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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Aug 05. 2021

귀차니즘 아빠, 캠핑으로 점수 따기

by 마흔살 어른이

나는 딸의 스무 살 생일에 단둘이 배낭여행 가는 걸 꿈꾸는 딸바보 아빠다. (우리 딸은 올해 7살이다) 딸한테 아빠랑 몇 살까지 데이트하고 여행 갈 건지 묻곤 하는데, 100살까지 함께하겠다던 딸이 요즘은 즉답을 피한다. 딸바보 선배들은 딸이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아빠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며 놀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놀아주라고 한다. 그래야 나이가 들면서 아빠가 필요할 때 반달눈을 하고 다시 돌아올 거라며.. (그 필요가 관심과 사랑이 아닌 용돈일지라도)


며칠 가족 여행을 검색하다 보니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어느 날 나를 카라반 캠핑장으로 안내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은빛 트레일러에서 캠핑이라니. 작년에 가봤던 글램핑 캠핑장의 모든 시설은 기본, 개인 화장실과 욕실까지 갖춰져 있었다. 아내와 딸에게 홈페이지를 보여주고 우린 춘천의 카라반 캠핑장으로 떠났다. 


# 딸은 여기서 살면 안 되냐고 했다

트레일러를 개조해 만든 숙소는 딸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었다. 트레일러 안에는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아메리칸 스타일로 꾸며져 있어 마치 해외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비록 모든 것이 작고, 좁고, 불편했지만 불편함이 오히려 재미가 될 수 있는 곳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었다. 특히, 외국에서 직접 가져온 옛날 버스가 있었는데, 버스 내부에 테이블을 비치해 어른들은 북한강 경치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또, 아이들은 운전석에 앉아 상황극 놀이를 하며 놀 수 있다. 

북한강 경치를 바라보는 야외 수영장도 있다. 우리 가족이 갔던 시기는 5월 말이라 아쉽게도 발만 담글 수 있었다. 또, 우리 딸의 최애 놀이시설인 대형 트램펄린이 있어 시간제한 없이 맘껏 놀 수 있었다. 이외에도 배드민턴 채를 비롯해 자전거와 킥보드 등 다양한 놀이기구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어 하루 종일 뭐하고 놀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 아내는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딸이 아무리 좋아해도 아내가 불편하면 이곳은 다시 오기 힘든 곳이 된다. 하지만 아내는 캠핑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어머나~”란 감탄사와 함께. 산과 강이 보이는 절경에 이색적인 장소 그리고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인테리어는 충분히 사진을 찍을 만했다. 

캠핑 장소를 알아보며 가장 신중하게 알아봤던 건 화장실과 샤워장이다. 작년엔 글램핑장에 다녀왔는데 야외 공중 화장실과 샤워장을 이용해야 해서 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개별 화장실과 샤워장이 트레일러 안에 있다. 뜨거운 물과 수압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5월이라 저녁에는 약간 쌀쌀했는데, 트레일러 바닥은 온돌이고 침대에는 전기장판까지 있어 불편함이 없었다. 이 정도면 겨울에도 운치 있는 캠핑이 가능할 듯하다. 


# 아빠는 불장난이 좋아

저마다 캠핑을 가는 목적이 있겠지만, 내게 캠핑의 목적은 바비큐와 불장난, 불멍이다. 바비큐 그릴과 화로대가 트레일러마다 개별로 비치되어 있어 코로나가 한창인 요즘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바비큐 숯과 불멍의 장작은 숙련된 직원이 예약한 시간에 불을 붙여줘 귀차니즘 아빠들이 좋아할 만하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불에 아내와 딸과 둘러앉아 함께 코코아를 마시며, 나는 딸의 스무 살 생일에 해외에서 이런 캠핑카를 끌고 여행을 가는 날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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