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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별아star a Feb 06. 2019

여행의 의미-가볍지 않은 만남이 있는 곳

-25박 27일 여자 혼자 유럽 배낭여행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 편

여행의 의미-"가볍지 않은 만남이 있는 곳"

-25박 27일 여자 혼자 유럽 배낭여행

유럽에서 가장 놓은 곳, 융프라우(Jungfrau) 여행



인터라켄 동역에서 융프라우행 기차 타기


이른 아침 숙소를 나와 융프라우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인터라켄 동역으로 향하는 길, 아침 공기가 유난히 맑다.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기차는 새벽 6시 반부터 삼십 분 간격으로 2시 반까지 운행된다. 융프라우에서 인터라켄으로 내려오는 마지막 기차는 4시이다.


나는 8시 35분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로 한다. 맞은편에 앉은 노부부와 눈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어느새 기차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고 좌석이 몇 개 남지 않아 보인다.


융프라우행 산악기차 기차표와 시간표(사진 옥별아)
융프라우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사진 옥별아)



융프라우행 기차에서 만난 친구 '피피(Fifi)'


출발시간에 임박했을 때였다. 앳되 보이는 젊은 동양인 여성이 기차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히잡을 쓴 여성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고 느껴지는 찰나 그녀가 비어있던 내 앞 자리로 와 어색함 없이 내게 인사를 건넨다.


"Hi. Is this seat free?"

(안녕하세요. 이 자리는 비어있는 건가요?)


"Yes. You can have a seat"

(네. 비어있어요. 앉아도 돼요)


내 대답을 듣고 난 후 앉은 그녀는 곧바로 내게 '융프라우는 혼자 가는 것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함께 동행을 해도 되는지' 등을 물어왔다. 그녀의 밝고 귀여운 인상과 태도에 나는 흔쾌히 동행을 하기로 했다.


동그란 안경이 잘 어울리는 그녀의 이름은 피피(FiFi)였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 왔다는 그녀는 일주일의 휴가를 스위스 여행으로 보내고 있다고 했다. 취리히를 거쳐 어제 인터라켄에 도착했고 오늘 저녁이면 제네바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나의 27일 동안의 여행 계획을 듣고선, '한 달 동안 13개국 26개 도시라니!' 적지 않게 놀란 듯 한 모습이었다.


여행을 계획할 때에도, 여행 중에도 나의 여행 계획이 체력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도전'에 가까운 것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보니, 도전을 넘어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무엇보다, 행복했다는 것과 건강했다는 것으로.


그렇게 여행은 도리어 일상의 감사를 알게 해 주었다.



여행전문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래머이기도 한 그녀는 적극적이고 배려심 있는 성격이었다. 그녀는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들, 처음으로 가는 곳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일까? 융프라우에는 첫 방문이라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그녀가 보이는 것보다도 더 활동적인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말에 잘 웃어주고 예쁘게 사진도 찍어주면 되겠지.'


나는 그녀에게 맞추기보다는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눈치채 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채워주자고 생각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융프라우로 가는 두 가지 루트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


인터라켄에서 출발한 기차가 어느덧 알프스 산 중턱에 아름다운 마을에 멈춰 서고, 이 곳에서 우리는 함께 융프라우행 산악 기차로 갈아탄다.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길은 두 가지로, 라우터브룬넨(Lauterbrunnen)이라는 마을을 들르는 것과 그린델발트(Grindelwald)라는 마을을 들르는 것이다.


우리는 올라가는 갈 때는 라우터브루넨을 거쳤으니, 융프라우에서 내려갈 때는 그린델발트에 들러 마을을 관광하기로 했다.


잠시 멈춰 선 알프스 중턱, 이 곳에선 알프스 산맥을 따라 높이 솟아오른 융프라우가 저 멀리 보인다. 알프스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이라는 융프라우의 모습이 가까워진다.


라우터부른넨에서 산악기차로 갈아타는 사람들(사진 옥별아)
융프라우로 향하는 산악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알프스(사진 옥별아)


융프라우는 4,158m의 고봉으로 몽블랑(4,810m), 마터호른(4,478m)과 더불어 알프스의 가장 높은 봉우리 중 하나이지만, 이 산은 정상까지 열차로 쉽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모인다.


산악기차에 앉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매표원이 표를 검사하러 다닌다. 표를 검사한 후에는 융프라우가 그려진 초콜릿을 나눠준다. 먹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호주머니에 넣는다.


