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회의 땅이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by 박모카

확실히 한국인만 있는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캐나다계 회사로 오니까 일하는 환경이 훨씬 쉬운 것을 느낀다. 특히 내가 일하는 환경이 기간에 정함이 없는 프리랜서이지만, 일하는 시간이 명확히 명시되어있는 바람에 정규직 같은 느낌을 (사실 법적으로나 사회보장 혜택 측면으로나 그렇게 보호를 받지는 못하는 계약 조건이지만) 주기에 약간의 든든함이 있어서 더 쉽게 느껴지는 것 일 수도 있다.


근무 첫 30일간은 사수가 배정이 되었다. 그 사수는 답장이 꽤 빨랐다. 하지만 30일이 지나자, 새로운 사람이 배정이 되었다. 첫 연락이 저녁 6시 경에 와서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그냥 확인 겸 전화했다고 했다. 왜 굳이 저녁시간에 전화를 했지?라며 이상했지만 넘겼다. 그녀가 자세한 부분은 이메일을 준다고 했는데 이메일이 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메일이 오지 않았다고 연락했지만 씹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첫 사수에게 연락을 하니 그제서야 답변이 왔다. 이메일을 보내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선 그 이메일은 평생 오지 않았다.. 하지만 종종 전체 공지 메일이 오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보내는 이메일이 나에게 잘 도착을 하는 것 같기는 했다.


나는 근무 시간을 바꿀 수 있는 조건이 궁금해서, 이 사람에게 물어봤으나 대차게 씹혔다. 이전 사수에게 연락을 해봐도, 고객센터에 연락을 해도, 다른 누군가가 전화를 했을 때 물어보아도...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뺑뺑이를 돌리거나 이메일을 씹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러면서 나는 이 캐나다 시스템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편한 일인지 깨달았다. 여기서는 자기가 대답할 수 있는 이메일의 형식이 아니면 무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스케쥴을 빼야 하는 날이 있다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내가 내용에 아이디 번호를 적지 않는다면 그들은 가차없이 내 메일을 씹을 것이다. 내가 완벽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기 전까지는.. 그들은 이메일을 무시할 때, 기준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기준에 넘지 않으면 그 이메일은 쓰레기통 행으로 가는 것이다. 얼마나 편한가! 우리나라였으면 '이 부분 보완 해주셔야합니다.'라고 답변을 무조건 할텐데 말이다.


나는 불편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 편하게 일을 하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불만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나도 회사에서 잘릴 걱정을 그렇게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일테니 말이다. 여기서는 능력이나 책임감이 출충치 않아도 일을 계속 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봤다. 예를 들어, 오늘 상담하기로 했던 사회봉사자가 자동차가 고장나서 약속을 못온다고 당일 연락이 왔다. 그리고 다음 예약은 3주 후로 잡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에 상상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이런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통역을 할 때, 고객센터에 연결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고객센터 직원은 꽤 답답하다. 5%의 확률로 시원한 답변을 주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지만, 특히 동남아나 흑인의 영어 발음을 하는 사람의 경우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상담을 한시간 정도 진행하고도 말이다.. 이런 것을 보면서, 과거의 사람들이 왜 '미국은 기회의 땅이지!'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서는 (캐나다는 다른 나라이지만, 미국 전화를 많이 받기도 하고, 미국 문화와 꽤 닮아있다.) 전문성이 꽤 떨어져도, 보수를 받으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간호사의 경우 내가 심각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거동이 어려운 환자에게 소변줄을 달았는데, 중요부위에 피가 꽤 많이 생긴 환자는 보았다..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내가 전문 분야가 없는 아주 초보자의 입장인데, 회사에 우연히 들어간 경우, 거기서 일을 못해서 잘리는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더 희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꽤 많은 사람들이 전문적인 느낌을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일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기서 일을 하면서 고객센터와 연결이 종종 되곤 한다.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가끔 본인이 기분 나쁘면 대답을 1분 정도 있다가 하고는 한다. 아주 화가 난 고객을 상대할 때에는 이 방법도 꽤 설득력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질이 나쁜 사람은, 상담 중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이 경우, 이 상담사가 누구인지 찾기가 어렵기 떄문에 대처를 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보통은 전화 마지막에, 설문조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화 도중에 상담사가 사라지면 설문조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전화 연결이 되었을 때 부터 상담사의 정보를 받아놓는 것이 중요하기도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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