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일어날 때 배가 고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보통 때는 왠만해선 배고픔을 못 느끼는데 이상했다.
그리고 오늘 제일 많이 말 한건 아마 배고파 인것 같다
그 다음이 피곤해
그 다음이 맛있어
이렇게 화제의 키워드가 생겼다.
배고파, 피곤해, 맛있어,,,,
밥 먹은지 얼마 안돼서 또 배고프고 배고프고.
먹고 싶은게 떠오르면 엄청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도 밥먹으면 만족도도 높다. (단거보다는 밥이 당긴다.)
남편이 깜짝 놀랠 정도다. 남편도 처음엔 같이 먹다가, 나가 떨어졌다.
이렇게 며칠을 살다보니 계속 먹고자는 기계가 된 것 같다.
남편이 추석에 집에 있을 때 둘이서 잘 놀고싶었는데..
기껏해야 해가 졌을 때 산책 조금 하는 것 외에는 먹고 자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임신 중기쯤을 지나면서 카페인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그것은 음료수에 얼음을 타먹는 방법을 깨달으면서 부터 시작되었는데,
나에게는 너무 더웠던 여름을 지내기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방법이었다.
문제는 그 음료수의 한 캔 용량은 200ml 가량으로, 갈증을 피하기에는 살짝 적은 느낌이 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주 더웠던 날에는 두세캔을 마셨다.
한 캔에 카페인이 55g정도 들어있다고 하니, 구글에서 찾은 임산부 카페인 허용량을 생각하면 하루 3캔을 넘지 않게 먹는 것이 좋아보였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을 고려한 양이었다.)
어느 하루는 네 캔째 음료수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적이 있다.
음료수를 따르며, '카페인 어떻게 하지'라는 말이 나왔다. 남편한테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남편은 '엄마때문에 반짝이가 태어나서 잠이 없어지면 어떻게해'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엄청 서운했다.
여태 아기를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모르고..
아기가 없던 시절, 여러 의사 선생님들이 철분제를 먹으라고 처방을 내려줬던 적이 몇차례나 있었지만 소화가 잘 안되고 생활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먹었던 나이지만, 아기를 만난 이후부터는 입덧을 하면서도 철분제를 포함한 각종 비타민을 챙겨먹었는데..
하루도 안빠지고 먹으려면 얼마나 힘든데.
없던 습관을 만드는 것도, 평소보다 더 메스꺼움을 느끼는 것을 참는 것도 모두 아기를 위해서 견뎌냈던건데.
남편한테도 비타민을 챙겨먹으라고 한지 1년이 넘었지만 매일 까먹고 안챙겨먹으면서.
회사에서도 야채를 찾아먹으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모른다.
야채를 먹는다기보다는 몸에 넣는다는 느낌으로 억지로 우겨넣는 것도 모르고.
단백질을 파우더로 먹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 고기를 챙겨먹는것도 사실 나에게 아주 큰 변화였는데.
임신 전에는 파스타! 스파게티!를 외쳤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네 번은 고기를 굽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데.
아기를 위해 챙겨먹던 것이 이제는 내 취향이 되어버렸는데.
더군다나 아기를 낳고, 모유수유를 하게 되면 더더욱 식단을 조절해야 한다던데.
그 때는 지방있는것도 먹으면 다 모유로 지방이 나온다며, 고기도 가려먹어야 할 판인데.
내가 여태 얼마나 꾹꾹 참고살았는데.
사실 이런 와중에도 카페인을 평소보다 많이 마시는 것이, 신경쓰여서 입 밖으로 걱정을 말했던 것 뿐인데.
남편은 내 속도 모르고.. 아기를 생각해서 나온 말이지만 너무 야속하고 속상한 말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별게 아니지만, 이 때 했던 말은 몇 달 째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내가 나를 얼마나 희생했는지도 계속 깨닫게 되었다.
그 전에는 그냥 힘듦을 감내하면서, '임신이 이런거지'라고. 별 서러움 없이 살았는데,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니 나는 정말 힘들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서러웠다.
