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볼빨간 약사
싱그러운 녹음이 우거지고 쨍한 날도 조금씩 늘어나는 5월입니다.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소중한 가족들을 챙겨야 할 때이기도 하죠. 가족과 나들이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번 5월에는 가족들을 위해 중요한 일을 놓치지 말고 해 두면 어떨까 해요. 바로 ‘구급함 준비’입니다. 갑자기 아픈데 당장 병원을 찾기 힘들 때, 가정 내 손이 닿는 곳에 준비해둔 ‘구급함’이 있다면 마음이 꽤나 든든할 것입니다.
볼빨간 약사님! 저희 집엔 아주 커다란 구급함이 있어요. 그런데, 정작 약을 찾으려면 항상 없고, 정리를 하려고 보면 비슷한 약들이 수두룩해요. 구급함 정리,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볼빨간 약사는 직능상 집안에 구급함을 제대로 갖추고 있을 거라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실상은 부끄럽게도 생활이 바빠서 인지, 성격 탓인지, 구급함을 생각보다 ‘제대로’ 챙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구급함이 요긴하게 쓰였던 경험은 있었기에 제대로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7-8년 전쯤 회사일로 모 제약회사를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구급함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때 구급함의 든든함을 알게 됐고, 지금은 그 상자 안에 약들만 교체해 채워 넣고 있어요. 저희 집 구급함은 안쪽이 조금 보이는 반쯤 투명한 통에, 2단으로 칸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위칸에는 자주 찾는 부피 작은 약들을 주로 넣습니다. 알코올스왑, 소독약과 소독솜, 포비돈 요오드, 가장 자주 찾는 연고 2개,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 그리고 자주 복용하기 쉬운 어른을 위한 알약 상자들이 있습니다. 아랫칸에는 조금 부피가 큰 것들을 넣습니다. 체온계, 아이들을 위한 비상용 시럽제, 파스 몇 개와 안티푸라민 연고 넣어두고 있습니다.
# 부피가 작고 자주 쓰는 약들은 위칸에
알코올스왑은 휴대가 쉬워서 외출할 때 비상용으로 몇 개씩 뜯어서 가지고 다니기 좋아요. (한 개씩 개별 포장된 것이 좋습니다. 한 개의 통 안에서 작은 볼을 꺼내 쓰도록 만든 것은 알코올이 금세 날아가 말라버리더라고요)
소독약은 과산화수소수나 에탄올로 된 소독약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저희 집 아이들은 하도 따갑다고 엄살을 부려 과산화수소수보다 에탄올로 된 소독약을 넣고 있어요 (어릴 적 기억을 생각하면, 상처에 부어서 하얀 거품이 나는 과산화수소수가 정말 소독 살균되는 느낌이 확실한데 말이죠).
빼놓을 수 없는 게 포비돈 요오드. 예전부터 ‘빨간약’이라고 불렸던 약인데 정확히 말하면 갈색 약이죠. 역시나 따가운 소독약이 싫다고 하는 아이들을 위한 약입니다. 바르고 나면 외관상 예쁘지 않지만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되므로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이제 연고인데요, 두 가지 가장 많이 쓰는 것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상처에 바르는 연고로 후시딘(또는 마데카솔), 광범위 피부질환에 바르는 연고로 에스로반이 있습니다.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으로는, 버물리를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버물리는 겔 형태와 물파스 형태가 있는데, 모기 포함해서 벌레 물렸을 때 문대면서 바르는 시원함이 좋다면 물파스, 자극이 적은 것이 낫다면 겔 형태도 괜찮습니다.
자주 복용하기 쉬운 알약 상자는 해열진통제(보통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종합감기약, 구내염약, 소화효소제를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구내염이 가끔 생기는데 상비 구내염 약을 며칠 복용하다가 없어지지 않는 경우 병원을 찾고 있습니다. 훼스탈과 같은 소화효소제는 과식 등으로 소화력 보충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를 위하여 구비해 두고 있습니다.
# 부피가 큰 약들은 아랫칸에, 하지만 주기적으로 유효기간을 확인해요
체온계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쓰던 브라운 체온계가 들어가 있고요. 아이들을 위한 비상용 시럽들은 부피가 좀 있어서 아랫칸에 있는데요. 이 약들은 사용하려고 보면 유효기간이 지나 있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보면서 교체해 주는 것이 특히나 중요합니다. 해열제 시럽(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이부프로펜 성분), 종합감기약 시럽, 소화제 시럽을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특히 소화제 시럽은 ‘백초’ 시럽을 넣어두곤 했었는데, 꽤나 요긴한 상비약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럽들은 아이가 아기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쭉 이렇게 구비해두면 든든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파스류가 있습니다. 자고 일어났는데 결리거나 할 때, 파스를 사러 가는 일이 생각보다 번거로워서 한두 개 정도 파스를 넣어두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타박상이 있을 때 바르기 위한 안티푸라민 연고도 있습니다.
자, 이렇게 챙기면 마음이 든든합니다. 바쁜 생활 중 구급함 ‘제대로’ 챙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이 없도록 관리해줘야 하니까요. 신경 써서 챙겨두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만큼, 주기적으로(적어도 연 1~2회) 정해서 구급함을 점검해두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저도 요번 주말에는 구급함 재정비의 날을 가져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