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볼빨간 약사
‘마약 계란’, ‘마약 김밥’……‘마약’이란 단어는 요즘 중독성이 있는 무언가를 가리킬 때 가볍게 많이 쓰는 말입니다. ‘중독성 있을 만큼 맛있구나’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주려고 쓰는 것이지만,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들 앞에서 사용하기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맛있는 음식 앞에 ‘마약’이란 단어를 쓰는 걸 피하지요. 굳이 마약 계란 대신 간장 계란이라고 고쳐 부릅니다. 행여라도 아이가 마약이란 용어를 가깝게 느낄까 봐 말이죠^^
마약은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고 또 실제 뉴스에서도 간간히 접하게 되는 소재인데요. 시골 비닐하우스에서 방독면을 끼고 투명한 뭔가를 만들어 굳히는 장면, 하얀 약을 신발 깔창 안 또는 병뚜껑 안쪽 등 다양한 곳에 숨겨서 밀수해 들여오다 공항 검색대에서 붙잡히는 장면, 대규모 범죄 집단과 연루된 밀매, 피부가 창백하고 마른 사람이 문을 열고 나와 짜장면 배달원으로부터 음식과 함께 의문의 봉투를 받는 장면, 이런 장면 한번 쯤 본 적 있으실 것입니다. 오늘은 ‘중독’의 대명사이면서 동시에 어둠의 세계에 단골로 등장하는 ‘마약’에 대해서 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마약은 일반적으로 느낌, 생각 또는 행태에 변화를 줄 목적으로 섭취해 정신에 영향을 주는 물질입니다. 오남용 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러한 뜻을 가지는 정확한 용어는 ‘마약류’입니다. 정확히는 마약류 안에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이 들어가는 것이고 이들을 통틀어 칭하는 용어가 ‘마약류’임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마약류’는 투여 시에 의존성과 내성이 나타나며, 투여를 중단하게 되면 금단증상이 나타나므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해를 끼치게 됩니다. 따라서 오남용의 방지를 위해서 법적으로 강력히 취급이 규제되고 있는 약물입니다. 마약류는 허가된 사람들만 허가된 절차대로 제조, 소유, 판매, 사용하도록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마약관리법)’에서 정했습니다. 그래서 마약류의 행로가 빠짐없이 추적되고 통제될 수 있도록 촘촘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마약류에는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약은 양귀비, 아편, 코카잎과 같은 천연마약, 이들로부터 얻은 추출알칼로이드, 동일한 화합적 합성품인 합성마약을 의미합니다.아편은 양귀비꽃이 지고 난 후에 생긴 열매에 상처를 내어 흘러나온 액즙을 말려 굳힌 것으로, 검은빛에 특유의 냄새가 있고 맛이 쓰다고 합니다. 모르핀은 아편에서 추출한 백색 결정 또는 가루인 아편계 추출 알칼로이드이고, 코데인도 아편에서 추출한 아편계 추출 알칼로이드인데 진통작용은 모르핀보다 떨어지나 독성이 적고 호흡 중추에 대한 기능 저하작용이 없어 기침을 멈추게 하는 진해제로 사용됩니다. 헤로인은 바이엘사의 상품명이며, 역시 아편계 추출 알칼로이드인데 중독성과 금단현상이 심하다고 합니다. 코카계 알칼로이드 중 하나인 코카인은 말초신경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국소빈혈을 유발하고, 중추신경계통을 자극하며 안과질환 치료 시, 구강, 인후 등의 점막을 마비시킬 때 사용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마약의 구체적인 분류]
대마는 그 잎과 꽃이 흡연용 즉 대마초로 사용되며 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제외되고, 대마수지, 또는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 등이 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이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고 오남용 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로 규제대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오남용 우려의 강도와 의료용으로 쓰이는지 여부에 따라서 아래와 같이 가~라의 네 가지 목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의 분류]
마약류에는 의료용으로 허가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마약류는 대뇌 중 마약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아편유사제 수용체(Opioid Receptor)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특유의 효능을 유발합니다. 이런 특징으로 마약류를 의료용으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 주로 진통제나 마취제로 사용됩니다. 또한 마약류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검토한 오남용의 정도에 따라서 국제연합에서 채택한 1961년 ‘마약에 관한 단일 협약(UN Single Convention on Narcotic Drugs)’에 의거 국제적으로 동일하게 지정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마약은 비교적 심한 급성 또는 만성 통증의 완화(말기 암환자, 심근경색, 급성 폐부종, 분만 시 등) 및 수술 전 진정을 위한 전신마취의 보조, 심한 기침 발작의 진정 등에 사용됩니다. 제형, 염의 종류, 함량에 따라 효능, 효과에 차이가 있습니다.
