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때에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다.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2시간씩 걸려서 갔지만, 나는 어차피 운전이 미숙했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마음이 편했다. 교통비는 2~3천원 정도로 꽤 비싼편이었다. 혼자 사는 방도 비싼 편이었는데, 한 달에 95만원씩 냈다. 일반적으로는 화장실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 정도의 방이 이정도 가격이었지만, 한국에서 캐나다로 막 오던 당시, 정보가 많지 않았던 나는 조금 비싼 가격을 치루며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비해서 주거와 교통비가 비싼 편이었지만 그럭저럭 돈을 조금씩 모을 수는 있었다.
남편과 딸이 캐나다에 올 때에는 말이 달라졌다. 투룸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 집을 찾으려고 하니, 월세가 3~400만원이 보통 가격이었다. 전기세, 난방비 등은 따로 였다. 실제로 이곳에 온지 1년 된 한국인 가족의 얘기를 들어보니 월세를 360만원씩 주고 있으며, 겨울에 두달치 전기,가스 따로 80만원씩은 나오는 비용은 따로 청구된다고 했다. 차를 1대 가지고 있다. 이 세 부분만 합쳐도 한달에 500만원씩은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고 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나갔다고 하셨다. 당시의 나는 이 분이 계산에 미숙한 사람이라서 그렇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넉넉하게 예산을 잡아놓는 편이기 때문에 나한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었다. 나도 생각보다 훨씬 더 지출을 많이 하게 되었다.
발품을 아주 많이 팔고서야, 월 200만원에 전기 및 난방 비용이 모두 포함된 투룸의 독립된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이것은 지하 형태의 집이어서 가능했다. 언덕이 많고 경사가 심한 곳의 특징이라는 것도 알았다. 집 앞에서 보면 지하지만, 집 뒤쪽으로는 경사지대에 보금자리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는 지하같은 느낌이 나지 않고 시야가 뚫린 매물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는 이곳을 베이스먼트라고 부른다고 하지만 집주인은 이곳을 그라운드 플로어라고 불렀다.
팁을 알려주자면, 집 매물은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캐나다의 당근마켓 같은 곳이다)에 많이 올라와있었지만, 계약 역시 1년을 조건으로 하는 곳이 많았다. 1년 계약을 원한다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보았다.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몇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기와 살거라는 점이 좀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파티를 하지 않고 흡연을 하지 않는 세입자를 원하는 자들은 나를 좋아했다.) 그들은 결국 오래 살 사람을 찾았다. 내 눈에 좋아보이는 집은 다른 사람들도 들어오고 싶어하는 곳이었고, 이런 곳은 경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선착순 시스템과 달리 세입자들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며 본인을 어필해야하는 편이었다. (집주인이 양식을 주고, 내가 얼마를 버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나 살 것인지 등을 쭉 적는 란이 있었다.) 키지지같은 웹사이트에서도 집을 많이 구한다고들 하지만 이런 곳 역시 1년 계약 조건이 대부분이었기에 내가 원하는 바와 달랐다. 또, 마켓플레이스나 키지지 등의 방법으로 나오는 매물은 내가 원하는 것 보다는 비싼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에어비앤비에서 장기 숙박을 하는 조건으로 몇몇 호스트에게 딜을 해달라고 요청을 돌렸다. 이들은 단기 숙박에 익숙한 사람들이기에, 장기 숙박에 대한 요금은 유연하게 조정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을 거래하는 곳에서 3개월은 단기로 분류가 되지만, 에어비앤비 같은 곳에서는 장기로 본다. 일주일 단위의 단기 예약에 지친 사람이라면 안정적인 장기 숙박에 관심을 가질 것이었다. 내 예상은 적중했고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게다가 뜻하지 않게 좋은 위치로 (버나비라는 곳인데, 한국으로 치면 신촌쯤 되는 곳이라고 소개를 들었다.)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차도 발품을 많이 팔았다. 3개월간 차량을 빌리려고 보니, 일반 승용차가 월 100만원 정도로 나왔다. 나중에 기간이 촉박해졌을 때 다시 검색을 하니, 월 150만원 정도의 렌탈료가 나왔다. 