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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별아star a Feb 19. 2019

여행의 의미-러브하고픈 도시 류블랴냐의 러브레터

유럽 여행 다섯 번째 국가 슬로베니아 'Slovenia'


류블라냐의 상징 용(사진 옥별아)


트리에스테에서 류블랴나로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지역 이탈리아 트리에스테(Trieste). 이곳의 시외버스정류장에서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Ljubljana)로 가는 Flix Bus를 기다린다.


Flix Bus는 유럽 전역을 오고 가는 시외버스 브랜드로, 유럽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 현지인들이 도시와 국가를 이동할 때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유럽 여행 동안 나는 13개 국가와 26개 도시를 이동하며 수많은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그중 플릭스 버스는 이동경로가 가장 다양하고, 이용하기에 편리하여 여행 루트를 계획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다만, 연착이 되는 경우가 있고, 좌석이 예약제가 아니라 불편한 상황들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여자 혼자는 언제나 조심

트리에스테 시외버스정류장에서 류블랴나행 버스를 기다릴 때였다. 플릭스 버스 앱에서 버스 연착을 알리는 알림이 울린다. 1시간 반의 연착, 하는 수 없이 버스터미널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기다리는 동안, 지긋이 나이를 잡순 서양 남자가 옆 의자에 앉더니 인사를 건넨다. 무언가 말을 걸고 싶어 하는 그를 느꼈지만,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가족에게 전화를 건다. 그는 내가 통화하는 동안 옆자리를 지키다가 20여 분이 지날 즈음 눈인사와 함께 자리를 뜬다.


통화를 마치자 터미널 안을 서성이던 젊은 청년이 다가와 뭐라 말을 건다. 영어가 아니라 알아들을 수 없었고, 무슨 도움이 필요한 거냐고 묻자 그는 돈 몇 푼을 달라는 듯 슈퍼를 가리키며 뭐를 좀 사고 싶다고 말을 하는 듯하다. 나는 그에게 'no'라고 단호히 대답을 하고, 기분이 나빠질 때 즈음, 터미널을 나와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가기 위해 자리를 뜬다.


버스정류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연착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반 뒤늦게 류블랴냐행 2층 버스가 터미널로 들어선다. 4시 반 예정이었던 버스, 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어느덧 6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나는 버스 1층에 바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트리에스테에서 버스로 1시간 반, 버스 안에서 일몰을 맞이한다. 어둠이 가득한 시간, 어느덧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 도착한다.





Vila Veselova(빌라 베셀 로바) 류블랴나 숙소

예정보다 늦은 시각, 해가 지기 전 도착하여 숙소까지 걸어갈 예정이었지만, 결국 버스를 타고 숙소까지 이동하기로 한다. 시외버스정류장(Kolodvor station)에서 숙소 근처(Cankarjev dom station)로 이동하는 버스를 검색한 후 정류장을 찾아 나선다. 얼마 후 버스가 오고, 10분 후 숙소 근처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트리에스테에서 류블라냐 행 버스 표와 류블라냐 도착 후 숙소 이동 경로


숙소는 슬로베니아 외교부와 각국 주재 대사관들이 위치하고 있는 동네에 있는 'Vila Veselova(빌라 베셀 로바)'라는 호스텔이었다. 역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안전하고 분위기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류블랴나 성과 시내 중심지와도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류블라냐 내 대한민국 대사관(사진 옥별아)
숙소 근처의 분위기와 각국 대사관 사저들(사진 옥별아)

 


주택 건물을 개조하여 호스텔로 만든 노란색의 건물은, 내부가 더욱 매력적이다. 넓은 공용 거실과, 주방, 넓은 창문과 창문을 통해 보이는 공원, 창문틀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숙소의 전경과 숙소에서 바라보는 주택가의 분위기와 숙고 내부 (사진 옥별아)


짙은 갈색의 나무 바닥과 흰색 문, 넓은 침대와 푹신한 침대보. 넓게 꾸며진 테라스와 그 테라스에 앉아 누리는 따뜻한 햇볕. 시야에 들어오는 류블랴나의 사랑스러운 주택들과 가족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도시 류블랴나


류블랴나는 슬로베니아어'사랑스러운(lovely)'를 담은 뜻을 가진, 한반도의 1/11의 크기의 슬로베니아의 수도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류블랴니차 강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류블랴나의 기온은 1월의 3.4℃에서 7월의 21.9℃의 사이로 지중해성 온난 기후를 띄고 있어 여행하기 좋은 도시이다.


류블라냐 중심을 가로지르며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나누는 류블랴니차 강(사진 옥별아)



프레셰렌 광장에 있는 성 프렌체스코 성당(사진 옥별아)

성 프란체스코 성당과 프레셰렌 광장


도시의 중심에는 류블랴니차 강이 흐르고 이 강을 기준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뉜다.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자 '분홍 성당'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성당은 도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그 독특한 색깔은 프레세렌 광장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성당은 류블랴나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 러블리함이 느껴진다. 수도이지만 작은 크기의 마을로 화려함 보다는 소박하며 정겨운 분위기를 담고 있는 류블랴나이다.

 

분홍성당이 있는 프레세례 광장은 슬로베니아의 낭만파 시인 프레 세롄(1800~1849)을 기리는 곳이기도 하다.  프레세롄은 슬로베니아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다. 프레세렌의 시 '축배'는 슬로베니아의 국가(國歌)이기도 하며, 그가 죽은 날은 슬로베니아의 공휴일 이기도 하다.


프레세렌의 시 <축배>와 프레세렌 실물화


프레셰렌은 일생동안 한 여자를 사랑하며, 오직 그녀만을 위해 수 많은 시를 남겼다고 한다. 그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녀와 그는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였다. 프레셰렌 동상은 여전히 율리아에 대한 사랑을 담아 시선은 그가 사랑했던 율리아의 생가에 멈춰 서 있다.