융프라우행 기차에서 받른 스위스 초콜릿(사진 옥별아)


총 두 시간 반이 걸려 도착한 기차가 드디어 융프라우 역에 멈춰 선다. 기차에서 내리면 '융프라우,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Jungfraujoch - Top of Europe)'이라는 거대한 파란 간판이 눈에 바로 들어온다.


열두 개의 유럽 여행국 중에서도 스위스는 교통이 가장 편리한 곳, 스위스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차별성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인터라켄과 융프라우를 이어주는 이 기차 때문이었다.


여기에 융프라우 역에서부터 이어지는 관광 코스는 스위스 관광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사진 옥별아)



융프라우 관광


융프라우는 관광지도를 보고 융프라우 관광 코스를 따라 번호순으로 관광을 하거나 선택적으로 관광을 하면 된다.


융프라우역 홀(hall)에서 <융프라우, 유럽의 정상>(사진 옥별아)


역을 기준으로 메인홀에서는 통유리로 융프라우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건물에는 레스토랑과 편의시설 등이 있다. 이어지는 복도에서는 융프라우 파노라마 상영관이 있고, 그곳을 나오면 야외 테라스에서 융프라우를 볼 수 있는 스핑스 전망대 테라스가 있다. 바깥으로 나가면 스키, 스노보드, 썰매와 짚라인까지, 스노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특히 알프스의 만년설 위에 펄럭이는 스위스 국기를 배경으로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고원지대(Plateau)와 자연 그대로의 빙하를 다듬어 만든 얼음 궁전은 융프라우 관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융프라우 관광코스와 메인 홀에서 이어지는 터널(사진 옥별아)


융프라우의 철도는 100여 년 전 '철도의 왕'이자 스위스 산업의 거물로 불리었던 아돌프 구에르첼러의 기획으로 건설되었다. 1896년부터 16년간 철도 공사가 지속됐고 구에르첼러는 사업 시작 3년 만에 세상을 떴지만 1912년 8월1일 스위스 독립기념일을 기해 개통됐다.


융프라우 철도 관광에 참여하고 있는 열차 회사만 해도 7개, 융프라우는 오늘날 스위스 문화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메인 홀(hall)을 통해서 우리는 가장 먼저 테라스가 있는 스핑스 전망대로 향하였다. 직접 눈을 밟아 볼 순 없지만 높은 위치의 4면의 테라스에서 알프스 산맥을 360도로 담을 수 있는 특별한 전망대였다.


전망대 테라스 바라본 알프스 전경(사진 옥별아)


난 무언가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무와 꽃도 좋아하지만, 나무와 꽃을 아우르는 동산과 숲을 더 좋아한다.


테라스 전망대는 융프라우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알프스 산맥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였다. 코끝이 시릴 만큼 추운 날씨, 차가운 바람처럼 날카로울 것 만 같던 새하얀 알프스는 아늑하고 따사롭다.



야외 테라스를 나와 얼음궁전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바닥부터 천장, 곳곳에 크고 작은 조각품들 모두 지하 30m의 빙산을 조각해서 만들었다. 얼음궁전의 천장은 아치형으로 길게 뻗은 궁전의 복도로 이어져 있다. 궁전 안에 이글루와 펭귄 가족이 유난히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융프라우 얼음 궁전의 모습(사진 옥별아)


궁전의 얼음 벽에는 얼음에 갇혀 있는 다섯 송이 장미가 있다. 이 장미를 보고 있자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마법에 걸린 장미가 생각난다.


애니메이션에서 야수는 마법에 걸린 왕자이다. 화려한 무도회를 연 왕자에게 노파가 다가와 한 송이 장미를 바치며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왕자는 볼품없는 노파를 조롱하며 성에서 나가라고 한다. 그러자 그 노파는 황금빛 찬란한 요정으로 변하여 겁에 질려 애원하는 왕자에게 야수로 변하게 하는 저주를 내리고, 왕자를 보좌하던 관리들과 하인들도 모두 물건으로 바꾸어버린다. 저주의 영향으로 성에 있던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진다.
얼음 속 장미(사진 옥별아)


 요정이 전해준 장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꽃잎이 하나씩 떨어져 가고, 꽃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진정한 사랑(true love)을 찾지 못하면 야수는 영원히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얼음궁전은 시간을 멈추고 싶은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곳 같다. 진정한 사랑을 영원토록 기다리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만년설과 스위스 빨간 국기


얼음 궁전을 지나면 하얀 눈 밭 위에 스위스 국기를 볼 수 있는 고원지대가 나온다. 융프라우에 와서 처음으로 눈을 밟아 보게 되는 곳이다. 왜인지 모를 조심스러운 발걸음, 새하얀 눈밭은 밟기조차 망설여진다.


