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일상이
헌혈증을 지갑에 넣고 다니면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혈 우선권이 있다던데…
몇 년 전, 친구들과 이런 말을 하며 생애 첫 헌혈증을 지갑에 고이 간직했습니다. 마치 든든한 보험이라도 든 마냥 말이죠.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죠.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온 A와 B. 모두 급하게 수혈을 받아야 할 상황, A는 10장의 헌혈증을 B는 한 장의 헌혈증이 있다면 A가 먼저 수혈을 받을까?
2월 28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 헌혈증의 오해와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 헌혈증은 헌혈을 했다는 증서
헌혈증은 말 그대로 헌혈을 했다는 증서입니다. 이름, 생년월일, 성별 등의 개인정보와 헌혈 일자와 종류 등이 기입되어 있죠. 그리고 수혈 우선권에 대한 내용은 헌혈증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 헌혈증으로 수혈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어
헌혈관리법 제14조에 따르면 ‘헌혈자 또는 그 헌혈자의 헌혈증서를 양도받은 사람은 의료기관에 그 헌혈 증서를 제출하면 무상으로 혈액제제를 수혈받을 수 있다. 또, 수혈을 요구받은 의료기관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라고 나와있습니다.
+ 급한 수술을 앞두고 있으니 헌혈증을 모아주세요?
가끔 주위에서 헌혈증을 급하게 구한다는 경우가 있죠. 사실 수술을 앞두고 급하게 헌혈증을 모을 필요는 없습니다. 헌혈증이 필요한 순간은 모든 수술을 마치고 병원비를 정산할 때입니다. 그러니 헌혈증으로 수혈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죠.
+ 헌혈증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면?
무상으로 수혈을 받을 수 있다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수술비 중 수혈에 대한 비용, 그리고 여기서 본인 부담금을 면제받는 것입니다. 1회 수혈 시 면제받을 수 있는 금액은 실제로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수혈 비용은 해당 수술이 보험 적용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헌혈증으로 면제받을 수 있는 금액은 상황에 따라 다르죠. 하지만, 주기적으로 수혈이 필요한 희귀질환 환자의 경우라면 금전적인 도움이 될 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헌혈한 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가 있습니다.
+ 헌혈증은 돈으로 사고팔 수 없어요
비용이 크던 작던 헌혈증으로 금전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어둠의 경로로 헌혈증을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혈액 수급이 부족할 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요. 하지만, 헌혈증은 기부를 통해서만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습니다. 헌혈증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불법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집니다. 헌혈증 한 장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기증받은 헌혈증서를 수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간 500매(취약계층은 1,000매까지)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2월 28일은 희귀질환의 날입니다. 2월 29일이 4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것을 착안해 제정한 날이죠. 요즘 코로나로 혈액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 해요. 수혈을 하지 못하면 생명을 이어가기 힘든 희귀질환 환자들이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2월 28일,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 희귀질환 환자를 위해 헌혈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잘못된 상식으로 지갑 속에 또는 장롱 속에 보관해 놓은 헌혈증이 있다면 기부를 해주세요.
혈액암협회 헌혈증 기부: https://www.kbdca.or.kr/sub03_new/sub02.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