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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카 May 09. 2020

꿈도 카테고리화 할 수 있을까?

[박모카] 속마음 소리지르기 -16

나는 꿈을 참 많이 꿨다. 크면서 덜 해졌지만, 내가 꾸는 꿈의 유형을 한 번 나누어 보았다.


유형 1. 꿈을 꿀때 익숙한 장소 두개.

- 장소 하나당 꿈 하나에 나타난다. 내가 이런 유형의 꿈을 꿀 때에는 두 개의 장소가 번갈아가며 하루에 하나씩 찾아온다. 그런데 장소에 공통점이 있는듯 하다. 그것은 바로 다락방 같은 공간이 꼭 있는 것이다.

한군데는 어렸을때 많이 꿨고 다른 하나는 좀 커서 몇년에 한번전도로 꾸는듯하다.

어렸을때 많이 꾼 장소는 해리포터 출구게이트처럼 포털로 이동해야한다. 그러면 미끄럼틀같은거로 포털이동해서 다른곳으로 가게된다. 미끄럼틀 타면서는 워터파크 온 것 같은 느낌이 꽤 좋다. 물이 많고 수영장이 근처에 있는 느낌이 든다.


- 15여년만에 두번째 장소에 대한 꿈을 꿨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처럼 오랜만이었지만 어색하다는 느낌은 없었고, 반가운 마음에 기억을 되짚게 된다.


오랜만에 꾼 꿈은 저택같은 공간의 집이었다. 돌담과 푸르고 아기자기한 작은 정원이 있는 몇 층짜리 저택이었는데 근처에 레스토랑이 있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좁은 통로의 돌로 된 계단을 걸어 내려오면 집 밖인데, 이 거리를 걸어 앞으로 가면 다른 상점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거리는 노란빛이 퍼져있고, 일본의 아기자기한 느낌이 난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가보았다. 이곳의 메뉴는 어렸을 적에 다 알고 있었고 무엇이 맛있는지 잘 알았었지만 이곳의 주인장은 더이상 그때의 다양한 메뉴를 하지 않는다.

저택 안 방에 돌아와 이곳 저곳 찾다가 구석 유리문을 열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여태 쓰지 못했던 화장품류가 있었는데, 그 때도 오랫동안 쓰지 않을 것을 감지했는지 오일류나 클레이 마스크류만 남아있고 유통기한이 짧은 것은 없었다. 사놓고 몇 번만 썼지만 아직 기억에 남아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이 있었다. 대부분은 뜯지 않은 채 보관중인 새 제품이 많았다. 이 경우 언제 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제품을 들어 설명을 읽어보니 새로운 조합의 꽃 향이 좋아보이게 적혀있었다.

이곳에는 동네 사람들도 살았다. 꿈을 꿀 때마다 등장했던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이 장소에 사람들도 나온다. 익숙한 느낌의 사람들. 이번 꿈에서 나에게 살갑게 다가오던 사람들은 내 또래였던 사람 둘이었는데 어느덧 나처럼 컸다. 이 둘은 서로 친해보였지만 나랑은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두번째 장소에 관한 꿈을 15년여만에 다시 꾸니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하고 행복했다.


유형 2. 스토리가 있고, 깨어나서 뭔가 깨닫게 되는 꿈이 있다.

고등학생때는 불가능해보이는 절벽을 뛰어서 다음 절벽으로 이동에 성공했던 적이 있다.

잠에서 깨고나서 든 생각이, 불가능해보여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점점 더 크고 나서는 스토리도 복잡해지고 깨닫는 스케일도 커졌다.

예를 들자면 문재인 대통령이 꿈에 나왔을 때다. 강연을 들으러 갔는데 문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계셨다. 연설이 끝나고, 대통령께서 친히 나를 알아보고, 내 이름을 기억해주셨다. 나는 그의 정책이 싫었지만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자신이 잘 모르는 것을 어필하며 말을 하는 모습이 모진 내 마음을 누그러지게 했다.