눈 밭을 걸어 나와 마주한 융프라우의 모습은 융프라우의 '처녀'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우아한 모양이다.


만년설의 스위스 국기가 유난히 눈에 띄는데, 그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다. 영하의 기온에도 사람들은 만년설의 알프스를 가득 담으려 한다.


고원 지대의 융프라우와 스위스 국기(사진 옥별아)



알프스 산에서 밥 한 끼


우리는 추위도 녹일 겸 건물 안으로 들어가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퓨전음식 점으로 그녀는 카레를 난 베지테리언 롤을 선택했다.


알프스 산맥이 보이는 명당에서 따듯한 음식과 함께 휴식을 가져본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추위에 노출되어 있던 긴장한 몸을 녹여준다. 따뜻한 음식 한 숟가락과 한 잔의 커피로 온 알프스를 얻은 듯 마음이 풍족해진다.


융프라우 식당에서 알프스 산을 바라보며(사진 옥별아)


우리는 밥을 먹은 후, 안에서 알프스를 조금 더 구경한 후 기차 시간에 맞춰 그린델벨트-인터라켄 코스의 하행 기차를 탄다.




그린델발트


융프라우에서 그린델발트로 향하는 기차 안, 맞은편에는 우연히 한국인 모자(母子)가 앉았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어머니와 둘이 여행을 온 듯했다. 인터라켄도 아니고 알프스 중턱의 그린델발트에 숙소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머니와의 여행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계획했을 그와, 지금 여행길에 함께 있는 어머니. 둘의 모습을 보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이란 크게 어려운 게 아닌데, 가끔은 착각하는 것 같다.




그린델발트 마을과 알프스(사진 옥별아)


그린델발트는 인터라켄 중턱의 평평한 지역에 있는 마을로, 인터라켄과 더불어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많은 관광객들이 묵는 곳이다.


인터라켄에 비해서 알프스가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알프스 산맥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주는 그린델발트이다.


그린델발트의에서 보는 알프스 산맥(사진 옥별아)


그린델발트를 피피와 함께 한 바퀴 걸어본다. 유난히 푸른 초원과 어우러진 알프스 앞에서 한참 동안 머물러 자연의 흥취를 느껴본다.


나는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몇 번이고 말했던 것 같다. 피피는 대답했다. '너 그 말 몇 번째야. 정말 맘에 드나 보구나. 나도 그래.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해'.


여행에서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좋음 점은 지금 느끼는 감정을 나누고 공감받고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일 때도, 누군가 곁에 있을 때도 자유롭게 흐르는 감정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곧 우리는 시간을 확인하고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린델발트에서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기차 안, 앞 좌석에는 친구로 보이는 서양 여자 두 명이 앉았다.


그린델발트 기차역과 시간표(사진 옥별아)


그녀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여느 친구들의 대화와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 그녀들에게도 스위스 여행은 오랫동안 소망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러면서 스위스가 얼마나 미국과 다른지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기차 밖으로 소들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You know, here in Swiss, cows are so white".

(그거 알아? 스위스 소들은 너무 하얘)

" Yeah. That's why Swiss cheese is that white unlike ours".

(그래 맞아. 그래서 스위스 치즈가 하얗잖아, 우리 거랑 다르게)


소의 색깔이, 우유로 만드는 치즈의 색깔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잠깐 착각으로 한 말인지 수준 높은 하이 개그(high humor)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그녀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행 기차 안에서(사진 옥별아)


그녀들의 가벼운 농담에 흥미를 잃을 때쯤, 피피가 그녀의 가방에서 스위스 초콜릿을 꺼내 내게 건넨다.


그녀의 호의는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함께 동행하는 내내 그녀의 존재가 내게 그러했다.



헤어지는 길 우리는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녀는 얼마 전 휴가 때 한국에 오게 될 것 같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융프라우에서 인터라켄으로 기차로 내려오는 길(사진 옥별아)


유럽 어느 곳보다 알프스 산을 오르는 가장 편리하고 안전한 길이 있는 곳이 '융프라우'.  '다음엔 가족과 함께 와도 좋겠구나' 라던지, '친구들이랑 함께 와도 재밌겠네'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보다 여행이 고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 때 마다 다른 풍경과 분위기로 새로움을 줄 것 같은 자연이 주는 경외함이 있기 때문이다.


편리한 기차, 정돈된 투어코스, 융프라우의 아름다운 자연관광, 편의시설 이용의 편리함까지. 알프스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융프라우로의 여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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