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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Jan 06. 2022

만약 담배가 20세기에 처음 발견됐다면?

by 배뚱뚱이

새해 다짐 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다이어트’ 그리고 흡연자라면 ‘금연’일 테죠. 사실 저도 대학생 때는 담배를 피우다 결혼을 위해 금연을 한 케이스입니다. 금연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겨우 금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담배를 피우는 악몽을 꾸곤 합니다. 담배를 피우는 꿈을 꿀 때면 ‘아~ 나 금연해서 담배 피우면 안되는데…’라며 꿈속에서도 죄의식에 엄청 시달립니다. 

# 만약 담배가 20세기에 처음 발견됐다면?

니코틴(Nicotine)이란 이름은 포르투갈에 있던 프랑스 외교관인 장 니코(Jean Nicot)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장 니코는 15세기 브라질에서 들어온 담배를 처음 접하고 어떤 약용 성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장 니코 본인의 이름을 붙이고 본국 프랑스에 흡연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담배가 15세기에 처음 알려졌으니 가능한 일이죠. 만약 담배가 최근, 20세기 정도에 발견됐다면? 아마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발매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담배 산업이 너무 커져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왔기에 그렇게 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실제로 뉴질랜드는 2008년 이후 출생자는 영구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는 금연국가로의 전환을 시작했습니다. 


# 금연은 왜 이렇게 힘들까? 금단 현상은 왜 생길까?

<니코틴 분자구조>

담배 안에 있는 니코틴(Nicotine)은 뇌에 중독을 일으킵니다. 이 중독을 끊어내는 것이 힘들어 금연이 힘든 것입니다. 사실, 니코틴의 인체 유해성은 다른 중독성 물질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중독의 정도는 대마초, 알코올(술) 보다 높고,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메이저급 마약 바로 아래 수준입니다. 간단히 말해 술보다 담배 끊기가 더 어렵다는 말입니다. 특히, 담배에는 니코틴을 더 맛있게(?) 흡입할 수 있도록 첨가된 가향 물질 등이 있어 더 쉽게 중독된다고 합니다. (대마초 중독자들이 늘 대마초는 괜찮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지만, 사실 그놈이 그놈입니다.) 니코틴은 혈중, 즉 몸 안에서 약 2시간 정도 잔류합니다. 그래서 조금만 있다 돌아서면 자꾸 담배 생각이 나는 것이죠. 24~48시간에 가장 최고조에 이르게 되고, 이것이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유지된다고 합니다. 

우리 뇌에는 담배와 무관하게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니코틴 수용체(nicotinic receptor)가 있습니다. 여기에 니코틴이 결합하면 도파민이 증가합니다. 뇌는 흡연으로 인한 니코틴에 도파민 생성을 의존하게 되는데, 갑자기 이 니코틴이 들어오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필요한 도파민 생성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Linda J. Vorvick. "Nicotine and Tobacco". Medline Plus. 2013) 결국, 뇌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계속해서 니코틴을 갈구합니다. 사실 니코틴 없이도 잘 살아왔는데도 말이죠. 이런 이유로 담배를 끊기 어려운 금단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 요즘 궐련형 전자담배나 액상형 담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은 데 이런 담배는 덜 해롭지 않을까요?

“아이코*, Li*, 글*” 사실 제가 담배를 피울 때는 없던 도구들입니다. 2010년도부터인가 여기저기에 휴대폰 대리점만큼 늘어나던 전자담배 대리점도 기억이 나네요. 이 전자담배는 액상형 담배입니다. 아이코*로 대표되는, 기계에 담배를 끼워서 피는 담배가 궐련형 담배입니다. 

액상형과 궐련형은 해로움의 양상이 다소 다릅니다. 궐련형 담배는 KT&G나 다른 외국의 유수 담배 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을 피해 가기 위해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믿기 어렵지만, 모 외국계 담배 회사는 이점을 강조하기 위해 의사를 채용해 궐련형 담배가 덜 해롭다는 연구를 열심히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영어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Heat not burn tobacco’라 표현합니다. 즉 완전히 태우지는 않고 데워서(쪄서) 피는 담배입니다. 완전히 태우면서 발생하는 유해물질 (타르, 니코틴 등) 이 다소 적게 배출된다는 결과는 이미 FDA, 독일연방위해평가원,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보건의료과학원 등에서 발표된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타르와 니코틴에 있어서는, 즉 중독성에 있어서는 일반 담배랑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궐련형 담배에도 일반 담배에 있는 경고 문구가 그대로 들어가게 하고 있습니다. 

