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에 대해 질문이 있나요? 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몇 사람이 질문을 해줬다.
Q. 최대 몇 분의 내용까지 머리에 담을 수 있는지?
A. (몇 분이라고 물어보셔서 흠칫했어요. 보통은 1분 내외로 티키타카 통역이 많은 편이에요.) 내용에 따라 달라요. 나열하는건 꽤 어려운 편인데요, 예를 들어 응급실에서 "가슴 통증, 구토감, 메스꺼움, 어지러움, 숨이 차는 증상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비슷한 말을 계속 들으면 루틴이 되어 익숙해지는 부분이 있을 때가 있어요. 잘 모르겠으면 받아 적어야 하니 천천히 말해달라고 해도 괜찮아요.
스토리처럼 얘기를 길게 쭉 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런 경우는 노트테이킹 해야해요. 길이를 재보지는 않았는데 5분 이상 혼자 말하시면 끊어서 가자로 말하는 편이에요. 사실 이렇게 길게 얘기하는 분의 경우, 분량보다는 내용이 횡설수설해서 난이도가 높은게 더 커요.
참고로 A4용지 몇 장을 가지고 와서 '이거 좀 읽을게요~'라고 하시는 분에겐 정중하게 '통역사 말고 번역가를 찾으셔야합니다.' 라고 안내하라는 지침이 있는 회사도 있었어요.
Q. 통역사는 매 통역마다 100% 다 알아듣는지
A. 못 알아 듣는 부분은 "This is interpreter speaking, could you clearify ~~"라면서 되묻기 가능합니다.
Q. 다른 언어의 수요나 전망은?
A. 저는 한-영 밖에 못해서 잘은 모르지만, 미국에서 통역 요청 제일 많이 들어오는게 영-스페인어인 것 같아요. 하지만 시급이 높은 것은 소수언어 같아요.
Q. 번역은 전문 번역이 필요한 경우 빼고 AI 번역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역은 말을 바로바로 전달해야해서 생각보다 수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전문가의 의견은 어떤가요? 코딩처럼 초보는 필요없지만 전문가는 계속 필요한 시장인지, 혹은 전체적으로 파이가 눈에 띄게 줄어서 외국어 공부가 의미없는 수준이 되었는지? 최근에 외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요새 외국어는 자동번역이 좋아서 능력치로 안 쳐준다는 얘기가 잇어서요.
A. 이에 대한 생각은 수시로 바뀌는 편이에요. 처음에 라이브캡션(오디오로 들어오는 언어를 영어로 스크립트 적어주는 기능)을 썼을 때에는 이제 통역사라는 직업은 끝났구나 싶었죠. 하지만 계속 병행하며 사용하다보니, 이건 정교하게 발달해도 보조도구로 쓰이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더라구요. 어찌되었던, 통역업에 들어오고 싶으신 입장이라면 이런 부분은 너무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거에요. 우리가 자가용이 말을 대체했다고 해서 마부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뭔가를 도전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하다보면, 멈춰있는 것이 관성이 되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통역사를 계기로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기회로 연결될 수도 있구요.
Q. 통대학원 출신인지? 커리어를 어떻게 발전시키는지? 어떻게 준비하는지?
A. 저는 통대학원 출신이 아니에요. 통역계의 바닥부터 시작한 경우인데, 생계형으로 꾸역꾸역 시작했어요. 제가 봤던 테스트는 영어랑 한국어 말하기/듣기/기억하기/통역하기였고 면접에 통과 해야 했어요. 통과 하고 나서는 트레이닝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취업 확정이 되고 나서 (트레이닝 기간 한정) 조금 더 마음 편안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Q. 기술 통역은 어떻게 하는지? (기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사람들이 어려운 말 할때)
A. 저는 병원 통역이 주인데요, 처음엔 용어 때문에 힘들었죠. 다행히 트레이닝이 있는 회사에 취업해서 거기서 외워야 하는 단어, 실전 연습 시켜줘서 좋았어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힘을 기르게 된 것은 실무를 하면서 부터죠.
질문을 받아보니 확실히 우리나라의 특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커리큘럼이 있어야 마음이 편한 느낌이랄까. 비슷한 느낌으로 AI시대에 코딩을 배우려고 하니 두려웠던 내 모습이 보여서 동감이 많이 되었다. 반면, 가슴 한 편으로는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의 통역 경험은 직접 실전에서 뛰며 배우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랐지만 일단 바닥에 있는 눈을 조금씩 굴리다보니 이제는 제법 큰 눈덩이가 되었다. 직접 해보는 것을 경험해보니 머리파보다는 육체파로서 사는 것이 나한테는 잘 맞는 방법임을 알았다. (코딩도 AI의 도움을 받아,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먼저 해보니까 언어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