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후로 쌩쌩 달리는 자전거가 무서워졌다. 꼬마애들은 앞도 안 본다. 특히 내리막길에서 핸드폰을 하며 쌩 지나갈 때는 화까지 난다. 좀 머리가 큰 아이들은 손 놓고 타는 법을 배우며 재미를 느낀다, 앞도 안쳐다본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자기가 멋있다고 생각하는듯 하다.
부딪히면 뱃속의 반짝이가 많이 아플 상상에 자전거나 오토바이만 보면 무서움을 느낀다.
요즘은 탈수느낌때문에 물을 더더 많이 마신다.
마시는 족족 화장실로 배출되는 것 같다. 어제 밤에도 10번은 화장실에 다녀온듯하다.
그렇게 마셔대도 아침에는 가뭄이 난듯한 목마름과 두통에 시달리며 깬다.
이렇게 물을 많이 마셔대니, 임신하면 피부 좋아지는 사람은 물 많이 마셔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때, 하루에 1.2L인가 2L씩 물마시기를 일주일정도 한 적이 있는데 피부가 투명한 느낌이 들 정도로 깨끗했던 기억이 있다.
그저께인가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16주 이후부터 하라고 되어있는데, 14주차인 내가 일찍 요가를 하게 된 것은 세일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집 근처 요가원은 왠지 못미더워서,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았다.
30강의짜리를 3개월 듣는데 10만원이었다. 팔면 무조건 이익인 강의인데 너무 비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강의 정도는 진행해도 될 것 같아서 들어봤다.
앉아서 몸돌리기 운동을 하고 나니 시원했다. 사실 임산부 요가는 몸통 비틀기 같은 것을 제외하고, 옆구리 늘리기와 골반풀기 정도는 해주는 선인 것 같다.
오랜만에 몸을 풀고 난 이후는 고요한 마음이 생겼다. 수강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아졌다.
하지만 두번째 요가땐 그런 기분을 잘 못느꼈다. 벌써 익숙해졌는지 시원한 강도도 많이 낮아졌다.
흠, 요즘에 자기 전 다리가 답답하다.
대학원생때 이런 증상이 있어서 철분제를 처방받아 먹은 적이 있다.
지금도 철분제를 먹고는 있는데 이게 부족한걸까?
두시간 후:
아.. 철분이 부족하다
회사에 철분제를 가지고올까 하다가 안챙겼는데, 왜 안챙겼나 싶다.
머리가 아파서 휴게실에 잠시 가서 누워있었다.
그런데 배가 이상했다,
우두두두두 1.5초에 한번씩 진동이 있는데 이게 태동인가 싶었다.
긴가민가 하면서 계속 관찰했는데 5분이 안 된 것 같지만 꽤 오래 그랬다고 생각이 되었다.
계속 긴가민가하는데 다음에는 뽀로로로 하는 거품이 올라오는 느낌같기도 하고 작은 파동이 지나간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들었다. 거품같은 느낌은 태동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었다. 환희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형용하기 힘든데, 태동이라고 확신이 드니까 뭔가 빛이 머릿속에서 확 비쳐진 느낌이라고 할까. 기쁜 느낌 같았다.
나는 태동을 벌써부터 느끼면 나머지 임신 기간이 참 힘들것같다며 태동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내가 그걸 실제로 느끼니 신기하게도 감동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배는 한참동안 다른 유형으로 진동했다. 이게 소화되는거랑 다른 진동인게, 소화될때는 꿀럭~ (강함) 꿀럭~ (강함) 이런 느낌이라면 이번에 느낀 진동은 아주 가볍고 빠른 류로, 내가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찰나의 시간에 잠시 스쳐지나가는 느낌으로 느꼈는데, 오늘은 꽤 오랫동안 느껴졌다.
추가)
내 배에 털이 조금씩 생겼다. 까만 털이 눈에 띈다.
이유를 모르겠는 두통이 찾아왔다.
분명 철분제도 많이 먹었고 물도 충분히 먹었는데 머리가 계속 지끈거린다.
잠시 휴게실에 가서 15분 정도 누워있었다. 깜빡 잠들었는데 '아 여기 회사지!!'하면서 그 짧은 시간동안 몇 번 깼다. ('회사라도 좀 더 자...' -> '아 회사지!!!' -> '아.. 좀 더 잔다고 했지..' 레퍼토리)
일어나고 얼마 안 있었을 때는 머리가 좀 지끈거리지 않았는데, 눈뜨고 생활하고 있으니 또 두통이 느껴진다. 왜그런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에 알아낸 충격적인 사실.
컵 용량이 생각보다 작다. 내가 사무실에서 쓰는건 330ml고, 식당에서 500ml 물은 4개의 컵에 나눠 담기더라.. (1개당 고작 125ml?)
물을 많이 마신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1회 양이 적어서 슬펐다.
p.s. 회사에 와서 귤을 까먹는데, 껍질이 이렇게 얇은지 이제 알았다. 평소에는 남편이 까줘서 그런 것도 모르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