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로 회사 곳곳을 팔자걸음으로 휘젓고 다니는 내 꼴이 꼭 회사에 10년은 숙식해온 사람같아 보인다.
임신을 하고 나서부터 내 걸음걸이가 거만해졌다고 느꼈는데,
남편도 그렇게 느꼈는지 언젠가 내 걸음을 보고 웃었다.
내가 '뒤뚱뒤뚱걷는다'고 친구들한테 설명한다고 하니, 그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
뭐라더라.. 까먹었지만 그렇게 귀여운 느낌이 아니라,
깡패이거나.. 술주정뱅이거나.. 그런 류의 인상을 주는 표현이었다.
사실 나도 내 자신이 그렇게 걷는다고 느낀다.
하지만 걷는게 힘든걸,,
임산부들이 걷는 특유의 자세가 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배를 앞으로 내밀고 걷는 느낌이다.
나도 배가 나와보니 그게 일부러 그러는게 아니라 정말 그 자세가 저절로 나오기 때문임을 느꼈다.
나도 임신 초중기부터 그렇게 걸었던 것 같다.
귀찮다
요즘은 귀찮음이 아주 많아졌다.
뭔가를 하고 싶지만 앉아있는 것만 해도 귀찮다. 그냥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그런데 막상 자고 싶지는 않다. 질렸다.
어떤 느낌이냐면,
원하지 않는 싸움을 하는 느낌일 때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기계의 전기를 뺀 것 마냥 갑자기 스위치오프되는 느낌이랄까..
요즘은 화면을 보면 눈도 잘 피로해진다.
눈이 피로해지면 더 피곤함을 느낀다.
확실히 출산 전후휴가가 필요함을 느낀다.
요즘의 나는 0.5kg도 들기 힘들어한다.
정확히는,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을 들으면 배당김을 느낀다.
그래서 굳이 뭔가를 들고싶지 않아한다.
남편은 모른다.
내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며 5권을 들고 있는 것이 배당김이 점점 심해져서
빨리 이거좀 도와서 들어달라고 손짓을 했지만
남편은 천천히 걸어왔다.
그게 참 야속했다.
요즘엔 계단 올라가는 것도 배가 눌리는 느낌, 몸에 무리를 주는 느낌이라서 굳이 계단을 올라가고 싶지는 않다.
(숨이 예전보다 더 빨리 차기는 한데, 이건 그렇게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덩치가 큰 사람이 숨을 더 섹섹거리는 느낌이다.)
그래도 아기가 일주일 정도 크다고 하니, 운동이 필요한 것 같아서 회사 내에서는 계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한 번 올라가기 시작하면 6층을 모두 올라가야..(중간에 멈출 수 없다. 다른 회사라.)해서 끈기와 시간이 필요하다.
아기도 자기 머리가 자꾸 눌리는게 싫었던지, 요즘엔 자꾸 머리를 중간쯤에 놔둔다.
그러면 엉덩이로 내 명치쪽을 누르게 되는데, 그러면 좀 아프다.
무엇보다 남편이 나의 임신기간 힘듦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 (나도 무엇보다 튼튼했던 사람이기에 얼마나 불편해지는지 동감하기 참 어려워하는게 사실이다. 나조차도 사람 몸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 있나 싶다.) 좀 속상했다.
웃긴건, 침대에서 몸을 돌릴때마다 으으 거리는 나를 따라하는 남편의 모습이 생긴 것이다.
나는 정말 몸을 뒤집을 때마다 골반이 아파서 으으 거리는데, 남편도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됐다. 내가 몸 뒤뚱거리며 걷는것도 무의식적으로 따라한다.
몸을 안 뒤집으면 몸 안의 장기들이 다 눌려서 엄청 찌르는듯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자다가도 계속 몸을 돌려줘야한다. 그런데 몸이 너무 뻐근해서 움직일 때 마다 고역이다. (잘못 움직이면 다칠 것 같은 느낌이 나서, 최대한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여야한다)
친구한테 물어보니 출산 3주 정도 전부터 힘들었다고 하는데,
예정일 8주 정도 전인 나는 벌써부터 몸이 힘들다ㅠ
팔을 뒤로 스트레칭하고 싶은데 반짝이가 너무 큰지, 자꾸 명치쪽을 찌른다.
굳이 스트레칭을 하려고 몸을 펴지 않아도 명치가 잘 아프다.
그리고 하루종일 잠을 자도 계속 졸리고, 일상 생활을 살아내기 어려운 느낌이다.
오늘은 잘 때에 어느 쪽으로 누워도 몸 안 장기가 눌려서 아픈 느낌이라(내부 장기가 눌리면 뭔가 큰일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잠을 자기 어려웠다. (결국 출산 후에도 그 장기가 계속 아파서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 이러다가 예정일 전에 수술을 해야 하면 어쩌지 걱정이 들었다.
아기낳기 두 달 전 밤 루틴은 다음과 같다.
1. 2시경 뜬금없이 깬다
2. 배가 간지러우니 일단 긁고있는다 (일주일 정도 된 것 같다. 배에 로션을 발라주면 조금 나아진다는걸 발견)
금심한 목마름에 알단 일어나서 물을 마신다
3. 쉬는 아까 해서 마렵지 않지만 일단 깼으니 화장실 다녀온다
4. 다시 자려고 노력한다
5. 발이 답답함을 느끼며 철분제를 복용하러 거실에 다녀온다
6. 잠이 안온다
7. 어서 출산휴가가 와서 내가 밤에 잠을 안자도 되기를 소망하며 버틴다
8. 잠을 일찍 자는 것을 포기하고 뭔가를 먹는다
9. 새벽 6시가 된다
10. 잠에 스르륵 빠져든다
아침에 힘들게 출근한다. ㅠㅠ
여기까지가 보통의 루틴이 될 것 같다.
곧 출산휴가라며 설레여하던, 입덧이 없고 평안한 하루를 지내던 누군가도 '최근 불면증이 생겼어요'라며 위와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었다.
오늘은 태풍이 오는 날이라, 일부러 오후에 출근했다.
오후 출근은 눈치보이기는 하지만 강한 바람에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나은 대책 같았다. 엄마 말로는 초등학교는 오전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강한 태풍이 오는 것에 대비해 어제 모든 창문을 꽁꽁 닫고 잤다.
새벽에서야 잠든 나는, '오후 출근이라 다행이야..'라며 오전 내내 잤다.
이번주에 들어서, 매 번 '연차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잠을 몇시간 못 자서인지, 몸이 너무 힘들었고 특히 아침에 일어나기는 더욱 싫었던 것 같다.
하지만 출산 휴가 개시 전, (급하게) 받았던 업무를 하나씩 차근차근 하려면 출근을 해야했다.
내일은 또 다른 일정 때문이 있기도 하고,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출근해야한다. 연차가 있어도 쓰지 못해 괴롭다.
오전에 출근하면 버스 안에서는 눈을 감고 있어야 할 정도로 힘들다.
회사에 와서는 어찌어찌 눈을 떠 있지만, 비몽사몽이다.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조금씩 정신이 든다. 임신 전의 나라면 회사로 가는데 준비하는 시간이면 잠이 다 깨어있을텐데.. 나이를 먹을수록 마취가 잘 안깨는 맥락이랑 비슷한가보다.
8월 말부터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벌써 아침에 꽤 쌀쌀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제 입을 옷도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조금만 배에 닿는 옷을 입어도 배가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