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의 몸은 노약자와 다름없다

by 박모카

자기 전에 음식을 엄청 먹고 잤다.

자는데, 위에서 토가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지금 안 일어나면 웩 할 것 같은 느낌이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이걸 몇 번 반복하니 약간 트라우마처럼 되어서 그 다음부터 밥을 엄청나게 먹지는 못하겠다.

배를 안부르게 밥을 먹으니 금방 허기져서 그건 또 그것대로 힘들었다.

밥을 조금 먹었나 싶다가도

배가 금방 엄청 빵빵해진다.

아기가 10주만에 두배로 몸무게가 불어나야해서 이제 내 배도 용량이 많이 찬 것 같다.

잘 때 토할 것 같은 느낌과는 별개로, 기억이 안 날 때부터(임신 중기쯤) 가만히 있으면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게 좀 더 심해지는듯하다.


오르막길을 걸을 때 숨이 말도안되게 차오른다.

예전에 폐렴걸렸을 때.. 학교 등교하면서 운동장을 걸어가는데 숨을 쉬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지.

그 때 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정상적으로 숨을 쉬지는 못하는 것 같다.

숨이 너무 차서 코로나에 걸린건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그저께 했던 코로나 검사는 음성이 나왔다.

임신하면 진료비 같은거 들어가니까 쓰라고 정부에서 100만원 지원해주는게 있는데 벌써 75만원 넘게 썼다. 다른 사람의 블로그 글을 보니 30주차에 35만원 정도 썼다고 적혀있었는데, 왜 나는 이렇게 지출이 많은지 모르겠다.

버스는 짜증난다 (2022. 8. 24.)

차로 11분 걸리는 거리를 버스 타고 가려니 대기시간만 18분 기다리라고 나온다.

배차간격 10-24분인 버스가 3분 간격으로 운행하기도 하고, 그 다음 버스는 25분 기다리기도 하며 예측불가하게 운영한다.

아쉽게도 택시는 선택권이 없다. 내가 택시를 필요로 하는 곳에는 택시가 운행하지 않는다. 여러번 잡으려 시도를 했지만 전혀 잡히지 않는다.

자전거가 오히려 빠른데, 자전거도 탈 수 없다. 몇 번 시도를 해봤는데 그 때마다 주위 사람들이 너무 놀래고 타지 말라고 해서 이젠 시도하지 않는다.

운전 면허는 있으나 예전에 연습하다가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운전을 할 수는 없다. 택시, 자전거, 자차 모두 여러 이유로 활용 불가. 어쩔 수 없이 버스밖에 탈 수 없는 상황이어서,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보다 더 오래 버스를 기다린 후 차에 탑승했다. 알고보니 반대편 버스를 탔다. 사실을 알아채고 얼른 내렸더니 택시가 있는 시내였다. 내가 타야하는 버스는 18분 후에나 온다고 나온다. 차타고 가면 11분 걸리는 거리를 거의 한시간이 지났는데도 못 가고 있다.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싫어서 택시에 탔다.

어제는 보고 싶었던 뮤지컬을 보러갔는데, 2층 구석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1층과 달리 2층부터는 경사가 급해지면서 자리가 쪼그라드는데,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고, 영국 등 외국의 경우는 뮤지컬 보다가 나가고 싶을 정도로 자리가 아주 좁다. 서민에게 (편의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닌) 형식적으로 주는 좌석같은 느낌이랄까.. 뮤지컬 좌석이 꼭 감옥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내가 어렸을 때 1층 좋은 좌석에 꼭 뮤지컬을 보러 갔던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등골이 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뮤지컬이 지루하다/지루하지 않다 정도의 생각만 있었지, 내가 좋은 자리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서 혼자 티켓팅을 하며 2층을 경험해보고 (1층과 가격 차이가 2배정도 나서, 가격대비 만족하며 갔다), 1층에 앉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1층 거의 앞쪽에 주로 앉았었다) 오페라글라스라는 망원경을 써서 배우를 관찰하며, 돈이 있으면 편안함과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일 때에는 가격대비를 자꾸 생각하며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저렴한 것을 선택하게 되지만, 아이가 있을 때에는 가장 좋은 것만 하게 되는게 부모의 마음인가보다. 그런데 부모가 돈이 없으면 어쩌지? 내가 부모가 되는게 물질적으로 평생 준비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 번 5년 후엔 준비가 될꺼라고 상상하겠지)

여튼, 아까 버스 상황으로 넘어가서 결국 나는 시내에 도착한 후, 택시를 탔다. 택시 아저씨께서 이제 출산휴가 쓸 시기 아니냐고 물으셨다. 그러면서 자기는 애가 넷이라며 자연스럽게 자식얘기로 넘어갔다. 차를 세 대를 샀는데 다 순서대로 자식에게 줘버렸다, 아내는 모닝을 탄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시어머니가 딱 그런 상황이었어서 웃음의 눈물이 날 뻔 했다. 부모의 사랑은 다 퍼줘도 모자란가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말 악질이다. 시어머니한테 뺏어온 기존 차가 고장나서, 시어머니께서 새로 장만하신 모닝도 뺏어오기까지 했다.

'에휴-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은가봐요~'라고 하니, 어디서 많이 들은 내용의 말이 이어졌다. '아내는 차를 잘 안타고 다닌다, 차 욕심이 없다, 남편이 보통은 다 데리고 다녀주기 때문에 차를 쓸 일이 없다'는 말이, 우리가 모닝을 가지고 올 때 시어머니께 들었던 안도의 소리와 유사하게 들렸다.

이 분은 자식이 넷인데, 한 달에 한 번 가족모임을 하는 게 시간 맞추기가 참 어렵다고 하셨다. 자신은 자영업을 하니 시간이 유동적인 편이라 자식들 시간에 맞춘다고 하셨다. 우리 엄마와 같이, 자식들에게 연락이 오기를 오망불망 기다린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식이 뭐라고 그렇게 소중한지. 왜 그렇게 퍼주고 싶어하는지. 왜 자기를 희생하는지. 아침부터 이유모르게 센치해지고, 마음이 이상해졌다.


남편은 아기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하는 줄 알았다. 자꾸 내가 일하기를 원해해서, 남편한테 '일하는곳에서 눈치보여서 출산휴가도 안쓸꺼라며! 애는 어떻게 할껀데?'라고 쏘아 붙였다.

남편에게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9월에 재계약을 앞두고, 면접을 볼 때 출산휴가 사용 계획을 말할거란다. 만약 계약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할 수 없고, 해주면 휴가 사용을 신청한 후 나를 돌볼꺼라고 했다. 아기 낳고 조리원에 다녀온 직후부터 사용할꺼라고 했다. 그 시기는 '나도 출산휴가 기간이라서 둘 다 집에 있을텐데? 왜 굳이 두 명이서 아기를 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내 생각을 읽은 듯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기를 돌보는 것 보다는 나를 돌봐주고 싶다고 했다. 엄마의 몸은 소중하니까.. 라고 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나도 여태 내 몸에 대해서는 돌볼 생각을 안하고, 아기를 위해서 영양제를 챙겨먹고, 아기를 위해서 고기를 먹고, 아기를 위해서 충분한 휴식을 하고.. 모든걸 아기 위주로 생각했었다.

그제서야 '엄마 몸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 몇몇 사람들의 말이 떠올랐다. 사실 그 때는 귀담아듣지 않고 그냥 흘려들었었는데, 이제야 그 말이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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