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카 Dec 02. 2023

50억은 모아야 아기를 낳겠다던 사람

대외활동을 하다가, 먹고 살기 넉넉하다는 사람을 보았다.

막노동부터 하며 올라온 케이스인데, 현재 일은 취미처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분은 결혼 생각이 없다고 했다. 50억은 있어야 아기에게 해주고 싶은 것 모두 해주며 살지 않겠냐며, 돈이 더 풍부하지 않다면 결혼도, 아기도 낳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 분의 말이 이해가 갔다.

용산에 로또라고 불리던 84m2 아파트 청약이 16억씩 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자가도 있고, 차도 있는 와중에 아기 교육이며 놀이며 하고 싶은 것 다 누리려면, 그리고 20억 빌딩을 사서 나오는 월세로 노후도 준비하려면 정말 50억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철학을 가지며 산다.

살면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복 탄력성이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말을 믿는다.

내가 끝이 안보이는 절망에 빠져있을 때는, 도약의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믿음으로 나는 계속 도전하고, 희망을 가진다.


예전에 심리검사를 하는데, 상담을 해주신 분께서 놀랐다.

자기는 아기의 엄마로, 교육에 무척 고민이 많은 편인 상황이었다. 결과지를 보고 나의 엄마가 부럽다고 했다. 자녀를 이토록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으로 어떻게 키워냈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다.


사실 돌이켜보면 나는 돈이 없어도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겁없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캐나다에서 인턴활동을 할 때였다.

안내가 미흡해서 초조한 상태로 출국을 했다.

친절한 에어비앤비 호스트께서 밤 12시에 나를 픽업하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내일은 어디로 출근하냐고 물어서, shaw center로 간다고 했더니 놀라셨다.

'그곳은 여기서 자전거 1시간 거리인 곳인걸?'


...?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 곳은 걸어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차근히 알아보니, 사수가 지명을 잘 못 써서 일어난 일이었다...


나에게 잘못된 지명을 알려준 것이었고,

나는 잘못된 지명을 중심으로 머물 집을 알아본 것이었고.

숙박비는 이미 지불한 상태였다.


버스로 출퇴근을 하려니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로 했다.

처음에는 나에게 사과도 하지 않는 사수가 미웠지만,

이 때 왕복 2시간씩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닌 것을 계기로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막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의 나는 일반인이었다.

아기들이 타는 따르릉 자전거는 탈 수 있지만, 어른들이 타는 픽시자전거 같이 가로로 타는 자전거는 전혀 탈 줄 모르고 무서워했었다.

하지만 나에게 선택지는 없었고, 나보다 한참 큰 픽시자전거를 타며 (월 몇만원에 빌릴 수 있는 자전거가 그 종류로 한정되어 있었다) 출퇴근을 했다.

출근길에 항상 있던 언덕은 나에게 매 번 도전과제를 주었고,

오늘 다리가 아파서 내일 출근이 두렵기도 했었다.

바퀴를 누가 훔쳐가는 탓에 당황했던 적도 있고,

칠흙같이 어두운 밤 11시에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데 머리에 쓴 랜턴 빛에 이끌린 벌레들의 총 공격에 덜덜 떨었던 적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낸 나는, 옛날 잘 나갈 때를 회상하는 할아버지처럼 나만의 자존감이 생겼다.


나는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상황에 맞출 수 있다.
시련은 나를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다.


나의 아이 역시, 나처럼 회복 탄력성이 좋은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돈이 충족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아기의 성공과 행복에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전 05화 일하러 다니지 않으면 뭐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