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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Mar 29. 2023

우리집 지붕엔 귀신이산다?

by 한독의약박물관

요즘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산뜻하게 인테리어를 하는 집들이 많습니다. 가구나 벽지를 바꾸거나 봄꽃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집을 단장하죠. 예쁜 것들로만 꾸미고 싶은 것이 인테리어인데, 옛날에는 귀신 얼굴로 집을 꾸몄다고 해요! 오늘 소개할 한독의약박물관 소장 유물은 ‘귀면와’입니다.

‘귀면와’는 말 그대로 ‘귀신 얼굴의 기와’입니다. 여러분은 귀신이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입에 칼을 물고 피를 흘리고 있는 처녀 귀신? TV 밖으로 괴기하게 기어 나오는 사다코? 그런데 귀신이란 단어를 꼭 이렇게 무서운 존재를 나타날 때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귀신같이 안다’, ‘귀신같이 빠르다’ 등 귀신이란 말은 초인간적이고 초자연적인 능력을 설명할 때도 쓰입니다. 이처럼 귀신은 우리에게 두려운 대상인 동시에 전지전능한 존재로 여겨집니다. 귀면와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귀신이 재앙이나 질병처럼 삶을 위협하는 사악한 것들을 쫓아내고 복을 가져왔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재앙이나 질병처럼 사악한 것들을 쫓아내고 복을 가져왔으면 하는 염원을 담은 '귀면와'>

귀신의 얼굴을 장식으로 사용한 역사는 매우 오랜 옛날, 중국 은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청동기에 사용된 문양인 도철문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도철은 중국 신화에 나오는 괴물 중 하나입니다. 양 또는 소의 몸통을 하고 뿔은 굽어 있으며 사람의 얼굴을 하고 호랑이의 이빨을 지녔다고 합니다. 야만적인 성격에 엄청난 식욕의 소유자로 무엇이든지 먹어 치우는 등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흉을 흉으로 막는다는 의미로 도철문을 사용한 것이 이후 귀면의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도철이 새겨져 있는 청동솥/ 사진출처: 위키백과>

신성한 존재인 용이나 사자 문양의 영향을 받아 귀면은 괴수 또는 용의 얼굴로 표현됐습니다. 한반도에서는 고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신성한 공간을 외부의 악한 것들로부터 보호하고자 건축물의 기와류, 출입문의 문고리, 무덤 안의 장식, 공예품의 손잡이 등에 귀면으로 장식을 했습니다. 

<귀면을 새긴 기와와 손잡이>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귀면와는 7~8세기의 유물로 목조건물 지붕의 마루 등을 장식했습니다.  윗부분은 당초문(덩굴무늬)으로 양쪽 가장자리는 연주문(구슬무늬)으로 장식했습니다. 하단 부분은 일부 결실됐습니다. 얼굴 부분은 틀을 이용해 찍어내는 방식으로 제작했고 용의 얼굴을 형상화했습니다. 험상궂은 두 눈과 코, 뿔은 돌출되게 표현했고 커다란 입 사이로 이빨과 송곳니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양쪽 눈 사이에는 구멍이 있는데, 이는 기와를 지붕에 올릴 때 나무못을 사용해 고정한 흔적으로 여겨집니다. 

<귀면기와, 남북국시대 7~8세기, 한독의약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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