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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별아star a Feb 04. 2019

여행의 의미-알프스 산맥에 피어나는 에델바이스처럼

-25박 27일 여자 혼자 유럽 배낭여행 - 바젤/인터라켄 편

· 여행의 의미- "알프스 산맥에 피어나는 에델바이스(Edelwiess)처럼
· 25박 27일 여자 혼자 유럽 배낭여행
· 아름다운 라인 강이 흐르는 스위스 바젤(Basel)과 알프스를 담은 인터라켄(Interlaken)

콜마르에서 바젤로


여행 두번 째 국가 스위스(Switzerland)로 이동하는 날, 프랑스 파리 교외 마을 콜마르 중앙역에서 스위스 바젤(Basel) 행 기차를 탄다. 스위스는 유럽 여행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한 열두 개의 국가 중에서도 가장 교통이 편리하다고 느꼈던 곳이었다.


대중교통의 편의성과 안전함, 여행객에게는 여행을 하다 보면 생기는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치안, 청결, 사람들의 매너 등 많은 요소가 있지만 교통(traffic)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스위스 국유철도(SBB)(사진 옥별아)


스위스의 기차는 다양한 노선과 효율적인 열차 배정 시간, 안전과 청결도로 국철을 이용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와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대중교통이 국가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스위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스위스 국철은 SBB라고 하는데, 이는 독일어로 스위스 철도(Schweizerishce Bundesbahne)를 뜻한다. 스위스는 독일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어가 공용어로 쓰이며, 26개의 주로 이루어진 연방 공화국(Federal republic)이다.

스위스는 오래전부터 영세중립국으로,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와 함께 유럽연합에 가입하고 있지 않은 몇 안 되는 유럽 국가이며, 어떤 국가와도 동맹을 맺지 않는 비동맹 외교국이기도 하다.


중립과 평화, 스위스가 표방하는 국가의 철학과 목표는 무엇일까?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향하는 기차 안, 스위스와 가까워지는 거리만큼 스위스를 담아내고 싶은 마음도 불어난다.






바젤: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 도시


프랑스 콜마르 중앙역에서 기차로 40분, 프랑스와 국경이 접해 있는 도시 스위스 바젤(Basel)에 도착한다. 바젤 중앙 역을 나오자 스위스의 주 교통수단 중 하나인 트램(tram)이 바젤 시내 중앙을 가득 메우고 있다. 트램의 전깃줄과 공사 중인 건물들은 여느 혼잡한 도시의 모습이다.


공사 중인 건물 한 곳 'Baloise'라고 적혀 있는 글씨가 눈에 띈다. 그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무언가의 이름이겠지 하고 지나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발로이제' 이 단어를 다시 보게 된다.


바젤 중앙역을 나오자 보이는 시내 전경과 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트램(사진 옥별아)




평화로운 분위기의 바젤 중심부에 있는 라인 강 전경(사진 옥별아)

라인 강(Rhein River)


'발로이제'를 다시 보게 된 것은 바젤 시내를 가로지르는 라인 강(Rhein River)의 다리를 건너면서였다. Baloise(발로이제)는 '세 가지 색의 세 송이 튤립(Tulipe de trois couleurs)'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스위스 바젤에 거점을 둔 스위스 제3의 보험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바젤에서는 매년 6월에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Art Basel)'이 개최된다. 라인 강 다리에는 아트 페어를 홍보하는 기(flag)가 걸려 있는데, '발로이제 부문(Baloise Session)'은 신예 아트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부문이다. 바젤에 거점을 둔 이 회사가 전 세계의 신예 작가들을 위해 마련한 부문이라고 한다.



스위스의 상업과 교통의 중심지이자 문화예술의 도시 바젤.  꽉 찬 도시의 모습만큼이니 바젤의 매력은 가득하다.
라인 강과 발로이제 깃발(사진 옥별아)


바젤에서 바라보는 라인강은 복잡한 시내와는 대조되는 조용하고 단조로운 분위기이다. 라인 강변을 걷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에 들어선다. 거리의 끝에는 넓은 광장이 보인다.





마크르트 광장(Markplatz Square)와 바젤 시청사(Basler Rathaus)


바젤의 중심부에 위치한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 Square)은 바젤을 관광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대형 광장이다. 탁 트인 광장의 옆에는 눈에 띄는 붉은색 건물이 보인다.


바젤 중심부의 마르크트 광장과 붉은 시청사(사진 옥별아)

이 건물은 16세기에 지어진 바젤 시청사(Basler Rathaus)로, 지금도 건물의 2층에서는 바젤 시의 행정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후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시청 건물은 붉은 외관과 외벽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그림들로 유명하다. 특히 회반죽이 마르기 전 벽에 그림을 그려 넣는 프레스코화 방식(fresco)으로 새겨 넣은 그림들은 붉은색과 어우러져 붉은 건물을 고풍스럽게 만들어 준다.


가까이서 본 시청사는 '붉은 시청사'라는 애칭에 걸맞은, 바젤이라는 도시의 '밝고 건강한 의지(bright and courage)의 기운'이 느껴진다.





엘리자베스 교회(Open church Basel)


바젤에는 붉은색의 시청사와 대성당과 더불어 도시를 대표하는 회색의 엘리자베스 교회가 있다. 18세기 신고딕 양식(neo-Gothic)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뾰족한 첨탑과 회색 빛깔의 건물과 대조되는 파란색의 시계가 특징이다.