XXX사의 히팅 방식의 제품은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니코틴과 풍미를 증기로 방출할 수 있는 온도까지만 담뱃잎을 히팅합니다. 담뱃잎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액상형 니코틴을 이용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니코틴 증기를 배출합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무해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흡연보다 나은 대체 제품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하거나 흡연을 시작하지 않는 것입니다.

위의 글은 XXX사의 홈페이지에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설명입니다. 담배회사도 궐련형 담배가 일반 담배를 대체하긴 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액상형 담배의 가장 큰 장점은 ‘타르’에서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타르는 Total Aerosol Residue의 줄임말입니다. 특정 성분이 아닌 담배를 태우고 남은 잔여물을 통칭하는 말로 아스팔트 타르와는 전혀 다른 물질입니다. 전자 담배가 유행하기 전, 니코틴과 타르를 함량을 줄인 담배가 인기를 끌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흡연자였을 때 이 적은 숫자의 담배를 피웠습니다. 하지만, 담배의 유해성이 타르 잔여물 때문인지 담배의 연기와 함께 흡입하는 연기에 있는지에 대해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액상형 담배가 그나마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긴 했지만, 그나마 조금 덜 해롭다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했으면 합니다. 니코틴에 의한 중독성은 그대로입니다. 


사실 실제로 궐련형과 액상형 담배가 건강에 더 나은 옵션인지는 최소 10년 정도는 지난 후에 실제 해당 흡연자들의 건강 통계가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금연자보다는 건강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 하루에 담배를 2갑씩 피우던 할아버지가 끝까지 건강하게 사셨어요. 그런데 담배를 피우지도 않은 할머니께서는 폐렴에 걸리셨죠. 이런 거 보면 폐렴과 흡연이 꼭 연관이 없는 거 아닌가요? 복불복 아닌가요? 

흡연을 정당화하려는 사람들의 흔한 논리죠. 사실 폐렴은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노년기에 쉽게 생길 수 있는 질환이기에 폐렴을 예로 드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담배가 폐에 좋지 않다고 하는 이유는 기관지 질환과 COPD(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같은 폐질환 외에도, 담배에 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함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WHO에서 지정한 발암물질 목록 중에 담배는 당당히 1군(확실한 발암물질)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간접흡연 또한 1군 발암물질입니다. (참고로 술(에탄올)도 함께 올라와있습니다.)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주로 치료하던 폐암 중, 소세포폐암(Small cell lung cancer)이 있습니다. 명백하게 흡연자에서만 발병하는 암인데, 항암제도 많지 않아서 Etoposide Cisplatin이란 매우 예전의 항암제를 사용했습니다. 예후도 매우 나쁜 폐암입니다.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반드시 암이 걸리지는 않지만, 특정 암 환자들의 대부분이 흡연자였습니다. (주로 소세포폐암, 췌장암, 구강암 등) 

암 외에도 담배가 건강에 주는 악영향이 있습니다. 자료를 찾다가 1980년 예방의학회지 13권에 실린 논문을 발견했는데, 무료 1980년 10월에 발표된 (정규철)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보면 당시에도 이미 임산부에서 태아 위험성, 동맥경화, 관상동맥질환, 버거씨병 등 상당히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모쪼록 주변의 한두 케이스를 보고 담배는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만 하더라도 담배를 끊은 후에 오래 달리기 기록이 좋아지고 전반적인 몸 컨디션이 좋아졌습니다. 


# 흡연을 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정신건강에는 좋은 것 같은데 장점도 있지 않을까요?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장점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단점이 너무 커서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장점을 완전히 상쇄합니다.


# 우리 어릴 때는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웠어요. 그래도 다들 건강하게 잘 자랐어요. 요즘 너무 과하게 금연을 강조하는 것 아닌가요?

저도 어렸을 때 기차나 고속버스 자리에 재떨이가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제 돌잔치 사진을 보니 아버지 친구분들이 저희 집에 와서 강력하게 흡연을 하고 계시더군요. 가장 명시적인 담배의 부작용은 암에 걸릴 확률로 보면 정확할 텐데, 이는 사실 평균 수명의 증가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과학적 근거가 아닌 제 사견입니다. 70-80년대에는 담배에 의한 암에 걸릴 확률이 늘어나는 나이(60대 이상)가 되기 전에 이미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런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담배가 유해하다는 점은 이미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담배는 유해하지 않다. 장점도 있다’를 찾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의 금연 사이트에 담배와 금연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사실 저도 금연에 엄청난 약물의 도움을 받고 겨우 성공한 만큼 쉽지 않은 일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흡연자가 있는 집의 아이들이 확실히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적어도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금연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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