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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Jul 07. 2022

나이들면 롤러코스터가 무서운 이유

by 배뚱뚱이

최근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야외 놀이공원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합니다. 놀이공원에는 다양한 놀거리가 있는데, 그중 가장 압권은 바로 ‘탈 것’이죠. 롤러코스터나 L사 놀이공원의 자이*드롭 같은 수직 낙하 놀이기구에 목청껏 비명을 지르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기도 하죠. 이뿐만 아니라 여름이면 워터 슬라이드나 강변의 물놀이 시설(속칭 빠지)에서도 날아가고 떨어지고 하는 놀이 시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놀이공원 등에 보면 항상 노약자는 탑승은 제한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래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롤러코스터 안내 홈페이지에 있는 안내 픽토그램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출처: 에버랜드 T express 안내 홈페이지


즐거워야 할 놀이기구, 하지만 놀이기구가 위험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이런 질환이 있으면 놀이기구 타면 안 되는지 하나씩 알아볼까요? (음주자나 임산부는 너무 당연해서 소개 따로 안 드리겠습니다.) 


#1. 목 허리 디스크 환자 탑승 금지

좌우로 흔들리고 위아래로 떨어지는 충격이 발생하는 놀이기구는 상하의 급격한 압력이 생기는데, 이는 디스크가 터지기 가장 적합한(?) 환경입니다. 이런 놀이기구보다 갑자기 수면에 충격이 가해지는 워터 슬라이드, 바나나보트에는 더 큰 위험이 상존합니다. 아래 그림처럼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는 상태에서 위아래에서 더 충격을 준다면 당연히 더 많이 튀어나오게 되겠죠.

사실 디스크보다 더 위험한 것은 뼈 자체의 골절입니다. 

위의 기사에 나오는 후지큐 하이랜드는 롤러코스터와 귀신의 집 2개로 버티는 나름 일본의 이름 있는 놀이공원입니다. 이곳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 ‘도도돈파’가 있는데 탑승객이 목, 등, 가슴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좌우로 흔들리는 진동에 안전바와 부딪히면 늑골(갈비뼈) 골절이 쉽게 올 수 있고, 목, 등의 경우는 척추의 압박골절(Compression fracture)이 올 수 있습니다. 척추의 앞쪽을 이루는 원기둥 같은 척추체(Spinal body)가 으깨져버리는 골절 형태입니다. 이런 골절은 젊은 사람은 잘 발생하지 않지만 갱년기가 지난 여성,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은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실 놀이공원에서 노약자 탑승 금지라고 하는 이유 중에 꽤 큰 부분이 바로 노인들의 골 밀도가 보통 사람에 비해서 많이 낮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건강검진에서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면 디스크(추간판 탈출) 질환이 없더라도 이런 놀이기구는 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심/혈관계 질환자 탑승 금지 

이 부분은 사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미리 경고를 하지 않으면 사고 발생 시에 놀이공원에서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음 두 가지가 심혈관계에 있어서 가장 두려운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A. 중력 가속도의 증가에 따른 우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탑건 2’ (사실 일반인들에게 G, 즉 중력가속도의 몇 배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한 영화가 탑건 1(1984)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984년에 주연이었던 톰 크루즈형이 38년이 지났는데도 또 나와서 중력 가속도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장면들이 나오죠. 9G를 버티네, 의식을 잃지 않네 등 무용담들이 나오는데요. 이 중력가속도는 신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늘어나게 합니다. (급가속하는 차나 급정거하는 차에서 간접적으로 겪어봤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럴 때 혈관의 약해진 부분 내지는 해당 부위의 충돌과 함께 내부의 출혈을 가져왔다는 몇몇 보고들이 있습니다. (Tseng P. et al. Pediatr Emerg Care. 2019; 35(4):e76-e78, Kuo C. et al. J Neurotrauma. 2017;34(22):3198-3205.) 