열린 교회(Open church Basel)라는 다른 이름을 가진 이 교회는 바젤 인들의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바젤의 열린 교회의 모습(사진 옥별아)


교회 옆 작은 광장에는 젊은이들이 모여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1층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는 귀여운 강아지를 데려온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교회, 그 안을 들여다보니 내부는 그날 밤 열리는 음악회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이 회색빛의 건물의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신식 건물들 사이, 복잡한 도로 위를 바쁘게 지나가는 트램 옆에서 홀로 시간을 멈춘 채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젤에서 인터라켄(Interlaken)


시간을 멈추어 시간을 벌고 싶었던 도시, 인터라켄(Interlaken)으로 가는 길의 경유지로 넉넉하게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바젤을 뒤로하고 바젤 중앙역으로 걸음을 옮긴다. 다른 도시를 향한 설렘이 이 아쉬움을 덮기를 기대해보며-


알프스를 볼 수 있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가 있는 융프라우(Jungfrau), 그곳에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도시 인터라켄으로 향한다.


출발 시간에 늦지 않게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 East)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바젤에서 쉼 없었던 두 시간의 도보 관광. 기차의 좌석이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지는 두 시간. 잠깐 눈을 붙이자 어느덧 인터라켄에 도착해 있다.





인터라켄 시내에서 보이는 알프스 산맥(사진 옥별아)

알프스를 담고있는 도시 인터라켄

 

인터라켄에는 도시의 중심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 East)과 서쪽에는 인터라켄 서역(Interlaken West)이 있다. 숙소에서 가까운 동역에서 내려, 내일 융프라우(Jungfrau)로 올라가는 산악기차의 시간표를 구한 후 거리로 나선다.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서 넓은 초원을 마주한다. 인터라켄의 중심부에 있는 이 초원은 패러글라이더의 착륙지점인 듯하다. 하늘에서 날개를 달고 있던 사람들이 땅을 밟는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벤치에 앉아 저 멀리의 알프스를 눈에 담아본다. 하얀 눈만큼이나 맑은 인터라켄의 초원과 공기가 더욱 만족스러운 늦은 오후, 어느새 해는 저물어간다.


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각, 10월 유럽의 밤은 유독 짧게 느껴진다. 밤에 묻히는 알프스가 아쉽다.


알프스 산맥 중턱에서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더의 모습(사진 옥별아)


알프스(Alps)는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그리고 오스트리아에 걸쳐 있는 산맥으로 초원과, 호수의 아름다운 고산 풍경을 보러 등산·관광객이 모여드는 명소이다. 알프스는 낮에 들렀던 바젤의 중심을 흐르는 라인 강을 포함하여 유럽을 가로지르는 큰 하천들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내일이면 유럽의 가장 높은 알프스 전망대에 오를 생각으로 설렘이 다가온다.


어느덧 해가 저무는 인터라켄(사진 옥별아)



스위스 삼림지대의 뻐꾸기 시계

인터라켄 시내의 뻐꾸기 시계 전문점(사진 옥별아)


인터라켄 시내에는 스위스 명품 시계점들과, 명품 잡화점, 고급 뷰티숍들이 거리를 메운다. 그중에서도 스위스 명품 뻐꾸기시계 전문점들이 눈에 띈다. 스위스 삼림지대는 전통적인 목재조각과 뻐꾸기시계, 현대적인 시계 등을 제조하며 제조업과 상업이 발달하였다.


특히 뻐꾸기시계는 세계 제2차 대전 때 나치 정권을 피해 스위스로 망명한 독일과 프랑스의 시계기술자들이 탄생시킨 것이라고 한다.






알프스 산맥과 에델바이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에서도 스위스로 망명한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나에게 알프스는 여주인공 마리아와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도시락 소풍을 즐겼던 곳이자, 영화의 결말로 온 가족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 스위스로 망명했던 곳이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사랑'과 '가족애'를 담은 영화로 내가 아이였을 적부터 좋아하던 영화 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상처 입고 경직된 오스트리아(Austria) 가족이 사랑과 노래로 회복되어가는 모습, 그 과정에서 나치 치하로부터 벗어나 스위스로 망명하는 가족의 실화를 담고 있다.


영화의 초반부에 트랩 가족의 사랑의 회복을 의미하는 노래이자, 후반부에 사람들을 속이고 알프스 산맥을 넘기 위해 가족 합창경연에 참여한 트랩 가족의 아버지가 부른 노래가 에델바이스(edelweiss)이다.


에델바이스는 스위스의 국화로 유럽 알프스가 산지이기도 하다. 알프스의 하얀 에델바이스는 스위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바젤의 삼색 튤립은 스위스의 강렬한 긍지를 향기로 담고 있는 듯하다.

알프스 산맥에 핀 에델바이스와 영화 속 에델바이스를 부르는 장면



에델바이스(Edelweiss)작사 미상,작곡 R. Rodgers




사랑의 의미를 가족에 초점을 둔 이 영화는 자연과 음악으로 회복되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주변인들과 소통하며 교감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 가정이 중심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사는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이 아닐까. 굳건하고 아름다운 길.



인터라켄의 밤은 유난히 허기지다. 5일 동안의 유럽여행으로 벌써 떠나온 한국이 그리워질리는 없다. 가족이 보고 싶다고 느꼈다. 어느덧 쌀쌀해진 가을밤, 나는 유럽 여행에서 처음으로 한국음식이 그리워졌다. 길을 걷다 마주한 아시안 전문 음식점, 그곳에서 한 끼의 따듯한 식사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의 허기를 채운다.


그리움도, 외로움도 이 밤과 내일의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알프스 산맥을 덮은 새하얀 눈과 닮은 에델바이스의 고고한 순수함. 이를 지키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일도 삶의 의미를 찾는 여행은 계속되지만 말이다.

 

인터라켄의 아시아 전문 음식점과 인터라켄 숙소 밖 풍경(사진 옥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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