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전화가 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혹시 오더라도 별 일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혹시나 큰 일이 나면 안되니까 예방 차원에 연락을 했던게 전부였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일이 일어났다.
프리랜서처럼 계약을 한 곳에서는, 전화콜 뿐만 아니라 비디오 콜도 받는다. (이들은 고객에게 비디오콜 관련하여 더 비싼 돈을 청구하지만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역사에게는 돈을 더 주지 않는다.)
비디오가 켜져서 긴장하며 화면을 살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있는게, 학교에서 회의를 준비하면서 이것을 켰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비디오콜에 한 번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땐 스티커로 내 카메라를 막고 있었어서.. 본격적으로 비디오콜에 들어간건 이번이 처음이다.) 10명정도 어수선하게 뭔가를 준비하는데...
왼쪽 모서리에 사람이 누워있었다.
뭐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60대정도의 할아버지였다 ㅠ 쓰러지신건가 뭔가 ㅠㅠㅠㅠ 영어를 좀 알아들으시긴하는 것 같은데 기력이 없어보였다. 솔직히 대답을 진짜 힘겹게 했다. 내 말도 잘 못들으시는 것 같다. 오디오가 끊기는건지 뭔지는 모르겠음 ㅠㅠㅠ 난 안 끊기고 잘 들리는데..
이전에 심장 병력은 없다고 하는데 응급실 1번(방 번호인지 뭔지는 모르겠다.)으로 오셨다. 심전도 측정을 포함한 몇가지 기본검사를 했다. 그 와중에 옷도 가위로 싹둑 잘라갔다. (측정해야해서 ㅠ) 나는 내가 버벅일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할아버지가 못 알아듣는듯한 타이밍에만 삭 들어가야해서, (괜히 할아버지가 먼저 대답하는데 나도 말해서 오디오 중복되면 안되니까) 엄청 집중했다.
처음엔 이들도 엄청 긴장을 했다가, 나중되니까 살짝 풀어진 느낌이 들었다. 웃을 때도 있었다. 그제서야 마스크낀 사람이 반,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이 반이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한국인처럼 보이는 젊은 남성(아들로 추정)이 응급실 안을 서성이는 것이 인상깊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느낌이 엄청 어색했다. 뭔가를 훔치러왔나? 싶은 정도로 엄청 행색이 어색했다. 마스크를 끼지도 않고, 외부옷도 그대로 입은게 (의료진은 다 파란색 느낌의 차림새였던걸로 기억한다) 눈에 돋보였다.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는 조금 있다가 자기발로 나갔다.
미국 응급실 같은데, 이런 곳까지 보게되다니 의외였다. 새로운 체험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이 할아버지가 꼬매고 자르는 수술을 하지 않고있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비디오로 그 다친 모습을 봤으면.... 난 이 일 더이상 못했을듯...
통역을 하다가, 'did you take blood thinner?'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이걸 어떻게 통역해야하나 싶었다. 한국어로 찾아보니 혈액희석제라고 나오더라... 이거 단어 그대로 말하면 할아버지가 어떻게 알아듣냐고... 근데 내가 임의로 설명드릴수도 없고 (다들 바쁘고 정신없는데 ㅠ) 참 난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