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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Mar 10. 2022

볼빨간 약사의 코로나 생생 체험기

by 볼빨간 약사

코로나가 코앞이라더니, 얼마 전 저와 저희 가족에게도 코로나(오미크론)가 훅 들어왔다 갔습니다. 2월 20일부터 3월 3일 24시까지, 약 열흘 남짓 우리 가족이 코로나를 겪고 마악 벗어난 이 시점에서, 저의 경험담을 공유하려 합니다. 


저희 가족은 코로나 방역수칙을 모범생처럼 지켜왔어요. 저는 회사-집,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동선이 전부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개인 약속은 거의 몇 년째 미루고 있었고요. 다만 아이들의 체력 유지를 위해 주말이면 아이들과 친구들이 공터에서 공놀이를 하게 했고 저는 구경하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죠. 


[코로나의 습격] 

20일 일요일 아침, 자고 있는데 ‘삐, 삐’ 작은아이가 체온기를 들고 와서 자기 귀에 대고 자꾸 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나 여기가 좀 아파” 하면서 한 손으로 이마를 가리키며 체온기에 37.8도가 찍힌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어제 추운 데서 너무 놀았나 보다, 오늘 따뜻한 물 마시면서 푹 좀 쉬자” 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겉옷도 벗은 채로 더 춥게 놀았던 건 큰 아이였던 지라 큰아이 체온도 쟀는데 작은아이보다 더 높은 38.1도가 찍히는 거예요. 그날은 38도에 가까운 미열이 계속 나더라고요. 전날 공터에서 추운데 너무 오래 놀았나? 쉬면 낫겠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낮잠을 자고 오후 늦게 일어난 큰아이가 “엄마 그런데 목이 좀 아파” 하더라고요.


순간 느낌이 확 왔습니다. 열은 짧게 나거나 안 날 수도 있고, 목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는 ‘오미크론’의 증상을 들어서 알고 있었거든요.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 검사 시도]

며칠 전 퇴근길에 문득, 비상시를 대비해서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사뒀습니다. 5개입 ‘SD 바이오센서 코로나 19 항원 자가검사 키트’

일주일 뒤 개학과 동시에 전면 등교하게 되면 주 2회씩 자가진단 키트로 자가 검사하고 음성이 나와야 등교가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뀐다는 말을 듣고 심란해하며 사뒀죠. 아이들 코에 어떻게 내가 매번 훅 찌르나…라며 은근히 혼자 걱정을 하기도 했어요. 5학년 큰아이는 보건소 PCR 검사도 몇 번 받아봤는데, 자가진단 키트는 생각보다 깊지 않게 넣는다고 하니 언제 혼자 한번 해보면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2학년 작은 아이는 PCR 검사도 해본 적 없는데 제가 그걸 그 작은 코에 주 2회씩 찔러줄 용기도 안 나고, 혼자서 해보게 하는 것은 더 어렵겠고… 순간, ‘아이들이 이 참에 자가진단 키트 한번 써보고 두려움을 없애볼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어요. 그리고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꺼내 들고 나왔습니다.


[검사 순서]

1. 손을 깨끗이 씻음

2. 구성품 확인- 봉투 안에 든 검사용 디바이스와 방습제(방습제가 노랑이어야 유효. 초록이면 무효라고 함). 멸균 면봉, 용액 튜브와 노즐 캡.

3. 멸균 면봉으로 양쪽 코 안에서 10번 정도 살살 휘저으면서 점막의 콧물을 묻힘 – 면봉 부위가 1cm 정도인데, 1.5cm 정도만 코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하니 면봉 밑으로 0.5cm 부위를 정확히 잡고 코 안으로 넣었음.

4. 용액 튜브 뚜껑을 열고 콧물 묻은 면봉을 액체 안에 10회 휘저은 후, 노즐 캡을 닫음

5. 노즐 캡의 노즐 쪽 구멍을 검사용 디바이스 동그란 구멍에 대고 검체액을 4방울 떨어뜨림. 

검체 추출액이 쭉 디바이스에 흡수되어 번지면서 선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C에만 선이 있으면 음성, C와 T에 선이 있으면 양성인데… 어랏, 큰 아이 디바이스에 선이 두 개가 나오는 것이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순간 가슴이 살짝 철렁했어요, 설마…? 마스크 잘 끼고 학교와 학원을 다녔고, 가끔 밖에서 마스크 끼고 놀면서 한두 번 마스크 살짝 내리고 물 마신 게 다일 텐데 코로나라니? 작은 아이 디바이스는 선이 한 줄(음성), 이어서 해본 나의 디바이스도 선도 한 줄(음성) 이었습니다. 남편은 집안 행사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며칠간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오는 중이었어요. 제주도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걱정이지, 집에 있는 우리가 코로나에 먼저 걸릴 줄이야. 


큰 아이는 혹시나 해서 몇 시간 뒤 다시 한번 해봤는데 또 두 줄이 나왔습니다. 자가진단 키트에 위양성도 있다고 하지만, 두 번 다 두 줄이 나왔다는 것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어요. 자가진단 키트 두줄이 나왔으니 이것을 들고 PCR 검사를 가야 하는데, 작은 아이는 임상 증상이 큰아이와 거의 같은데 한 줄이 나왔습니다. 