참고로 위에 소개한 우리나라의 놀이기구를 소개하는 기사를 보면, 4.5G 즉, 중력가속도의 4.5배를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 수치면 혈압에도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4.5G라는 것이 혈압을 4.5배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뇌동맥류나 다른 출혈성 질환이 있다면, 이런 놀이기구를 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B. 갑자기 놀랐을 때 

동일한 심/혈관계로 묶긴 했으나 사실 여기는 위의 중력 가속도와는 다른 기전의 위험성입니다. 겁을 많이 먹거나 흥분을 하면 우리 몸의 교감 신경이 항진되고 심박수가 늘어납니다. 우리 몸은 이러한 변화에 어느 정도 버텨주지만 부정맥이 있거나, 부정맥 등으로 심박조율기(Pace-maker)를 몸에 심은 중증의 부정맥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치명적이라 함은 심정지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사실 심한 부정맥 환자분이 이런 놀이기구를 타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본인이 심하게 겁이 많거나, 숨이 가빠지는 등 몸이 느끼는 과도한 긴장을 하고 있다면, 옆에서 무리하게 놀이기구를 태우는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심장 박동의 이상이 아니더라도, 너무 겁을 많이 먹으면 간혹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는데 (틱톡이나 유튜브 숏에서 보신 분들 있으실 겁니다.) 그 경우에 과도한 움직임(특히 머리가 옆으로 꺾이는)으로 인해 골절 등의 다른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노약자 탑승 금지 

사실 이 항목은 엄청 찾아보았습니다만, 이게… 특별히 노인이라서 탑승을 하면 안 된다는 것보다는 노’약’자 즉 위에 말한 근골격계 질환(골다공증)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노약자에게 탑승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사실 실제 노약자 사고 사례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것은 아마 노인 분들이 알아서 탑승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지난 일요일에 살을 빼겠 다고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 올라갔었는데, 세상에 마지막 500m는 거의 돌로 된 암벽을 설치된 줄을 붙잡고 올라가는 구간이었습니다. (혹시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저는 너무너무너무너무 무서워서 줄을 잡고 벌벌벌 올라가는데, 족히 70은 되어 보이시는 어르신께서 제 옆으로 휙휙 뛰어서 내려가시더군요.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리하자면 단순히 노약자라는 것보다는 위의 위험 요소에서 어떤 것이 본인이 해당되는 지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한 접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5세 심한 골다공증을 가지고 계신 분이, 건강한 70세 노인분보다 이러한 위험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놀이공원보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은 사실 수상 놀이시설 

놀이공원은 놀이기구 탑승 시의 부상에 대한 보험도 들어있고 대부분 규모가 큰 회사에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놀이기구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또,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염려가 되는 것은 사실 물놀이장입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수면에 떨어지면서 입수를 하면 진짜 아픕니다. 달리 바꿔 말하면 롤러코스터 등에서 오는 충격보다 더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골절이나 염좌(삐는 것)가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수영을 상급반까지 배운 분들이라면 경험해봤을 듯한데, 출발 다이빙을 할 때 배치기로 물에 들어가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습니다. 제가 최근에 뉴스, 유X브에서 보니 수상 놀이시설에서 2M 정도의 공중에서 입수하는 놀이시설이 많더군요. 50cm 높이 수영장 출발 블록도 그렇게 아픈데… 2M라 하면…


이처럼 우리나라 휴양지에서 즐길 수 있는 물놀이의 속도나 강도가 엄청나고 (예를 들자면 바나나보트) 대부분 이런 업체가 보험이나 그런 보상 체계가 잘 없는 영세한 업체인 경우도 많습니다. 본인이 무릎, 허리, 발목 등 다친 곳이 있거나 불편한 경우에는 무리하게 속도를 즐기는 놀이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을 위해 좋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휴가가 가고 싶어 지네요. 즐겁자고 간 휴가지, 놀이공원에서 다치는 것만큼 속상한 일은 없겠죠. 본인에게 무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만용으로 타지 말아 주세요. 몸을 써서 노는 곳에서는 충분히 몸을 풀고 이용을 하시면 좋습니다.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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