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테헤란 언니
종이에 베인 경험이 있나요? 바람이 불면 날아가고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찢어지는 종이에 베이다니! 게다가 종이에 베이면 유독 더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피부에는 외부 자극을 인지하고 위험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감각 감지 세포들이 있습니다. 이런 세포들을 통해 우린 촉각(만져지는 느낌), 압각(누르는 느낌), 온각(따뜻하거나 뜨거운 느낌), 냉각(차가운 느낌) 그리고 통각(아픈 느낌)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각 세포들은 손, 발, 입술에 밀집이 되어 있어 외부 자극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을 합니다. 종이에 주로 베이는 부위는 손이죠? 종이에 베일 때 더 아프다기보다 손에 이런 감각 세포들이 밀집되어 있어 더 통증을 잘 느끼는 것입니다. 그럼 테헤란 언니와 함께 베인 상처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요?
# 얼만큼 다쳐야 봉합 수술을 할까?
종이에 베였다고 꿰맨 적 없죠? 이처럼 모든 베인 상처를 봉합하지는 않습니다. 다친 정도나 깊이, 원인 등을 고려해 봉합을 결정합니다. 일반인은 판단하기 어렵지만, 만약 응급실을 방문했다면 응급의학과 선생님이 결정할 수 있죠.
예를 들어 개한테 물린 상처는 봉합을 바로 하지 않습니다. 개에 물린 상처는 균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런 상처를 바로 봉합하면 균을 상처 안에 가두는 건데, 마치 온실 안에서 균을 잘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죠. 개를 비롯해 사람을 포함한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입 속에는 많은 균이 있습니다. 이 균들은 당사자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지만, 물림을 통해 다량의 균이 침투해 염증반응이 강렬하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바로 봉합하지 않고 소독하고 항생제를 복약한 후 추후에 봉합 여부를 결정합니다. 종이의 경우는 매우 좁은 깊이로 베이는 거라 봉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종이에 베이는 부위 대부분이 물에 닿는 곳이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방수 테이프 등을 붙여 보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언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할까? 상처의 깊이가 깊은 경우에는 방문이 필요합니다. 압박을 해도 지혈이 되지 않거나 물림 사고로 피가 났다면 병원을 가야 합니다. 또, 상처의 깊이에 상관없이 정신을 잃거나 상처 부위를 제외한 다른 곳의 통증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 가정에서 응급처치법, 상처를 덮지 마세요.
깨끗하게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어주세요. 피가 나면 먼저 키친 타월이나 깨끗한 수건으로 압박을 해야 합니다. 5분 정도 강하게 압박하고 피가 멈추는지 살펴보세요. 압박 후에도 피가 멈추지 않는다면 상처부위가 깊어 벌어져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압박을 해주세요. 만약 상처가 깊어 붉은 속살이 보인다면 압박을 한 채로 가까운 응급실을 방문하세요.
상처가 깊지 않으면 압박 후 소독을 해주세요. 전설의 빨간약 또는 항생제 연고를 발라주고 가급적이면 상처를 덮지 마세요. 만일 외부와 많이 닿는 부위라 덮지 않을 수 없다면 너무 압박하지 않고 느슨하게 덮어줍니다. 딱지가 생기면 뜯고 싶은 충동을 꾹 참고 자연스럽게 딱지가 떨어지기를 기다리세요.
# 흉터 제거,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흉터는 손상된 피부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과하게 생성된 섬유조직 또는 색소침착 및 저하로 생깁니다. 보통은 검고 튀어나온 형태지만, 간혹 다른 피부색보다 하얗고 함몰되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흉터는 특히 살이 없는 부분 즉, 뼈와 가까이 붙어있는 부위에 잘 생깁니다. 대표적으로 이마, 데콜테 부위가 있습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흉터제거제들이 있는데, 흉터가 심하지 않다면 일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피부과에서 흉터를 치료하는 방법은 흉터의 모양, 위치에 따라 다릅니다. 튀어나온 비대성 흉터(대표적으로 제왕절개 후 흉터)는 고농도 스테로이드를 흉터 내에 주사해 과증식 된 섬유조직을 축소시킵니다. 함몰된 흉터는 겉 표면을 피부 속의 섬유 끈들이 잡아당기고 있는 겁니다. 이 경우 주삿바늘로 섬유 끈들을 끊어주고 필러 등을 이용해 속을 채워줍니다. 또, 레이저 시술을 통해 함몰된 부위의 피부 재생을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 피부보다 검게 보이는 흉터는 미백 치료 및 레이저 시술로 주변 피부와 같은 색깔로 톤 다운해줍니다. 하얗게 저색소의 형태의 흉터는 국소 광선 치료로 색소 생산을 증가시켜 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흉터를 치료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에 흉터가 있기 전 피부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렵습니다. 흉터가 생기기 전에 예방하고(쉽지 않지만..) 생기고 난 뒤에는 다소 기대치를 낮추고 꾸준히 치료하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