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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Sep 07. 2022

일본인 아내가 추천한, 규슈 여행

by 마흔살 어른이

“여름휴가 때 일본에 갈까?”

라고 물으면 

“여름휴가인데 왜 굳이 일본에 가야 해?”

라고 반문하던 일본인 아내가 올해는 달랐다. 코로나 때문에 거의 3년을 일본에 가지 못했던 까닭에, 이번 여름휴가는 올해 초등학생이 된 딸과 함께 오랜만에 어른들께 인사도 드리고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 일본 방문 비자 & 국제 운전면허 발급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일관계는 물론 코로나 상황으로 입국이 쉬운 편은 아니다. 관광은 15명 이상 단체만 가능하고 나와 같은 친지 방문이 있을 경우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 (비즈니스를 위한 비자발급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비자 발급은 좀 번거롭다. 일본 대사관에서 지정한 여행사가 있는데, 여행사를 통해서만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코로나 때문인지 국제 공항이 한적해졌다

요즘 발급받는 운전면허는 국/영문으로 발급이 가능해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지만, 일본은 예외다. 일본은 국제 운전 면허증을 별도로 발급받아야 한다. 각 지역의 면허 시험장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여권 사진과 본인 면허증만 있으면 15분 정도면 나온다. 


# 3년 만의 일본, 아이와 함께하는 규슈 여행
 
이번 일본 여행의 주제는 <아이와 함께 하는 규슈 여행>이었다. 사실 이번에 계획한 여행 코스 대부분이 예전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던 곳인데, 당시 딸이 3~4살이었어서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재탕이긴 하지만 규슈 지역에서 아이와 함께 갈 만한 곳들로 계획을 세웠다. 우선 일본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기타큐슈로 향했다. 기타큐슈를 가기 위해선 후쿠오카 공항에서 내려 자동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운전해 들어가야 한다. 일본은 핸들이 차량의 오른쪽에 있고 좌측통행이라 겁을 내는 사람들도 많은데, 한국에서 운전이 능숙한 사람이라면 크게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 10분 정도만 운전하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1) 기타큐슈 – 고쿠라성
 
일본의 성은 우리나라랑 비슷한 듯 하지만 전혀 다른 건축 양식을 갖고 있다. 우선 건물이 하얀색이고 검은 기와가 특징이다. 그리고 ‘해자’라는 인공 호수가 둘러싸고 있다. 이 호수 안에는 커다란 잉어가 살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성은 규슈 성이지만, 기타큐슈의 고쿠라성 역시 일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성이다. 

기타큐슈의 명소, 고쿠라성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명했던 만화 ‘배가본드’의 주인공인 무사시와 인연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또, 조선통신사가 고쿠라성을 거쳐 일본 전역으로 이동을 했다고 한다. 고쿠라성은 4~5년 만에 다시 가봤는데, 최근 내부를 전면 리모델링했다. 포토존을 비롯해 말을 타며 화살을 쏘는 게임, 가마 체험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체험 시설들이 많아졌다. 

무사시 인형과 아이들을 위한 체험 기구


2) 아프리칸 사파리
 
일본에 가서 웬 사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 규슈 여행을 간다면 강력 추천하는 코스다. 규슈의 벳부 온천을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프리칸 사파리는 이 근처에 있으니 가는 길에 잠시 들리면 아이들에게 큰 점수를 딸 수 있을 거다. 