마약류는 주로 진통이나 마취 목적의 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를 오락용 또는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 오남용 하게 되면 의존성을 유발하게 됩니다. 약물남용이란 의학적 상식, 법규,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일탈하여 쾌락을 추구하기 위하여 약물을 사용하거나 과잉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따르면, 마약류는
(1) 약물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의존성)
(2) 사용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내성)
(3) 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에 견디기 힘든 증상이 나타나며(금단증상)
(4) 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
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마약류는 아편유사제 수용체(Opioid Receptor)에 작용합니다. 통증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해 진통효과를 보임과 동시에, 시상 하부의 체온조절 중추를 억제해 체온을 하강시킵니다. 또, 호흡 및 기침 억제작용이 있어 호흡마비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뇌 속의 신경 전달물질로 사고력과 쾌감에 주로 관여하는 물질인 도파민을 강제로 배출시켜 순간적인 쾌감을 맛보게 하고, 한편으로는 도파민을 파괴하여 도파민 결핍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도파민이 순간 증가하면 쾌감을 느끼지만 과도해지면 피해망상, 관계망상, 환청 등의 정신분열증과 같은 증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의 흔한 부작용으로 변비, 오심, 구토, 진정 및 졸음이 있습니다. 사용자의 1~10%에 보고되는 부작용으로 정신신경계 혼란, 불면, 두통, 졸림, 어지러움 등이 있고, 위장관에서 복통, 식욕부진, 입안건조, 구토 등이 있으며, 피부계에서는 다한증, 발진, 투여부위 가려움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1% 미만 부작용으로 알레르기반응, 불안, 이상행복감, 환각, 경련, 과도긴장증, 간대성근경련, 이상감각, 기절, 심계항진, 홍조, 저혈압, 기관지경련, 폐수종, 호흡억제, 장폐색, 소변정체, 두드러기, 투여부위 부종 등이 있습니다.
마약류(진정, 수면, 항불안제 등의 억제제, 중추신경 자극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한 환자가 갑자기 투여를 중단, 감량하거나 길항제를 투여하면 금단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금단증상은 중단한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진정제, 수면제, 항불안제는 주로 진정, 수면유도, 불안 해소 목적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계, 바비투레이트계가 대표적입니다. 금단증상으로는 불면, 불안, 악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한 금단증상으로는 체온상승, 정신질환 증세, 경련 등이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벤조디아제핀계 금단증상 발현 시기는 반감기가 짧은 경우 마지막 약물 복용 후 24시간 내에 발생하는 것에서 반감기가 긴 경우 마지막 약물 복용 2주일 후에 나타날 수도 있고, 증상의 정도는 약물 사용기간, 용량, 감량 속도, 기저 정신, 신체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중추신경 자극제에 해당하는 암페타민, 덱스트로암페타민, 메타암페타민 등은 각성상태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남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금단증상으로는 우울증이 있습니다. 그 밖의 금단증상으로는 과민, 불면 또는 수면과다, 불안, 불쾌, 피로, 두통, 진전, 발한, 근육통, 허기, 복통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개 마지막 약물 복용 후 2-4일간 가장 심하고 일주일 내에 증상이 사라집니다.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다이어트 약이 10대 청소년들한테까지 처방이 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어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비약과 뼈말라족’이라는 부제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부작용과 오남용을 조명했습니다. 나비 모양으로 생겨서 나비약이라 하는데, 식욕억제제로 허가받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성분 펜터민입니다. 펜터민은 필로폰 성분인 메트암페타민의 중추 흥분과 환각작용은 최소화하고 식욕억제 기능을 극대화한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수많은 ‘프로아나족’ 10대 청소년들이 30-40kg의 체중을 유지하고자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다가 더 살이 빠지지 않을 때 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찾게 되는데, 16세 미만에게 처방되지 않아 대리구매 방식으로 구해 복용하고 우울, 환청, 환각, 심지어 자해까지 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다이어트 용도로 허가받은 약은 크게 식욕억제제(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와 지방흡수 억제제가 있는데요, 나비약과 같이 식욕억제제 마약류는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복용하게 되면 신체적 정신건강에 큰 해를 줄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약 중고거래’ 등으로 부정적인 경로를 통해서 매매하게 되면 불법행위가 되고, 특히나 마약류일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오남용의 우려로 인해 행로 추적 및 통제를 촘촘하게 하고 있는 마약류의 경우, 취급 권한 없는 일반 소비자간 매매가 이루어지면 마약류 관리법 4조 1항(마약류 취급자가 아닌 자의 마약류 취급금지) 위반으로 61조 벌칙에 따라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복합적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하니 다이어트약 구매 시 정당한 경로를 통한 구매에 유의해야겠습니다.
마약류는 진통작용 등 특이적인 효과로 올바르게 사용되었을 때 의료적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방법으로 투약될 경우 내성 및 의존성, 부작용 측면에 의해 치명적인 신체적 정신적 폐해가 있을 수 있어 신중히 투여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장기 투여 시 충분히 관찰하여 남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반드시 마약 취급 권한이 있는 의료전문가를 통해 처방받고 구매하는 정당한 경로를 거쳐야 하고 의료전문가의 지도하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합법적 의료적 목적으로 처방받아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도 복용량이나 사용방법의 변경, 중단 등을 임의로 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의 상의를 통해서 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소개합니다. 마약류관리법 51조 2에 근거하여 1992년 창립되어 마약류 및 약물 남용 예방 종합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민간단체(NGO)로서, “마약없는 건강한 사회”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마약의 사용을 개인적 범죄 행위에서 나아가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인식하고 마약을 퇴치하기 위한 민간차원의 예방활동, 치료, 재활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사이트를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1.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 마약류정보 > 마약류 정의 용어. http://antidrug.drugfree.or.kr/page/?mIdx=19 (as of 2021-10-28)
2.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마약관리법. 시행 2021.8.17. 법률 제 18443호)
3. 네이버지식백과 약학용어사전 내 ‘마약’
4.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내 ‘금단 현상’.
5.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02408150005322?did=NA
6.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 기관소개 > 설립목적,비전 http://www.drugfree.or.kr/introduce/index.html?contentsNum=2 (as od 202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