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독의약박물관
조선을 망하게 한다는 저주를 받고 태어난 공주 연희, 그리하여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검은 숲에만 갇혀 살다가 결국 백발마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살아있어도 사는 것이 아니고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운명을 가졌기에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또 사랑을 주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남자(젊은 허준)를 만나 저주받은 자신과 조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저주를 내린 무녀(홍주)와 피할 수 없는 한판을 펼치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2016년에 방영된 <마녀 보감>의 줄거리로 동의보감에 나오는 귀신을 보는 법(견귀법)과 투명인간이 되는 법(은형 법) 등 판타지적 요소를 착안해 제작된 사극 드라마입니다. 동의보감에 귀신 보는 법과 투명인간이 되는 법이라니, 황당하신가요? 하지만 정말 허준은 이러한 처방을 동의보감에 적었습니다.
# 귀신을 보는법, 견귀법
『동의보감』 잡병편에는 견귀방(見鬼方)이라는 처방이 있는데, 이것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귀신을 보는 방법’입니다. 제일 궁금하실 처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마의 씨 생것, 석창포, 귀구를 환으로 만들어 매일 아침 해를 보며 100일간 복용하면 귀신을 볼 수 있다.”
대마. ‘어? 혹시’ 싶으셨다면 맞습니다. 여러분이 아는 그 대마입니다. 대마의 껍질은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어 지금의 한의사들은 환각작용이 있는 종자의 껍질을 제거하고 약재로 사용합니다.(대마의 약재 이름은 ‘마자인’입니다.) 과연 허준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까요? 동의보감에서는 이미 대마의 이러한 작용을 알고 기술한 것인데요. 견귀방에서는 대마 종자를 생으로 사용하였기에 환각작용을 일으킬 수 있었으며, 따라서 귀신을 보는 방법이 아니라 환각을 일으키는 방법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처방은 아마도 진통을 일시적으로 멎게하거나 환각을 이용해 기분완화를 통해 질환을 치료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투명 인간이 되는 법, 은형법
다음은 은형법(隱形法) 처방입니다. 숨은 ‘은’, 형상 ’형’으로 형상을 숨기다는 뜻에서 일명 투명인간 되는 법으로 알려졌습니다. “흰 개의 쓸개에 통초·계심을 가루내어 섞고 꿀에 반죽하여 환을 만들어 먹으면 몸을 숨길 수 있다. 푸른 개가 더욱 좋다.” 이대로 따라하면 투명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은형법은 마치 투명인간이 되는 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몸을 감추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적당합니다. 즉, 귀신으로부터 몸을 감추는 처방으로 민간에서 몸이 아프면 헛것을 본다는 말이 있는데 이 질환에 쓸 수 있는 처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견귀방, 은형법 등의 처방 내용을 보고 일부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여 <동의보감>이 비과학적이라고 비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동의보감은 중국과 조선의 의학서적 뿐만 아니라 도교, 불교, 역사에 관한 서적 등 까지 인용하며 당시에 사용된 모든 의학서적의 지식을 모은 책이다 보니 종교에서 사용된 비술을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병이 났을 때의 치료보다 병을 예방하거나 건강을 추구하는 양생(養生)의 정신을 강조하여 예방의학에 대한 학술서로서도 큰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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