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배뚱뚱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며 중반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배뚱뚱이 역시 의사 출신이라 시즌1부터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가끔 라떼를 생각하며 과몰입을 할 때도 있어요)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메디컬 드라마가 많지만, 이 드라마는 특히 병원 생활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면서 등장인물들의 극적인 상황을 잘 연출해 더 재미가 있네요. 어려울 수 있는 의학 용어들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작가들의 노력에 감탄을 보냅니다. (여태까지 나왔던 의학 드라마 중에는 가장 현실적인 드라마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드라마가 방영된 다음날이면 배뚱뚱이에게 종종 질문이 들어오곤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거 알고 보면 슬의생 드라마 재미가 두배가 되는 정보!
대학병원이 ‘대학’ 병원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의과 대학(일부는 의학전문대학원)의 학생들이 의사가 되는 교육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대학병원에는 의대생부터 원로 교수까지 많은 의사들이 있습니다. 똑같은 의사 가운을 입고 있지만 누구는 교수, 누구는 레지던트, 누구는 학생 의사… 참 헷갈리죠. (저도 입학하기 전에는 잘 몰랐었습니다) 의사가 되는 과정만 이해해도 슬의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의예과(예과) 2년
일반적인 대학교 1, 2학년에 해당합니다. 의대 소속이지만 일반적인 대학생처럼 교양 과목도 듣고 자유를 만끽하는 시기죠. 의학전문대학원이나 편입으로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은 예과 과정 없이 바로 본과 4년을 거칩니다.
의학과(본과) 4년
대학교 3, 4, 5, 6학년이라 할 수 있지만, 별도로 본과 1, 2, 3, 4학년으로 불립니다. 1, 2학년에는 기초 과목인 해부학, 생화학, 약리학, 생리학 등의 비임상과목을 배운 후 주로 2학년때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등의 임상 과목을 배웁니다. 임상이라는 단어는 진짜 환자를 본다는 의미입니다. 이 두 학년의 과정을 마치고 3, 4학년이 되면 비로소 드라마에 나오는 ‘학생 의사 (PK: Polyclinic) 선생님’이라 불리며 병원 실습을 돌죠. 슬의생에서 홍도와 윤복이가 바로 이 3, 4 학년 학생들었죠. 얼마 전 인턴이 되고 조금 듬직해졌죠?
인턴
예과와 본과를 마치면 졸업하는 해 1월에 의사 국가고시를 보는데, 합격을 하면, 1년의 인턴 과정을 거칩니다.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개월 혹은 4주씩 12~13개 과를 순차적으로 돌며 그 과의 의사가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라고 쓰고 허드렛일이라고 해석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 12~13개 중에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이 5개는 반드시 포함돼야 합니다.
대부분의 의사가 면허 취득 후에 인턴 과정을 거칩니다. 그 이유는 인턴을 하지 않으면 전문의 취득을 위한 다음 과정이 레지던트에 지원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물론 인턴을 하지 않고 바로 개업을 하거나, 월급 의사 (pay doctor)로 취업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인턴 의사의 명찰이나 가운에는 OO과가 쓰여있지 않고 ‘의사’ 또는 ‘수련 교육부’ 이런 식으로 기재가 되어 있습니다. 슬의생에 나오는 몇몇 어리버리한 과거 추억 회상 씬이 바로 이 인턴 시기의 일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지던트 지원
인턴을 마칠 12월쯤 되면 시험을 한번 더 봅니다. 여기에 인턴 평가, 의대 내신, 의사국가고시 성적 등을 반영해 내가 가고 싶은 과에 지원합니다. 각 과의 정원은 보건복지부와 해당 과 학회에서 함께 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원하는 과에 합격하지 못해 재수를 하는 경우도 있죠. 요즘 나오는 인기과, 비인기과는 여기에서 나뉘게 됩니다. (배뚱뚱이도 원하는 과에 합격하지 못해서 후기 지원을 통해서 다른 과에 합격했고 그 과의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레지던트(전공의)
원래 전공의란 단어는 인턴+레지던트를 통칭하는 용어이나 보통 OO과 전공의라 하면 레지던트 과정의 의사들을 의미합니다. 주로 4년간의 수련을 하면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고 이 전문의 시험에 합격을 하면 비로소 OO과 전문의가 됩니다. 일부 과에서는 3년만 전공의를 하면 전문의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외과 계열의 레지던트들은 흔히 말하는, 집에도 못 가고 1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하는 분들입니다.
슬의생에서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죠. 양석형 교수를 좋아하는 산부인과 추민하 선생님이 레지던트입니다. 안정원 교수와 러브라인을 그리고 있는 장겨울 선생, 신경외과의 용석민 & 허선빈 커플, 김준완 교수와 은근 케미가 잘 맞는 도재학 선생은 시즌1에서 레지던트였지만, 시즌2에서 전문의 자격을 따고 펠로우가 됐네요. 모두들 축하합니다. (전문의가 되었는데 병원에 남기로 한 것을 보면 야심이 있는 친구들인가 봅니다)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전문의를 취득하면 종합병원에 남을지 아니면 병원을 개원할지, 또는 외부의 병원 또는 의원에서 월급 받는 의사 (Pay doctor)가 될지 결정합니다. 슬의생의 주인공인 의대 99학번 동기들은 전문의를 취득하고 종합병원에 남은 선생님들이죠. 하지만 똑같이 교수님, 의사 선생님이라 불리지만 이들도 역시 단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형 종합병원은 대학교 소속으로 많은 교수들이 진료를 함께 보고 있습니다. 학교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조금 다르지만 임상강사를 거쳐 임상조교수가 됩니다. 병원에서는 임상강사부터는 교수님으로 부르기는 합니다. (배뚱뚱이는 임상강사까지 하다가 나가 떨어졌습니다.)
임상조교수까지는 큰 결격사유가 없이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 이후 조교수부터는 진짜 학교의 교원이 되고 신분이 매우 안정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별을 단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매우 어려운 자리입니다. 조교수, 부교수, 교수 순으로 승진을 하는데, 99학번 의대 동기들을 한번 볼까요? 안정원은 소아와과 조교수, 양석형은 산부인과 조교수입니다. 그리고 이익준은 간담췌외과 부교수, 김준완은 흉부외과 부교수, 채송화는 신경외과 부교수입니다. 가끔 흉부외과의 불친절한 선생님인 천명태 교수가 나오죠. 실력은 김준완 교수가 좋은 것 같은데, 김준완 교수도 사회생활을 하는지라 천명태 교수를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오곤 하죠.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졌네요. 그래도 등장인물들이 현재 어떤 단계에 있는지 알고 나니 드라마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았나요? 다음 편에는 슬의생에 등장하는 간호사를 비롯해 VIP 병동 등 소소한 질문들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슬의생 드라마를 보며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익준과 채송화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질까요?같은 거 말고요~) 제가 아는 선에서 충실히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