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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별아star a Feb 20. 2019

여행의 의미-도리어 일상의 감사를 느끼게 하는 여행

한 달 유럽 배낭여행 -네 번째 여행지 Italy Venice 부라노 섬

·여행의 의미- 도리어 일상의 감사를 느끼게 하는 여행
·한 달 유럽 배낭여행 -네 번째 여행지 Italy Venice Brano 편
·베니스의 멈춰있는 섬 부라노




피렌체(Firenze)에서 베네치아(Venezia)로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넘어오는 길에 크게 감명받았던 것은 베네치아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보았던 바다였다.

 

베네치아(Venice)는 1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로 운하가 그 섬들을 이어주고 있다. 이태리 본토에서 베니스로 들어가는 길은 이를 이어주고 있는 기찻길과 수상교통이 주 교통이다. 기찻길 그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갈라지듯 길을 터 내고 베니스로 들어가는 유일한 문으로 통과한다.


베니스로 넘어가는 기찻길과 피렌체에서 베니스로 향하는 이탈로(Italo)기차 표(사진 옥별아)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이었다. 출렁이고 불어나는 바닷물 그 위, 기차 길을 이용해 베니스로 들어가는 길은 위태로움까지 느껴질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바다 위에서 나는 장엄하고 광활한 바다로부터 자연의 위엄과 신에 대한 경외함을 느낀다. 바다 그 위에 견고하게 지어진 기찻길로부터 인간의 의지에 감명받는다. 신과 사람이 사랑한 도시, 베니스로 향하는 길 도시가 더욱 궁금해진다.







베니스 전경과 중앙역의 모습

물의 도시 베니스


도착한 베니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상도시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었다.


베니스 다리에서 바라본 베니스 전경과 베니스에서 부라노섬으로 가는 페리 안에서(사진 옥별아)


'물을 머금은 푸른빛의 도시', 베니스. 물의 푸른빛이 주는 이미지는 약간의 서글픔을 담은 도시를 잘 표현하는 색이다. 잔잔하지만 절대적 가치를 드러내는 물이 가진 생명력(live)과 밝음(brightness)을 담은 도시 베니스.


실제로 마주한 도시는 어느 곳에서도 도시가 지닌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베니스 숙소 전경(사진 옥별아)

베니스의 숙소


베니스에 도착한 이튿날, 부라노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서둘러 조식을 챙겨 먹는다. 한 달 유럽 여행 중에도 베니스에서 머물었던 숙소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곳이다. 이 곳은 12세기 수도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재탄생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대형 호스텔이다.


베니스 숙소 전경과 복도와 야외테라스(사진 옥별아)


유난히 날씨가 궂은 하루였다. 나는 한국에서부터 챙겨 온 우비를 입고 부라노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숙소에서 5분 거리의 선착장으로 향한다.






부라노


베니스 본섬에서 30분 거리의 부르노 섬은 가수 아이유의 뮤비 촬영지이자 여러 티비광고의 촬영지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곳이다. 화려할 것만 같았던 섬은 실제로는 소박한 시골마을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시는, 베니스의 작은 섬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바람(wish)이 담겨 시간을 잠시 멈춰놓은 정적인 도시였다.
베니스 본섬에서 부라노 섬으로 향하는 경로와 페리  내부, 부라노 섬 선착장의 모습(사진 옥별아)


부라노 섬은 나무와 풀, 꽃이 보기 힘든 곳이었다. 주택의 곳곳 작은 화단만이 있을 뿐이었다. 오로지 건물들과 그곳을 채우는 사람들만이 이 곳을 지키고 있었다. 부라노 섬의 건물의 강렬한 색감은 잔잔한 푸른빛의 물과 대조적이었지만 오히려 이 점이 부르노 섬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매혹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부라노 섬(사진 옥별아)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의 섬, 멈춤과 여백의 미(美)가 느껴지는 섬. 생명과는 먼 이 곳이 주는 글루미(gloomy) 한 잿빛의 이미지는 반전의 건물들의 색과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준다.


나는 다리 위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부라노 섬의 매력에 황홀감마저 느꼈다.