[두줄 자가 키트 들고 시작된 PCR 검사]

큰아이 두줄 키트를 들고 다음날(21일) 보건소를 찾았습니다. 역시나 양성이었죠. 하지만 증상이 비슷한 작은 아이가 음성인 것은 의문이었어요. 

그러면 큰아이는 21일로부터 7일째 되는 날인 27일 24:00가 자가격리 해제 시간. 다행히 신학기 개학 전에 끝나겠구나 싶었어요. 큰 아이는 자가 키트 양성이 나온 순간(20일 오후)부터 힘겹게 가족 격리를 시작했어요. ‘오미크론’은 ‘델타’와는 달리 증상은 완화되어 있는데 전파력이 커서 가족 격리를 아무리 신경 써도 가족 간 전파는 막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노력 대비 허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심란하게 격리를 시작했죠. 


큰 아이는 작년에도 반 친구 확진이 나오는 등의 이유로 자가격리를 몇 번 해봤는데 정말 힘들었거든요. 다른 가족과 방과 화장실을 따로 쓰고, 식기도 분리해 끼마다 식사를 방으로 넣어주고, 방 밖으로 잠시라도 나올 때는 꼭 마스크를 끼도록 했어요. 워낙 활동적인 아이라 갇혀서 지내는 시간을 더 힘들어하니 불쌍했어요. 열은 20일부터 났지만 PCR 양성으로 확진이 나온 건 22일 저녁이니 거의 2일을 상비약 해열제만 먹었습니다. 큰 아이 증상은 해열제를 먹었지만 지속되는 37도 후반대의 열과, 가래 있는 기침이었습니다.


큰 아이가 PCR 양성이 나온 22일 저녁, 나머지 가족 세명은 밀접접촉자로서 PCR 검사를 갔습니다. 23일 아침, 역시나 작은아이도 PCR 양성, 저도 PCR 양성이 나왔고, 남편은 PCR 음성이 나왔습니다. 작은아이와 저는 22일 검사를 했으니 22일로부터 7일째 되는 날인 28일 24:00가 자가격리 해제 시간. 다행히 신학기 개학 전에 끝나는 자가격리 일정이었어요. 작은 아이는 열이 20일부터 났지만 PCR 양성으로 확진이 나온 건 23일 아침이니 거의 3일을 상비약 해열제만 먹었습니다.  작은 아이 증상은 해열제를 먹었지만 지속되는 고열(밤에 잘 때는 39도 후반부), 목이 가끔 아픈 느낌이었습니다. 


[코로나 치료의 여정]

‘자가 키트 두줄 확인 후 PCR 검사 가능’이라는 지금 제도의 문제점이라 생각된 부분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병원에 가지 못하고 상비약 해열제만으로 너무 오랜 기간을 버텼고 제대로 된 비대면 진료는 한참 뒤에나 가능했죠.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양성 확진자 만을 대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PCR 양성으로 확진 등록이 확인된 사람들에게만 진료 및 처방이 가능했어요. 


특히나 아이들의 비대면 진료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병원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제가 사는 송파구에는 그런 병원이 없었고, 네이버 검색 후 알게 된 곳이 서초구에 있는 ‘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 이었습니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필요한 분들 도움이 될까 해서 공개되어 있는 전화번호 공유합니다 (02-596-4585). 이곳에 전화를 해서 문의해보니, 핸드폰 번호(비대면 진료 접수 핸드폰 번호 : 010-5183-4585)를 알려주면서 문자로 비대면 진료 접수를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비대면 진료 접수 시 보내야 할 정보가 다음과 같았습니다(1. 이름, 2. 주민번호, 3. 핸드폰 번호, 4. 처방약을 받을 약국 fax 번호, 5. 검체 채취 일과 확진일).  문자접수가 되고 나면 ‘진료 접수가 됐고 순차적으로 비대면 진료 연락을 준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어 좋았습니다.  

병원도 못 가고 수일간 해열제만으로 버텨서 마음이 무거운 상태였기 때문에 PCR 양성이 나오고 첫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던 큰아이 확진일 22일 밤에는 정말 멘붕상태였어요. 어렵게 인터넷으로 서칭을 해서 알아낸 병원이었는데 밤늦은 시간까지 진료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날 밤 9시에 부랴부랴 문자로 비대면 진료 접수하고 진료받은 후 개인 메일 주소로 처방전을 보내주셨죠. 출력해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외출이 가능한 남편이 약국 문 열자마자 가서 처방약을 받아왔어요(3차 백신을 맞아서 밀접접촉자임에도 불구하고 외출이 가능했답니다). 원래는 내가 지정한 약국 fax 번호로 병원에서 처방전을 보내주면 약국에서 약을 조제해주고 가족이 조제해둔 약을 찾아오는 시스템인데, 출력해서 쓸 수 있도록 개인 메일로 처방전을 보내주기도 하더라고요.  23일 오전에 작은 아이도 이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하고 동네 약국에서 처방약을 조제받아먹었고요. 이런 시기에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과 체계적이고 친절한 시스템에 감사하고 감동했습니다. 


