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배뚱뚱이
조금 늦었지만, 202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의 주제는 ‘내 몸이 언제 꺾이는 것인가?’ 입니다. M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안84가 40대가 된다면서 촬영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법 개정으로, 이제 1월 1일이 되면서 나이가 늘어나는 것은 이제 없어지긴 했습니다) 매우 실감 나는 감정변화에 저까지 울컥했습니다. 실제로 노화란 나이가 느는 것과 계속 같이하는 이벤트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결국 작년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기능이 나빠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 소위 말하는 ‘꺾이는 나이'는 실제로 몇 살일까요?
우리 몸에서 가장 대표적인 변화인 키가 크는 것은 매우 일찍 꺾입니다.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라면 아마도 소아과에서 신체발육 표준치를 본 경험이 있을 듯 합니다.
이 표를 보면 여성의 경우 16세부터 평균 신장이 160cm 언저리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은 18세까지도 매년 1cm 정도의 키가 성장합니다. 논문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개는 21세까지는 조금씩 성장을 한다고 하며, 25세까지도 키가 자라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농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학생 시절에도 키가 많이 큰 농구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자랐던 키는 줄어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나, 장년 및 노년이 되면 추간판(우리가 흔히 디스크라고 얘기하는)의 높이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키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추간판 높이는 40대 이후부터 평균적으로 10년에 1cm 정도 감소합니다. 그 범위를 벗어나 급격하게 키가 줄어드는 경우는 척추의 자세 자체가 구부정해지면서 발생하는 변화 또는 척추 압박골절에 의한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이때는 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지난 2016년 12월 16일, 뉴욕타임즈에 <You’re an Adult. Your Brain, Not So Much.>란 타이틀의 기사가 보도됩니다. 번역하자면 <너는 어른이지만, 너의 뇌는 그렇지 않아>입니다.
우선 뇌의 경우 뇌의 성장을 크기에 둘 것인가 기능에 둘 것인가로 구분해서 생각해야 하는데, 머리에 크기는 중학생 때 대부분 성장을 마칩니다. 그렇지만, 머리 내부의 구조와 특정 부위의 발달은 보통 25세까지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 부위에 대해서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도 자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위의 기사에서도 나오듯이 뇌의 전두엽의 경우 30대에서도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가 보고된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사람의 머리는 평생 동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50세가 지나서도 골프를 새로 배울 수 있고,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결국 뇌의 성장은 평생에 걸쳐서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새로운 배움에 대한 의지라고 할까요?
근육 자체가 가장 힘이 센 나이는 25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30세까지는 근육이 줄어들 만한 신체 변화가 없고, 운동 등에 의해서 늘어날 일만 있기 때문에 30세 정도가 되면 가장 최대치에 다다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운동 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신체 기능이 최대로 나타나는 나이가 보통 이 시기입니다. (마라톤의 경우 대개 선수들이 최고 기록을 달성하는 나이가 28세라고 하네요) 그리고 뼈의 무게 또한 가장 무거워지는 시기가 30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최대치가 된 근육들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자극이 없으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보통 1년에 0.5~1.0% 정도 줄어드는 것이 자연적인 변화인데, 이게 10년이면 5~10% 그리고 50년이라면 25~50%가 됩니다. 즉 80세가 될 때까지 운동을 하지 않고 살던 대로 살면 몸의 근육이 심할 경우 반정도가 사라져 버린다는 뜻입니다.
혹시 지금 사라진 근육의 양을 계산하며 한숨을 쉬고 있나요? 좀 더 희망적인 말을 해보도록 하죠. 키나 뇌 기능과 달리 상당히 극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바로 근육입니다. 우리가 운동을 통해 유일하게 막을 수 있는 것 또한 근육량입니다. 적극적인 근력 운동을 하면 오히려 나이가 들어도 근육의 크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25세 30세 보다도 근육량이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제가 병원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환자분들의 CT사진을 보고 암의 위치를 그리는 일인데요. 이 CT 사진을 보면, 그 환자분이 운동을 많이 했는지 안 했는지 너무도 명확하게 잘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심부 근육, 척추 주변의 기립근과 허벅지의 근육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코어 근육이 얼마큼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근육들은 신체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용적인 목적의 근육은 아니지만, 노년층에서는 이 근육의 크기와 질을 보면 실제 힘든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이겨내는 능력과 상당히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운동 많이 하고 근육 많은 75세가, 신체 상태가 좋지 못한 65세보다 훨씬 건강하게 치료를 마치기도 합니다.
꺾이는 것에 대해서 조사하다 보니 발견한 재미있는 연구 내용이 하나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이나, 천재적인 발명은 주로 과학자들의 나이 40세 주변에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위의 그래프와 같이 적어도, 새로운 발견을 함에 있어서는 25세 대학생과 55세 장년층이 차이가 없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뇌가 지속적으로 발달한다는 그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0세가 넘어도 여전히 사람은 생각보다 창의적이고 똑똑합니다.
이번에 조사하면서 저도 가장 크게 놀란 내용입니다. 2015년에 나왔던 연구 결과에(Psychol Sci. 2015 Apr;26(4):433-43.) 따르면, 눈을 보고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 (Mind-in-eyes)는 40~50대에서 가장 최대치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위의 논문의 Figure.3에서 나온 내용인데, 특히 mind-in-eyes 항목에서 C를 보면 40대에서 50대 끝까지 peak performance(최대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 시력이 나빠질 수 있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하는 시력은 좋아지는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분야도 나이가 들어서 나빠져봐야 10대 후반 정도의 수준까지만 빠지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조금 불편한 뿐이죠.
위의 내용을 정리해 보니 일단 근력 운동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시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과거 우리 평균 수명이 60대 후반이었던 80년대까지만 해도 근감소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70~80대 수명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근감소, 그리고 그에 의한 일상생활(ADL: activity of daily life)을 못하게 되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 스스로 밥을 만들어 챙겨 먹지 못하고, 나 스스로 화장실에 못 가고, 나 스스로 샤워를 못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고, 생각보다 그 효과 또한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 보여드린 것처럼, 50대 60대가 될 때까지 우리의 지혜와 남의 마음을 읽는 신묘한 힘은 아직 자라나는 중입니다. 저도 아직 배우고 발전시킬 것이 많으니 2023년도 한해에도 좀 더 발전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