프레셰렌 광장의 프레셰렌 동상에서 바라보는 율리아의 생가의 모습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닐까. '희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용기로 다가가는 것은 곧 희생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일까? 프레셰렌에게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 그가 이루지 못한 사랑은 작품으로 꽃피었지만, 그것으로 그의 사랑은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사랑이 표현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다고-



분홍 성당과 트리플 브릿지의 모습(사진 옥별아)


강과 마주한 이곳에서 나는 류블랴나의 정취를 느껴본다. 느리게 흐르는 강물, 그 위 다리에서 나는 무언가를 그리워했다.


예고없이 맞이하는 황홀한 광경 사이로 나는 무언가를 그리워했다. 그것이 허황된 꿈이든 어긋남이 있든.
아름다운 꿈이든 그것은 상관이 없었다. 그저 무언가를 갈망하는 나를 느끼고 있었다. 이 강은 깊은 고독과 같았다.
미로와 같이 느껴지는 답답함의 시간을 버텨내주고 있었다. 갈망과 고독, 그것은 결핍이었다. 나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주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갈증, 갈망. 그것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마음이자, 달이 떠오르는 밤하늘 가득한 별의 새벽녘 사라짐. 해가 뜨듯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무언가에 소속되어 있었다.


이 곳에서 구시가지로 이어지는 다리는 트리플 브리지(triple bridge)로 세 개의 다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저 위로 류블랴나 성이 눈에 들어온다.


다리를 건너자 보이는 류블라냐 시청사와 높은 깃발이 꽂혀있는 류블라냐 성의 모습(사진 옥별아)




류블랴나 성(Ljubljanski Grad)



류블랴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류블랴나 성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성 입구에 들어서면 류블랴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다른 도시에서 만나는 성에 비해서는 초라할지 몰라도, 오히려 소박한 느낌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천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자리하고 있는 류블랴나의 대표적인 명소인 만큼, 류블랴나를 여행하며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운 곳이다.


류블라냐 성의 내부 모습(사진 옥별아)


가파르지만 숲길을 올라가거나 내려가며 류블랴나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는 산책로는 류블랴나의 명소이다. 류블랴나를 바라보고 있으면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곱게 빚어낸 듯한 도시의 풍경, 그 안을 다소곳이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다정한 사람들. 류블랴나의 매력은 다른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소박함 그 이상의 순수함이었다.  



류블라냐에서 바라보는 시내 전경 모습(사진 옥별아)



류블랴나의 상징 용의 다리(사진 옥별아)

류블랴나 용의 다리


류블랴나 성을 나와 마주한 용의 다리는 류블랴나를 상징하는 네 마리의 용(dragon)이 다리의 네 모서리를 차지하고 있다.


용이 류블랴냐의 상징이 된 것은 류블랴나가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이아손에 의해 세워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왕자였던 이아손은 황금 깃털을 찾아 바다를 항해하다 흑해 지방에서 황금 깃털을 발견해 지금의 류블랴나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곳에 살던 용을 물리쳤다고 한다.



용 조각은 생각보다 정교한 모습이다. 눈과, 뾰족한 이빨, 날카로운 발톱과 힘이 느껴지는 몸통과 꼬리. 용을 물리치고 류블랴나를 지켜낼 수 있었던 자부심이 느껴지는 다리이다.





노천 시장(open air market)


류블랴나 노천 시장은 광장을 지나 성을 가는 길목에 넓게 자리하고 있다. 식료품, 꽃, 의류 등 다양한 생필품 판매점이 잘 구획되어 있고,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노천 시장의 모습과 싱그러운 꽃들(사진 옥별아)


럽 여행 중에 마주친 그 어느 시장의 꽃보다도 아름다웠던 류블랴나의 꽃. 그것은 아마 류블랴나의 따듯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이 불러일으키는 착각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 어느 곳보다도 '꽃 한송이 씩 나눠 가질 연인이 있으면 좋았겠다'라고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작은 해바라기를 그에게 받고 싶기도, 그에게 주고 싶기도 하는 그런 따사로운 10월의 오후였다.




부처스 브릿지의 전경(사진 옥별아)

부처스 브리지(Butcher's Bridge)


부처스 브리지(Butcher's Bridge)에는 사랑의 자물쇠들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류블랴니차 강이 흐르는 배경 위로 사랑을 가득 담은 다리는 설렘을 느끼게 해 준다.


류블랴나는 깔끔한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길거리가 매우 단정하였으며, 어느 곳에 가도 시설물이나 거리가 잘 관리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도시의 정갈한 이미지, 푸른 하늘마저 맑게 다가오던 도시, 찬란한 햇빛 속 느껴지는 바람마저 깔끔했던 도시, 그 속에서 류블랴나를 명료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부처스 브릿지의 청동상과 사랑의 자물쇠(사진 옥별아)



러블리한 도시? 러브 하고픈 도시!


류블랴나에서는 깊은 사랑의 감정이 솟아오른다. 그것은 류블랴나의 아기자기함, 사랑스러움이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 위 다리를 손잡고 건너거나, 노천 시장에서 꽃 한 송이를 사주거나, 다리 위에 사랑의 자물쇠를 걸며 사랑의 약속을 하는 그런 낭만.



    없던 낭만도 있는 힘껏 끌어오고픈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도시 류블랴나




사랑을 사랑하고픈 도시, 사람을 사랑하고픈 도시, 그래서 너를 사랑하고픈 도시 류블랴나. 율리아에 대한 프례세렌의 사랑을 닮아 그저 기다리는 일 밖에 하지 못하는 거라고, 오직 너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순수한 사랑의 도시 류블랴나 여행을 마친다.


러블리 류블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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