어른인 저의 경우는, 23일 오전에 PCR 양성이 되었는데, 저는 21일경부터 증상이 있었던 것 같아요.

21일 : 미열이 있는 상태(37도 후반). 밤에 자다가 몇 번 깨면서 두통 있었음. 

22일 : 낮에 미열이 있었고 (37도 후반), 머리가 아팠음. 밤에 자다가 몇 번 깨면서 두통이 있었음. 

23일 :  아침부터 타이레놀 콜드 1일 3회 복용. 낮에 열이 지속되었고(38도 정도), 몸살처럼 온몸이 아팠고 도저히 일을 지속할 수가 없어서 재택근무를 일찍 종료(3시). 밤에 자다가 여러 번 깨면서 온몸의 뼈가 부서질 듯 아팠고, 두통이 심했음. 

24일 : 타이레놀 콜드를 여전히 복용하였으나 열은 지속되었고(38도 정도), 여전히 뼈가 부서질 듯 아픈 몸살과 두통이 있었음. 오후에 처음 비대면 진료를 하여 처방약을 조제 받음 (세파클러캡슐-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소로펜정-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손페리정-근이완제, 스토칸정-H2 차단제, 소론도정-부신피질호르몬제)


확진된 날인 23일 오후에 비로소 [서울특별시]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안내문을 문자로 받았는데, ‘우리동네 상담/처방 병의원’ 링크가 있었고 여기에 들어가 보니 ‘지도보기’를 통해서 우리 동네 상담/처방 병의원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코로나 재택치료는 종합감기약 상비약으로 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22일~24일 오전까지는 타이레놀 콜드만 먹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이 38도로 지속된 이후에 문제를 깨닫고 처방약을 조제해서 먹었습니다. 먹고 나니 24일 오후부터는 뼈가 부서질 듯 아프던 증상과 두통 증상이 급속도로 사라지면서 목이 조금 칼칼하고 가래만 있는 증상으로 넘어갔고 이후에는 기침가래약을 처방받아 4일 정도 이어서 먹고 현재 회복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백신 3차까지 맞았던 남편은 여행 이후 코로나에 걸린 나머지 가족과 뒤늦은 접촉 후 잠복기를 거쳐 25일 PCR 검사, 26일 PCR 양성 확진이 뒤늦게 되고 말았습니다. 3월 3일 24:00까지 자가격리를 함으로써 그토록 염려했던 ‘신학기 개학 첫 이틀간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가는 불상사’를 맞게 되기도 했지만, 뒤늦은 확진으로 그전까지는 세명의 조제받은 약을 받아오는 등의 일을 도맡아 할 수 있었고요. 남편까지 확진된 이후로는 동네에 사는 제 친구가 조제약을 받아와 우리 집 문고리에 걸어주고 갔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코로나를 겪고 난 후 돌아보며]

남편의 접촉일 후 PCR 검사까지의 기간을 살펴보니, 코로나 잠복기가 4-5일 정도까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또한 남편이 25일 PCR 검사 직전 자가 키트 검사는 음성이었는데 PCR 검사는 양성이 나온 것을 보며 자가 키트가 PCR에 비해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자가 키트 결과만 믿고 행동하다 보면 대처가 늦어질 수 있겠더라고요. 작은 아이 경우도 22일 PCR 검사 직전 자가 키트 검사는 음성이었는데 PCR 검사는 양성이 나왔으니, 역시나 자가 키트가 PCR에 비해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반증이었던 것 같습니다. 


3차 백신을 맞은 남편도 걸린 것을 보면 ‘오미크론’에 대한 예방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 같고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다 보니 “차라리 빨리 걸리는 게 맘 편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증상 강도는 주변에서 들어보니 일반 가벼운 감기 수준인 사람부터, 저처럼 힘들게 앓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 몸살 통증(온몸의 뼈가 부서질 것처럼 아픔)과 두통이 매우 심했고,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끼는 증상이 5일쯤 지속되었습니다. 제가 독감도 앓아봐서 비교를 할 수 있었는데 델타에 비해 약화되었다고 하는 오미크론도 독감보다 확실히 몇 배 더 아프고 힘들었기 때문에,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특히, 주변에 어르신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있는 분들이 있는 가족이라면 중증으로 발전하게 되는 위험성까지 생각해서 여전히 코로나 예방을 위한 개인 방역의 고삐는 늦추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개인마다 증상이 제각각이고 증상별로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단 상비약(해열진통제, 종합감기약 정도)은 평소에 미리 구비해 두되, 양성 확진이 되고 나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로 병원 진료를 보고 나의 증상에 맞는 약으로 치료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저는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닥터나우’나 ‘굿닥’이라는 앱도 있어서, 코로나 재택치료를 위해 비대면 진료, 처방약 배달까지 해결 가능하다고 하니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 ‘오미크론’을 경험한 ‘볼빨간 약사’의 코로나 체험수기였습니다.  코로나, 가급적 열심히 예방하고 닥치면 현명하게 이겨냅시다,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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