나는 부라노 섬을 그 형형색색의 건물에도 불구하고, 회색빛과 빛바랜 하늘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부라노 섬의 아침


부라노 섬의 아침은 고요하다. 막 가게의 문을 여는 사람들, 쓰레기 봉지를 집 문 밖에 내놓는 사람들, 앞마당을 빗자루로 쓸고 닦는 사람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부르노 섬의 아침은 아주 느긋하고 조용하여 적막감마저 느껴진다.


다리 위에서 이웃인 듯 보이는 할아버지 두 분이서 열렬하게 목소리를 높여 무언가를 얘기하고 계셨고, 무거운 적막 속에서 할아버지들의 열띤 논쟁은 오히려 반갑게 느껴진다.


그 모습을 배경으로, 나는 찬란한 햇빛과 그 햇빛을 받는 부라노 섬의 운하, 그리고 떼를 지어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을 가슴에 새기었다.


부라노 섬  떼 지어 날아가는 새들(사진 옥별아)


햇빛을 받고 있는 운하를 바라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빛은 밤이 있기에 그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다.
하루에는 낮과 밤이 있고, 이 동네에는 아침에는 이렇듯 찬란한 빛이 있고, 밤에는 그 빛은 없지만 아름다운 달이 뜨겠고 이 부라노섬의 운하는 또 그 밤의 달을 담겠구나.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반복되는 낮과 밤, 빛과 그 빛을 받는 우리들. 그리고 밤이 오면 그 빛났던 하루를 잊고 싶어, 또는 잊기 위해, 또는 잊은 채 감사하지 못하며 사는 매일매일


하루는 이렇듯 소중하지 않고 가치 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부르노 섬 건물에 나 있는 문과 그 사이로 보이는 골목길(사진 옥별아)

부라노 섬의 골목


베니스의 본섬에서도 그렇듯, 부라노 섬도 골목골목이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어 초행자라면 길을 잃어 당황하기 십상이다. 다만 베니스의 매력 중에 하나가 건물에 작은 입구이자 출구로 골목골목을 누비며 시민들의 일상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발걸음이 이끄는 곳으로 베니스를 항해 해보는 즐거움을 누려본다.


부라노 섬 골목과 부라노 섬 전경(사진 옥별아)
부라노 섬의 일반 주택의 모습(사진 옥별아)


한동안 섬을 둘러본 다음 다시 베니스 본섬으로 돌아가는 페리를 탄다. 베니스 본섬에서 국경을 넘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국경도시 트리에스테행 기차를 타러 가는 길, 베니스의 유명한 가면 상점을 만난다.






대중적인 가면 '볼토'

베니스의 가면

 

베니스는 매 해 1월 말에서 2월 초 베네치아 카니발(Carnevale di Venezia, Carnival of Venice)이 열린다.

베네치아 카니발은 12세기 무렵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열리고 있으며 매년 약 300만 명의 방문객이 참여하는 세계 10대 축제 중 하나며, '가면 축제'로도 불린다.


카니발은 금식과 금욕을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을 새겨야 하는 사순절이 오기 전에 고기 등을 풍족하게 먹었던 풍습에서 유래했다. 카니발은 일상생활의 규율과 질서에서 벗어나는 기간에 열렸던 전통에서 시작되었다.


축제 기간에 사람들은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신분이나, 이름, 사회적 규율이나 위치에 제약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사회적인 여건과 조건, 그 위에 '자유'는 누구나 동등하게 갈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상의 자유'를 찾아 여행하듯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 또한 우리들의 삶이다.
베니스의 명물 가면(사진 옥별아)


이탈리아어로 ‘얼굴’이란 뜻의 볼토(Volto)는 현대 베네치아 카니발을 상징하는 대중적인 가면이다. 볼토는 망령이나 환각을 의미하는 ‘라르바(Larva)’라고도 불린다.


가면 축제 기간의 베니스를 방문하면 보다 풍부하게 도시의 흥을 느껴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끝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마무리한다. 다섯 번째 여행지 슬로베니아로 가는 길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도시 '트리에스테'에서 국경을 넘기로 한다.





-슬로베니아를 마주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국경도시 트리에스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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