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ALT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건강 Aug 02. 2023

아스파탐 논란! 제로 콜라 먹으면 안되나요?

by 배뚱뚱이

지난 2023년 6월 말로 기억합니다. 충격적인 뉴스가 언론에 공개됩니다.  


‘제로’ 탄산음료에 쓰는 아스파탐, 발암 물질 분류 


출처를 알 수 없는 인스타 포스팅도 아니고 로이터 통신이 6월 29일에 보도한 자료를 인용한 기사입니다. 이제 제로 콜라를 먹지 못한다란 얘기가 나돌 정도로 영향이 컸죠. 실제로 2023년 7월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 공식적으로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제목은 “Aspartame hazard and risk assessment results released” (주: 아스파탐의 잠재적 위험성과 발현될 가능성에 대한 평가 결과 배포) 이후 항간에 아스파탐을 계속 먹어도 된다, 먹지 말아야 한다 등 각종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 의사도 소용없어, 경이로운 소문!

제 동기인 내과 의사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더워서 선풍기를 켜놓고 자려하는데, 어머님이 선풍기 켜놓고 자면 죽는다고 계속 선풍기를 끄려고 했다고 합니다. 한국에만 있는 ‘선풍기 괴담’ 때문이죠. 저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당뇨가 있는 환자들에게 제발 당뇨에 좋다고 소문이 난 음식으로 원푸드 요법을 하지 말라고 목이 아프게 말합니다. 돼지감자, 여주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정작 당뇨가 있는 친척 한 분은 원푸드 신봉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푸드만 믿고 다른 당 덩어리들을 마구 섭취하며 저에게는 “너 좀 어디서 배웠다고 음식의 힘을 얕보냐? 배웠다고 교만해지면 안 된다!”라고 훈계하기도 합니다.

소문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국제암연구소의 발표 이후 수 많은 기사와 SNS 포스팅은 제게도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로 음료수를 많이 먹는 편이었는데, 이 기사 이후 집에서 (심지어 제 아이들한테까지도) 눈치가 보여 좀 줄이고 몰래 마시게 됐습니다. 


# 아스파탐, 그래서 진짜 위험한 건가요? 

국제암연구소의 발표자료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하죠. 국제암연구소는 아스파탐을 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IARC Group 2B)로 분류하고, 하루에 40mg/kg 까지는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성인 평균 체중인 60kg을 기준으로 아스파탐을 하루에 2.4g (2400mg)까지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다이어트 콜라 1.5L 페트병에 들어있는 아스파탐이 258mg 정도거든요 (250ml 작은 캔에 43mg) 즉 1.5L 페트병 다이어트 콜라를 매일 9개 이상 마셔야 되는데, 물도 이만큼 먹기도 힘들잖아요? 보건복지부에서 권장하는 1일 수분 섭취량이 1.9L~2.6L인걸 생각하면, 아스파탐을 이렇게 문제가 되는 정도까지 먹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사실 이 얘기가 나오게 된 계기가 ‘아스파탐이 간암과 관련성이 있다는 취지의 논문이 있다’를 갖고 등재한 것입니다.  

<아니.. 이걸 어떻게 포기 합니까? by 배뚱뚱이>

# 발암물질 2B? 그래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 아닌가? 

발암물질의 정의는 ‘암을 일으키거나 발생을 증가시키는 화학물질 (또는 혼합물)’입니다. 이 정의는 발암물질을 분류하는 유명한 연구 그룹 중 하나인 GHS (Globally Harmonized System)에서 만든 정의입니다. 이번에 아스파탐을 2B 그룹에 넣은 곳은 발암물질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으로 가장 유명하고 권위 있는 국제암연구소, IARC입니다. 자 그럼 2B는 무엇인지 볼까요? 

<이미지 출처: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위의 그림에 보시면 2B 옆에는 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IARC Group 2B), 즉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음’이란 뜻입니다. 사람에게서는 증거가 제한적이고, 실험동물에서도 충분한 증거가 부족함이라고 설명하네요. 쉽게 설명하자면 ‘이게 어떻게 보면 뭔가 잠재적으로 위험이 있을 것 같다!’ 정도인데, 과학적으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 2B입니다. 2B군 안에 무려 300개가 넘는 것들이 있는데, 이 중 아스파탐 하나가 추가가 되었을 뿐입니다.  


