니다. 하지만, 개성 있는 음색만 가지고 살아남을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노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롱런할 수 없습니다.
김예지를 검색하면 홍대 거리 노래방에서 '휘파람'을 부르는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Voice of Korea 영상들을 보면 홍대 거리 노래방 시절의 김예지는 아마추어였습니다.
그런데, Voice of Korea에 출연했을 당시만 해도 선곡에 따라 편차가 컸습니다. 어떤 곡은 소름 끼칠 만큼 잘 불렀고 어떤 곡은 자신의 음색을 잘 살리지 못해 평범했습니다. 목 관리를 제대로 못 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매력적인 음색을 가졌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슈퍼밴드 2에서 김예지는 다양한 장르를 본인만의 색깔로 만들었습니다. 어떤 밴드와 공연을 해도 잘 어울렸고 그녀의 존재감이 빛났습니다. 1년 전 Voice of Korea에 머물지 않고 성장했습니다. 타고난 음색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재능에 노력을 더해 완성형이 됐습니다.
메탈이라는 한 우물만 판 크랙샷에 눈길이 갔습니다. 사실 TV 프로그램에서 메탈을 접하기 어렵습니다. 간혹 록 발라드로 인기를 끈 그룹들이 존재했지만, 그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TV 프로그램에서 접하기 어렵다는 것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메탈 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롭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꿋꿋이 한 우물을 파고 있는 크랙샷 멤버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크랙샷에 오은철이 가세한 크랙실버가 슈퍼밴드 2에서 우승함으로써 메탈의 대중화를 조금이나마 기대해볼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예선 및 본선 무대에서 선보인 '난 괜찮아', '달의 몰락' (이상 크랙샷), 'Oops! I Did It Again', 'Fire'(이상 오랙샷), 'Home Sweet Home'(크랙실버)은 모두 다른 장르의 곡이었습니다. 크랙샷(오랙샷, 크랙실버)은 전혀 다른 장르의 곡들을 메탈로 편곡해 연주하고 불렀습니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멋진 연주였습니다. 메탈로 한 우물을 판 내공이 엿보인 대목입니다.
특히 보컬인 빈센트는 과거 보컬로서 부족하다는 주변의 부정적인 평가받았습니다. 주변 평가로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슈퍼밴드에서 최고의 보컬 중 하나가 됐습니다. 'Oops! I Did It Again'에서 윤종신 심사위원은 빈센트를 향해 '이 사람 연기자구나!, 엄청난 퍼포머구나'. 유희열 심사위원은 '저런 보컬이 우리나라에 있나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빈센트에게도 적용된 겁니다.
지금은 실력이 부족해도 그 부족을 채워나가려고 노력했던 빈센트, 어렵고 힘들어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크랙샷.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판 결과 슈퍼밴드 2에서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국악기 최초 슈퍼밴드 본선 진출자 박다울은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예선전에서 거문고 혹은 국악기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완전히 깼습니다. 박다울은 대한민국의 전통악기지만 사람들에게는 낯선 거문고라는 악기로 연주를 넘어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거문고로 다양한 사운드와 리듬으로 국악기의 새로움을 선사했습니다. 거문고에 루프 스테이션을 사용해 다양한 리듬과 소리를 쌓아갔다. 거문고를 타악기처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2 라운드에서는 거문고 줄을 끊어버리는 더 파격인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박다울은 예선 1, 2라운드에서 전통 악기로 그 누구보다 파격적인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박다울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의 것으로 새로움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아직 박다울은 완성형은 아니었습니다. 국악기만 다룬 그는 서양 화성 이론을 잘 몰라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넘치는 음악적 아이디어를 거문고와 서양 악기로 표현하는데 아직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3라운드에서 이러한 박다울의 부족한 점을 꼬집었습니다. 그 이후 슈퍼밴드 2에서 박다울의 존재감이 줄어들었습니다. 아직 거문고와 서양 악기가 어우러져 최적의 소리를 구현하는 밴드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박다울의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전통 악기의 새로운 변신은 계속될 것입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다른 오디션들보다 다양한 색채의 음악들을 볼 수 있어 좋았던 슈퍼밴드 2 그리고 그 속에서 즐기며 연주하고 노래하는 참가자들 이들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타고났음에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지금은 부족해도 한 우물을 파며 실력을 키우는 모습,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움을 찾는 모습. 이 모든 모습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