이번주는 이상했다.
외출을 하면, 사람들이 모두 너무나도 친절한 것이다.
처음보는 많은 사람들이 몇개월인지, 예정일이 언제인지 물어봤다.
남편이 그러길, 나는 이제 정말 만삭의 임산부처럼 보인다고 했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넉넉하게 주고,
어디서는 음료수도 더 내어줬다.
메뉴 추천을 부탁드리니 아기에게 좋은건 이거라고 추천을 해주시기도 했다.
반찬도 더 드릴까 물었다.
버스아저씨는 안전벨트를 하라고 하셨다.
사람들이 갑자기 친절해졌다.
이 친절이 싫지는 않다. 얼떨떨할 뿐이다.
세상이 따뜻해 보인다.
동시에 몸이 조금 이상해기도 했다.
책을 읽으려니 눈이 아파서, 오디오북으로 대신 들으려고 했다.
그런데 귀가 아팠다.
귀에서 작은 경련이 일어나는 느낌이라 소리를 더 들을 수 없었다.
오래 듣지도 않았고, 소리도 내가 들을 수 있는 범위에서 제일 최소로 해도 소용이 없었다.
슬펐다.
이젠 아기가 언제나올줄 모르니, 진통시 병원에 어떻게 오는지, 긴급 번호가 있는지,
병원에 간다면 어떤 상황일지, 양가 부모님들이 아기를 볼 수 있는지, 비디오 촬영은 해주는지, 병실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등 구체적으로 궁금한게 생겼다.
그 전에는 병원에서 오라고 한 날짜에 가기만 했다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내가 찾아서 상황을 그려보고 알아봐야한다.
사실 살짝 지쳐있기도 했다. 조리원의 만삭 촬영서비스나 코로나가 끝난 후 새로 생긴 산전마사지 클래스 등에 대한 안내가 없었는데, 내가 우연히 조리원에 물어보니 예약하면 된다는 정보가 있었다. 내가 안물어봤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 상당히 불편한 느낌이었다. 내가 찾아서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챙겨준다.
남편은 주말에 집에 오면 열심히 마사지를 하며 나를 서포트 해줬지만 아기나 병원 관련해서 온전하게 모두 내가 감당하는 느낌이었기에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울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아기 키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지 물어본다. 남편한테는 안 물어본다. 이래서 육아는 아무리 아빠가 도와주려고 해도 엄마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다고 하는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사실은 내가 챙기는게 꼼꼼해서 낫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주위 사람들까지 간섭을 하게 되니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이렇게 지침을 느끼는 와중에, 힘내서 이런 저런 준비를 시작했다. 첫 번째는 분만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병실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1인실이 제일 많은데, 큰방, 작은방, 창문있는방으로 나뉘고 또 이 분류가 VIP방(큰 VIP, 작은VIP....)과 일반방 등으로도 또 나뉜다고 한다. 종류가 많고, 그 때가 되면 병실 사용 현황이 달라져서 병실을 미리 볼 수 없고 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일반실과 VIP실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는데 간호사도 잘 모른다고 안 알려줬다. 가격을 물어보니 이것도 잘 모르셔서 다른곳에 물어보고 오셨다. 다행히 가격은 사전에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새로 옮긴 병원은 계속 불만족스럽다. 집 근처 친절한 의사선생님께 진료를 받다가, 최근에 의사 선생님들이 아주 많은 큰 병원으로 옮겼다. 산후조리원 시스템이 더 체계화 되어있고 응급시 처치가 빠를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이런걸 보면 한숨이 나온다. 예약 시간 정시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보기까지 40분 정도가 걸렸다. 진료 후 수납을 위해 또 50분 정도 기다렸다. 실제로 10분 정도의 진료를 위해 쓸데없는 시간을 너무 많이 쓰게 했다. 심지어 방사선 검사는 오늘 담당자가 없어서 다음에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