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독의약박물관
10여 년 전 2G 폰이 대세일 당시에는 핸드폰 디자인이 지금보다 더 다양했습니다. 재질과 색상은 물론 폴더폰, 슬라이드폰, 옆으로 꺾이는 폰 등등 천차만별이었죠.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바뀐 이후 디자인은 예전만큼 눈에 띄게 바뀌는 것 같진 않네요. (물론 S사의 플립폰은 획기적이긴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보면 모두 다릅니다. 그건 바로 ‘스마트폰 케이스’ 때문이죠.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등 다양하 이유로 케이스를 사용합니다. 스마트폰뿐만이 아니죠. 요즘은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케이스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한국인의 케이스 사랑이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 남몰래 쓰던 안경에서 과시용 안경으로
오늘 소개할 유물은 한독의약박물관 유물은 조선 후기(19세기)에 사용하던 안경집입니다. 안경집은 이름 그대로 안경을 보관하는 물건입니다. 그러데 조선시대에는 안경집이 보관을 위한 물건 그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사실, 안경이 막 들어온 조선 후기에는 안경을 쓰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안경을 쓰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경집을 도포 자락에 넣고 숨기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점차 사회 분위기가 변화합니다. 안경을 쓰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당시 안경은 고가였기에 신분을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되면서 안경집에 대한 위상도 같이 높아지게 됩니다.
# 물고기 껍질로 안경집을? 얼마나 화려해 질 수 있을까?
도포 자락에 넣어 다녔던 안경집을 허리춤에 달고 다니게 되면서 더욱더 화려해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비교적 구하기 쉬운 나무로 안경집을 만들었습니다. 기능적인 부분만 강조해서 안경을 잘 보관하려고 피나무, 은행나무, 오동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목재 안경집도 점점 발전하기 시작하는데 안경을 담기 위해 나무를 파내고 다듬는 정도에서, 이제는 겉면에 여러 가지 문양을 조각하고 습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옻칠과 기름칠을 하여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목재와 더불어 안경집에 많이 사용한 사용된 재질이 있는데, 그건 바로 어피, 물고기 껍질입니다. 안경집에 사용된 어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민물고기가 아닌 주로 상어 가죽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상어 비늘은 사포처럼 거칠어 표면을 숫돌에 갈면 물방울무늬가 생기면서 매끈하고 투명해지는데, 여기에 색을 칠해 장식했습니다. 참 화려하죠.
안경집의 자수도 매우 화려했습니다. 꽃과 곤충 등의 화조문, 십장생문, 다산을 상징하는 포도문 등 다양한 문양을 화려하게 수놓아 장식적인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자수 안경집은 주로 여성들이 많이 사용했는데, 여성들은 이 안경집을 바늘집으로도 같이 사용해 안고름, 겉고름, 치마끈 등에 달고 다니면서 기능적인 면과 장식적인 면을 모두 갖췄습니다.
# 믿거나, 말거나~ 안경집의 새로운 기능
안경집이 장신구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미신도 생깁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안경집이 눈병을 막아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첫돌을 맞는 아기에게 안경집 모양의 노리개를 달아줘 눈병을 겪지 말라고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안경집을 서랍이나 가방에 두고 다니는 경우가 많죠. 비록 대상은 바뀌었지만 소중한 물건을 보관하는 케이스에 대한 한국인의 남다른 사랑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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