나중에 누가 해주는 말이, 문대통령은 추후 자신의 큰 악의 축이 될만한 사람에게 일부러 잘해주며 그 싹을 자르는거라고 했다.

삶을 꽤 단순하게 살아온 나는 내가 이런 꿈을 꿨다는게 신기했다. '누군가의 의중을 알아내려하다니!'라면서.

참고로 위의 꿈을 꾸게 된 나의 깊은 내면을 나는 안다. 실제로 나는 문대통령의 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별로 안 좋아한다. 짓기로 한 발전소의 완공을 막기보다는 사고안전 감시망을 더 튼튼하게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어이없는 꿈도 꾼다.

할리스 신발을 안사줘서 오빠가 울었다고 들었다. 아빠가 워런티 없이 사는 조건으로 사주겠다고 했다. 워런티가 있으면 오빠가 나쁜짓을 할꺼라고 생각이 들었나보다.

웃긴데 그럴듯하다 ㅋㅋ


꼭 꿈에서 무언가를 깨닫지 않고, 스토리만 있는 꿈도 자주 꾼다. 비몽사몽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에는 '이런 내용은 영화로 만들어야해!'라며 혼자 감탄하고 있다.


유형 3. 음악 듣기.

어렸을 때는 꿈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들었다.

내가 악보를 적을 줄 알지 못하고 기억이 빨리 증발해버려서 그 아름다운 음악을 기록한 적은 없다. 하지만 현실에 나오면 정말 아름다운 음악이 될것같다, 또 듣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음감이 많이 나왔다.

현대음악은 한 번 나왔는데, 내가 들어보지 못한 90년대 옛날 노래였다. 나중에 꿈꿀 당시 유행하던 가수가 그 노래를 리메이크로 부르고 나와서 놀랐다. 무의식중에 그 노래를 어디선가 미리 들어버렸을수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바로 ‘매일 그대와 함께하고파’라는 가사가 있는 노래. 음악과 가사가 모두 꿈에 나왔었다. 꿈을 꾸는 와중에도 현실로 돌아와서 이건 꼭 기록해야해라며 후렴구라도 열심히 기억해서 꿈에서 깨자마자 녹음기를 킨 적이 있다. 클래식은 하나라도 기록하기 어렵지만 현대음악은 후렴구의 메인 멜로디와 가사를 기억할 수 있어 녹음에 성공했다. 나중에 다른 가수가 그걸 부르고 있는 걸 보고 아쉬웠다.


유형 4. 그림.

언젠가는 내가 익숙한 사인을 하는 꿈을 꿨다. 고등학생의 신분에서 어디를 갈 때마다 사인을 해줬는데 꽤 예뻤다. 동글동글 선이 기억에 남는다. 이것 역시 자에서 깨자마자 바로 핸드폰에 기록을 했는데 꿈만큼 드라마틱하게 예쁘지는 않다.


유형 5. 느낌.

초등학생 때 타봤던 회전목마가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동화같았는데 같이 흘러 나오는 노래가 너무 슬퍼서 마음이 아팠다. 잠에서 깨서 울었다.

이때는 꿈에서 느낀 감정이 너무 강력해서 현실로 돌아와서도 너무 슬퍼했었다.


나는 눈이 안보이는 나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게 커튼을 쳐서 도와주는데
차오르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뭔가를 느낀다는 것은 감정이 있고 그것이 메마른 것 보다는
다른 것과 관계를 맺으며 풍부하게 좋은
감정이 찾아오고 또 찾아오는

이것은 잠에서 깨서 바로 메모한건데,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때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생각난다.

관계를 통해 좋은 감정이 느껴지는데, 그 감정이 또 더 좋은 감정을 낳고 또 낳고...

그러니까 연못에 물이 한방울 떨어진 것이 기폭제가 되어 바로 두방울이 바로 떨어지고, 열방울로 번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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