렌탈료보다 더 저렴하게 빌리려면 1년 6개월이상으로 넘어가는 리스로 하면 되었지만, 우리는 지금 3개월만 보고 있기 때문에 이는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여기서는 인맥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내가 졸업한 대학교의 동창회가 이곳에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동창회에 참석해서 인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18년된 소나타 차를 월 60만원에 빌려준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몇달 전, 만났던 어떤 소녀는 누군가가 자기에게 20년된 차를 공짜로 준다고 했다며 자랑하던 것이 기억났다. 아기가 있고, 우리가 사는 곳은 언덕이 심하기 때문에 차가 꼭 필요했다. 왠만하면 월 60만원에 차를 빌리려고 했다. 하지만 직접 가서 보니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차를 못 타고 다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약 월 30만원이었으면 빌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냥 돈을 조금 더 주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차를 빌리자는 결단을 내렸다. 렌트카업체에서 최적의 날짜를 검색해보니 (빌리는 기간에 돈이 일반적으로 비례하기는 하지만, 어느 날에 차 렌탈을 시작하느냐도 가격에 중요한 변수였다. 그래서 여러 날짜를 수동으로 검색해서 최적의 가격을 찾아야했다.) 월 100만원에 빌릴 수 있는 차가 나왔다. 다른 곳을 한 번 더 보자 싶어서 검색하다보니, Turo라는 플랫폼이 나왔다. 개인간 거래인 것 같아서 그냥 믿음직한 렌터카업체를 사용해야할까 고민을 했다. 월 90만원에 작년에 나온 승용차를 빌릴 수 있고, 빌려주는 사람이 이곳에서 평점이 좋기로 유명한 사람을 찾았다. 이곳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보험을 추가하니 월 20만원 정도가 더 붙었다.
처음에는 차 렌탈 비용이 너무 비싸서, 우버로 이동하며 다니자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아기 시트를 꽤 엄격하게 보기 때문에 아기와 있으면 탑승을 거절하는 우버차량이 꽤 많았다. (50%의 확률) 탑승 거절을 당하면 약 6천원의 패널티를 내가 물어야 했다. 대신, 콜택시를 이용하면 아기시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대중교통으로 취급되기 때문) 잘 쓰지 않던 방법이라서 콜택시를 매번 연결하기에 심리적으로 부담이 컸다. 밴쿠버, 버나비, 써리 등 지역마다 콜택시 회사가 다르고, 지역에 맞는 차량을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시도 했을 때에는 택시가 15분만에 왔고, 기사님도 '택시는 빨리오지!' 라고 하셨으나 좀 더 시골로 들어갔을 때에도 택시가 잘 올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에 그냥 차를 빌리게 되었다.
물론, 차 렌탈료를 들은 캐나다 현지인 친구는 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깜짝 놀라긴 했다. 본인이 차량 리스를 할 때에는 3000만원짜리 지프 차를 사면서 5년 계약에 월 560달러 정도를 냈다고 했다. 여기 밴쿠버에 아는 딜러십이 있으니 (딜러십은 리스를 하는 곳, 렌탈샵은 렌탈을 하는 곳 같다. 리스를 하기에는 내가 빌리려고 하는 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예 알아보지 않았었는데, 친구 말로는 그래도 물어보는게 낫다고 했다.)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겠다고 했다. 최대한 버젯을 아껴주려는 친구를 보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딜러십에서는 짧은 기간 렌탈을 하지는 않았긴 하지만 말이다.
3인 가족을 위한 집 값과 자동차 값을 최대한 저렴하게 찾았는데도 불구하고, 집값과 자동차 사용비만 합쳐보니 월 310만원이 나왔다. 내가 월 버는 수입보다 더 많은 금액이었다. 애초에 가족을 여기로 데리고 올 때에는 이 가격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비용을 지출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기와 함께 있으니 생존에 필요해지는 사항이 많았다. 특히 비가 많이 오는 이 지역에서는 말이다. (비가 올 때 외출했다가 이미 크게 혼났다.) 이것을 한국에서부터 알았으면 절대 안왔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웃기게도 '그때 물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같이 했다. 몰랐기에 도전할 수 있었고 우리의 삶은 꽤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 보이는 뷰는 정말 예쁜데, 차가 있으니 언덕집도 로맨틱한 휴양지의 한 장면으로 느껴졌다. (자기위로가 아니라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