# 고사리, 김치 등도 2B군에 속해있어   

<IARC 공인 2B 발암물질, 고사리>

생각보다 2B군 물질은 많습니다. 식품에서는 고사리가 대표적이죠. 고사리를 데치지 않았을 때 존재하는 티아민 분해효소(Thiaminase) 등이 유해 성분일 수 있어서라고 하네요. 심지어 인쇄 업무, 자기장 등도 2B포함됩니다. 가장 놀랄만한 것을 알려드리면 피클 및 아시아의 절임 채소류도 2B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시아의 절임 채소류? 네 맞습니다. 우리가 거의 매일 먹는 김치도 2B군에 해당됩니다. 

<우리가 거의 매일 먹는 김치도 2B군에 속해있습니다>

그러니까 2B의 물질은 그냥 원푸드로 미친 듯이 먹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즉, 아스파탐도 2B로 등재되었다고 무서워하고 피할 필요가 전혀 없는 물질이라는 뜻이죠.  


# 한때는 유해물질, 지금은 안전성이 입증된 최초의 인공감미료 - 사카린 

<한 때는 유해물질, 지금은 안전성이 입증된 최초의 인공감미료 - 사카린>

아마 70~80대 연령의 독자라면 S그룹의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50~60대라면 ‘무 사카린 소주’를 기억할 거예요. 사카린은 어떻게 보면 거의 최초로 사용됐던 인공감미료입니다. 동일 중량으로 설탕의 300배 가까운 단 맛을 낼 수 있었던, 심지어 몸에 흡수가 안돼 실질적 제로 칼로리의 효과를 냈던 인공감미료입니다. 하지만, 1977년 캐나다에서 사카린을 투여한 실험동물(쥐)에서 방광암이 발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결국 사카린은 유해 위험 물질에 등재됐습니다. 이후 1992년, 우리나라에서도 사카린을 식품에 쓸 수 없게 됐습니다. 당시 소주의 단맛은 대부분 사카린으로 냈었는데, 당시에는 사카린 먹으면 죽는다 할 정도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했습니다. 하지만 사카린을 금지시켰던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2010년에 사카린을 공식적으로 유해 우려물질에서 삭제했습니다. 오히려 많은 연구를 통해 사카린은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최초의 인공감미료가 됐습니다.  


# 아직까지 아스파탐은 죄가 없다. 더 위험한 것들도 잘 먹고살고 있는데…

현재까지 나온 증거로 판단하건대, 아스파탐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그냥 조금 조심했으면 좋겠는데 정도의 메시지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유난히 먹는 문제이 있어서 과학보다는 ‘느낌’과 ‘정서’를 많이 강조합니다. 심지어 건강문제에 있어서 ‘느낌’이 과학을 이기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코너 첫 포스트부터 줄기차게 강조하는 당뇨 원푸드 (돼지감자는 제발 그만) 식이요법도 그렇고, 김치 만능론도 사실은 의학을 배우면 배울수록 많이 불편합니다. 김치는 겨울에 채소를 먹기 힘든, 연교차(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큰 한국의 어찌 보면 슬픈 기후 환경 때문에 생긴 염장 채소입니다. 김치는 매우 염도가 높아 고혈압이 친구 하기 좋은 음식이라 무조건 좋은 음식은 아니거든요.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 가공육을 우린 정말 맛있게 먹고 있죠>

확실한 발암물질인 1군 물질에도 우리가 쉽게 노출되는 물질들이 많습니다. 일단 술! 가장 대표적인 1군 음식입니다. 또한 담배 (간접흡연도 엄연히 1군 발암물질입니다), 헬스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바프(바디프로필) 찍으실 때 쓰는 자외선 태닝 기계도 1군 발암물질입니다. 심지어 가공육 (소시지!!!!!!)도 첨가물로 인해서 1군 발암물질입니다. 그래서 과도한 가공육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골고루 먹고 대놓고 위험한 것은 피하라!

의사로서 제가 가장 ‘빡칠’ 때가 아침방송에서 뭐 하나 먹고 건강해졌다는 기획방송을 하면서 바로 옆 홈쇼핑 채널에서 그 식재료나 가공식품 팔고 있을 때입니다. 16번에서 방송하면 15번 홈쇼핑에서 팔고 있거든요. (여러분도 토/일 아침에 한번 보세요) 그런 한 가지만 몰아서 먹는 식생활은 결코 건강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뭐든지 몰아먹으면 몸에 해로워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고기만 먹어도 안 됩니다. (적색육은 2A 물질입니다) 특히, 대놓고 위험한 두가지 술과 담배!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고, 적어도 남에게 억지로 권유하지 마세요. 글을 오래 썼더니 목이 말라서 저는 제로 콜라 한 캔 하러 가겠습니다. 여러분도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들의 걱정을 덜어줄, 모기 기피제 사용의 기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