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독의약박물관
요즘은 어딜 가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손소독제. 하지만 코로나 초반에만 해도 손 소독제를 사용하면 소주 냄새가 난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죠. 알코올의 독한 냄새 때문인데요. 이런 알코올은 끓는점의 차이를 이용해 액체 상태의 혼합물을 분리하는 <증류> 기법으로 추출합니다. 오늘은 한독의약박물관 소장품인 일본의 도제약 증류기, ‘란비키’를 소개합니다.
‘증류’라고 하면 소주와 위스키를 생각하는 애주가도 있죠? 맞습니다. 소주와 위스키 같은 술을 증류주라 하는데, 발효를 통해 만든 술을 증류 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없애고 알코올 도수를 높인 거죠. 하지만, 19세기 일본에서 사용된 ‘란비키’란 증류기는 의료기구였습니다. 향유나 주류를 증류시켜 각종 소독제로 사용했죠. 일본 안과 의사들은 찔레꽃을 란비키에서 증류해 찔레물을 만들어 안과 진료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란비키는 일본 에도 시대(1603~1867) 중기부터 메이지 시대(1867~1912)까지 사용된 증류기입니다. 란비키는 주로 난학(네덜란드를 통해 들어온 유럽의 학문, 기술, 문화 등을 통칭하는 말)을 받아들인 난학자 또는 약종상들이 사용했습니다. 난학에서는 서양의 질병을 란페키라 했는데, 난학에서 사용하던 의료기기라 하여 란비키라 불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란비키는 서양식 증류장치보다 중국과 아시아의 소주 증류 장치와 더 많이 닮았습니다.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란비키는 황색을 띠는 유약을 사용해 전체가 노란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 위에 퇴화기법으로 매화 문양을 도자기 표면 전체에 장식해 매우 아름답습니다. 퇴화 기법이란 백점토나 철분이 포함된 점토물로 그림을 그리거나 점을 찍어 문양 만드는 방법입니다. 아랫면에는 흙으로 동물의 얼굴 모양을 빚어 장식해 화려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란비키 밑면에는 흙으로 만든 3개의 둥근 돌출부가 있습니다. 이 돌출부는 증류기와 풍로가 직접 닿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란비키는 상, 중, 하 3개의 부분으로 나뉘는데 증류를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먼저 중간 부분에 약재를 넣습니다.
2. 아랫부분에 물을 채워 끓이면 중간 부분의 약재 성분은 수증기처럼 포화상태가 됩니다.
3. 때 상단 부분의 뚜껑을 열고 찬물을 부으면 포화 상태의 약재가 액체로 응결됩니다.
4. 응결된 액체는 중간 부분에 튀어나와 있는 출수구를 타고 나오게 됩니다.
현대의학에서도 이런 증류 방법을 거쳐 멸균 상태로 만든 알코올을 소독약 또는 약품의 희석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년 만에 거리두기가 풀렸지만 앞으로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거라 합니다. 알코올 냄새가 독하긴 하지만, 계속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 만큼 손씻기와 손소독을 생활화 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