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통역사랑 통화하고 있었는데요, 연결이 끊어졌네요. 이어서 통역 부탁드립니다."
전화에 들어가자마자 들을 수 있는 말 중, 제일 오싹한 말이다. 응급실 전화도, 분만 전화도 이만큼 두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은 보통, 통역사가 자발적으로 나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단어를 쓰거나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어려운 사람이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 용어를 쓰는 사람보다, 말을 흐리게 하는 사람이 더 힘들다. 일반적으로 통역을 할 때에도, 1시간 30분 이상 같은 전화에 들어가있으면 집중력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말을 흐리게 하는 사람과 통화를 하게 된다면 고도의 집중을 한 상태에서 통화를 질질 끌게 되니 진이 빠진채로 전화를 마무리하게 된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통화를 할 때에는 3분 혹은 20분 정도씩 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 다른 오싹한 콜은 법정에서 전화가 올 때이다. 우리나라 단어로도 어려운 말의 나열을 들었을때의 난감함이란.. 처음에는 혼자 끙끙 앓으며 최대한 통역을 했다. 하지만 '쉬운 단어를 쓰거나 다른 통역사를 알아봐야한다'고 하면 그들의 협조가 들어오고, 통역도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
오싹한 전화 외에도 진상 전화가 있다. 진상의 유형은 여러가지다. 그 중 하나는 짜증 진상이다. 병원에서는 대면 상황이 많고, 본인의 건강을 책임져주는 의사를 만나기 때문에 친절한 편이다. 하지만 고객센터의 경우는 감정노동을 하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전화 상으로 대화가 오고 가는 곳은, 사람들의 민낯을 많이 보는 곳이기도 하다. 대면을 하지 않으니 고객들은 본연의 감정에 보다 솔직하고 즉각적으로 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짜증이 나있을 상황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화를 했을 확률이 높다. 외국의 경우 고객센터 연결시까지 1시간까지 대기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내심이 이미 바닥난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친절하게 대화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냐, 나쁜 사람이 많냐 하면 온화하고 평온한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가끔씩 짜증이 잔뜩 난 고객과 연결이 될 때에는 나도 같이 기분이 다운되기도 한다. 상대가 너무 심할 경우 "통역사한테 화내지 마세요~"라고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수그러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민족은 민족끼리 덮어주는 쪽으로 팔이 굽는다.
번외로, 한참 웃을때도 한 두번씩 있다. 수술 후 정신이 잘 돌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간호사가 환자에게 "여기가 어디인지 아시나요?"와 같은 질문을 한다. 가장 이상적인 대답은 "병원이에요"이다. "여기는 버지니아에요. (통역사님) 당신은 어디세요?"라는 대답이 들어오자 간호사의 웃음이 터졌다. 별 것이 아닌데도 소리죽여 같이 웃었더니 기분이 리프레시 된다. 뭐라고 통역할지 난감해 하는 동안 간호사가 계속 웃었다. "여기는 버지니아 시에요. 00구역에 있어요. 주소를 알려드릴까요?"라고 말이 이어진다. 간호사의 웃음이 멈출 수 없다. 돼지코 먹는 소리를 내며 웃으니 그 웃음소리가 더 웃기다. 환자가 주소를 불러주니 간호사가 웃음을 참으며 눈치껏 "괜찮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갈게요."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