내차로 사파리 안을 들어가다니! 규모에 먼저 놀란다

아프리칸 사파리는 정말 크다. 우리나라 놀이공원의 사파리를 상상하면 안 된다. 커다란 산이 있는데 그 큰 산 전체가 사파리다. 사자, 호랑이는 물론 코끼리, 코뿔소, 기린, 표범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곳의 가장 큰 재미는 사파리에 자기 차를 갖고 들어갈 수 있다. 셔틀버스도 있긴 하지만, 자차를 갖고 들어가는 걸 추천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동물 앞에서는 시간을 좀 더 두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희귀한 백호도 있고 사자, 곰, 코끼리 등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길이 하나라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맹수의 경우 2중, 3중으로 보호막을 해놓고 차량에 탄 가드들이 맹수 옆에 지키고 있기 때문에 나름 안전하다. 차에서 내리거나 창문을 내리지만 않으면 된다. 이번에도 찻길을 따라 차를 천천히 몰고 있는데 앞에 사슴이 유유히 길을 건너고 있어 차를 잠시 멈추기도 했고, 왜 그런지 몰라도 얼룩말이 내 차에 부비부비 하며 혀로 차를 핥기도 했다. 우리 딸은 이때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3) 뱃부 – 지옥 온천
 
규슈의 온천으로 벳부와 유후인이 유명하다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벳부를 더 좋아한다. 일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벳부는 매우 오래된 온천 마을이라 시설들이 매우 낡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정취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어 좋다. 어른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주는 온천, 하지만 아이와 함께 간 내가 뱃부를 좋아하는 건 ‘지옥 온천’ 관광 코스가 있어서다. 


뱃부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온천 마을인데, 마을에 도착하면 먼저 유황 냄새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또, 여기저기서 온천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장관을 이룬다. ‘지옥온천’은 유황냄새와 분출되는 온천을 활용해 주제별로 만든 관광 코스다. 짧게 10~15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는 코스가 5~6개 정도가 있다. 그중 개인적으로 재미있어하는 지옥 코스를 추천한다.


스님 지옥 이곳은 땅이 진흙인데 지하에서 올라오는 온천수의 증기로 진흙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런데 부글부글 끓으면서 생기는 기포가 마치 스님의 머리와 같다 해서 스님 지옥이라 불린다. 부글부글 끓는 진흙은 꼭 머드팩처럼 부드러워 보이지만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절대 만지면 안 된다. 

<진흙이 끓는 모습이 마치 스님의 머리같이 생겼다>

바다 지옥 마치 동남아 해변을 연상하는 코발트블루빛의 온천이다. 하지만 예쁘다고 발을 담가볼까란 상상은 하지 말길. 200도가 넘는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곳의 묘미는 바로 온천수로 삶은 달걀이다. 사실 맛은 그냥 삶은 달걀이랑 비슷하다. 유황냄새가 좀 나는 것 같긴 한데 기분으로 먹을 만하다. 

<코발트빛의 예쁜 바다?가 아니다. 펄펄 끓는 온천물로 장대에 계란 바구니를 달아 삶는다, 빨간 바다(?)도 있다.>

가마도 지옥 커다란 도깨비 마스코트가 있어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다. 원래는 한국말이 유창한 아저씨가 담배연기로 온천에서 연기를 뿜어내게 하는 묘기를 보여줬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이 없어서 그런지 한국말로 설명하는 시간은 없어졌다. 이곳에서는 온천물을 마실 수 있는 데 80도다. 맛은 별로 없지만 그냥 이것도 기분으로 한번 마셔볼 만하다. 

<도깨비 인형 앞에서 꼭 인증사진을 찍어야 한다>

벳부 여행을 마치고 우린 한국 입국을 위한 PCR 검사를 하기 위해 후쿠오카로 떠났다. 이젠 귀국할 때 PCR 음성 확인서가 필요 없지만 8월 말까지만 해도 반드시 필요했다. 비행기 타기 전에 PCR 음성이 나와도 한국 도착 후 1주일 내에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 조항은 아직 남으니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귀국 후 이 일정도 꼭 챙겨야 합니다.) 


엄마, 아빠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딸 아이가 큰 후 간 여행이어서 그런지 이전 일본 여행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야키토리(꼬치구이)집에 가서 먹고 싶은 걸 함께 주문하고,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포장마차 거리에 함께 앉아 라면을 먹을 수 있었던 이번 여행. 특히, 아이와 함께 규슈 여행을 간다면 도움이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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