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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Apr 11. 2024

수액, 자주 맞아도 되나?

by 배뚱뚱이

안녕하세요 배뚱뚱이입니다. 이번 주제는 수액입니다. 수액은 의학에서 매우 필수적인 치료 방법 중에 하나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질병의 치료보다는, 컨디션 회복이나 물리치료 같은 비필수적인 용도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대부분의 비급여 수액 치료가 의료보험 등재에 필수적인 이중맹검 눈가림 임상 같은 효과를 입증할 충분한 임상시험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역설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특별한 조건 없이 자유롭게 수액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생각하는 수액은 주로 이런 모습입니다

# 수액의 등장, 콜레라를 치료하다

‘콜레라’라는 병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2급 법정 감염병으로 병균에 오염된 물, 음식, 환자의 배설물로 전파되는 병입니다. 

인도 갠지스 강의 사진

기안84가 목욕을 하고 있을 것 같은 갠지스강 사진입니다. 콜레라는 원래 갠지스강 유역에만 있던 풍토병이었습니다. 그러다 19세기 전반에 인도에서 유럽으로 확산됐는데, 우리나라에도 1821년에 처음 우리나라에도 콜레라가 대유행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연례행사처럼 콜레라가 유행을 했는데, 이 병의 가장 중요한 치료가 바로 수액이었습니다. 

인도 갠지스강 유역의 풍토병이었던 콜레라는 19세기 이후 전세계로 확산됩니다

콜레라로 사람이 죽는 과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콜레라 균은 콜레라 독소를 만듭니다. 이 독소는 소장표피 세포에 붙어 소장 내부로 수분을 흡수하는 능동 수송을 막아버립니다. 수분 흡수는 안되고 장으로 나트륨과 물이 계속 빠져나가면 사람은 결국 전해질이 부족해 사망을 합니다. 아무리 물을 먹어도 흡수가 안되기 때문이죠. 이럴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정맥에 관을 꼽아 수분을 공급하는 수액입니다. (물론 경구수액이라고 해서 물에 소금 등을 타서 먹이는 방법이 있기는 하나 정맥 수액이 압도적으로 효과적입니다.) 


# 링겔, 링게루? 하트만 수액 

보통 수액을 링거로 알고 있습니다. 링거는 19세기 영국의 의사인 시드니 링거(Sydney Ringer)에 의해 발명된 치료용 수액입니다. 링거(Ringer)를 일본식으로 읽다 보니 ‘링게루’ (リンゲル)가 된 거죠. 링거는 이전의 다른 수액과 달리 소금(Na +Cl) 뿐 아니라 칼륨(K) 및 칼슘(Ca) 등 다양한 전해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링거 수액은 알렉시스 하트만 (Alexis Hartmann)이라는 사람에 의해 더욱 진화합니다. 젖산(Sodium Lactate)을 기존 링거에 추가해 Ringer’s Hartmann solution, 병원에서는 하트만 수액이라고 불리는 수액으로 완성됩니다. 수액에 젖산이 들어있으면 혈액이 급격히 산성화 하는 것을 막아 주는데 특히, 수술 중에 하트만 수액을 많이 씁니다. 

젖산이 들어간 하트만 수액은 혈액이 급격히 산성화하는 것을 막아줘 수술 중에 많이 씁니다

# 수액과 링거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특별히 수술할 때가 아니라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맞는 수액은 하트만 수액이 아닙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수액은 5DS라 불리는 5%포도당 + 0.9%생리식염수 (Dextrose 5% + NaCl 0.9%)입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포도당 (Dextrose)의 %를 바꾸거나 NaCl을 빼기도 합니다. 0.9%를 생리식염수라 하는 이유는 우리 몸의 체액의 NaCl (염화나트륨: 소금) 농도가 0.9%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최근 수액을 맞았다면 대부분의 경우는 링거 수액이 아닌 일반 수액일 겁니다. 

우리 몸 체액의 NaCl(염화냐트륨: 소금)의 농도는 0.9%

위에 보시는 그림에 보면 0.9% NS라는 것을 보이는데, 바로 이것이 위에 말한 Normal Saline, 생리 식염수의 약자입니다. 대부분의 수액은 완전히 투명한 색깔인데, 그림과 같이 색이 있는 경우는 IV Mix, 즉 다른 약을 수액에 추가한 경우입니다.


# 수액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약물 전달입니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약을 투여할 때는 몇몇 약자가 있습니다. PO (경구투여), IV(정맥주사), IM(근육주사), SC(피하주사), 그리고 이외에 파스, 연고 등의 형태가 있는데 이중 IV(정맥주사)가 우리가 알고 있는 수액에 해당합니다. 정맥 주사는 가장 빠르게 약물을 몸 전체에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폐렴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때에는 단순히 수액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폐렴 치료를 위한 항생제를 주사로 계속해서 투여합니다. (물론 집에 의료진이 있어서 주삿 바늘도 꼽고 수액도 관리할 수 있다면 입원이 필요 없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의료법 상으로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냥 열이 나면 수액을 맞는다는 개념은 아닙니다. 


약물이 함께 들어가지 않더라도, 환자가 어떤 특정한 문제가 발생해서 전해질 평형이 깨진 경우 (예를 들어 Na 수치가 정상 수치에서 많이 벗어난 경우)나 혈당이 너무 떨어져서 저혈당 쇼크에 빠진 경우에도 수액으로 빠르게 교정할 수 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저혈당으로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온 환자에게 50DS (50% 포도당 수액)을 주사하면 기적처럼 환자가 일어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 우리 애 수액 맞추러 왔어요

사실 이번 주제를 받자마자 생각났던 일입니다. 제가 소아과 인턴으로 근무할 당시, (당시에는 소아응급실을 소아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진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자정이 다된 시간에 4세 정도 된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소아 응급실을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는 대뜸 “우리 애 수액 맞추러 왔어요.” 그 말만 하였습니다. 아이는 열이 38도가 조금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해열제 먹여봤냐? 언제부터 열났냐? 저의 질문에는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애 열나니까 수액 맞춰달라고요!” 이 말뿐이었습니다. 그 보호자는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의료보험자격을 막 얻은 분었는데,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고 오직 수액만 부르짖기만 했습니다. 결국 보호자가 응급실을 찾은 이유는 바로 열이 아니라 ‘수액’ 그 자체였습니다. 도대체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었던 것일까요? 너무도 강렬한 기억이라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네요.

고열로 오랜 시간 많이 시달린 아이에게 수액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고열로 오랫동안 지속되면 탈수 증상이 오고, 만약 장염으로 인한 고열이라면 물을 아무리 마셔도 흡수가 안되기 때문에 수액을 맞으면 빠르게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해열제도 PO, 즉 경구투여보다 IV(정맥 수액) 또는 IM(팔에 주사)로 투여하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수액을 맞을 때 대부분 진통제와 해열제를 섞어서(병원에서 쓰는 용어로는 ‘Mix 해서’) 주기 때문에 증상이 빠르게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3차 병원 응급실을 38도 정도의 열을 가진 아이가 수액을 맞기 위해 드나든다면 아무리 응급실을 많이 만들어도 모자랄 수밖에 없겠죠. 


# 어르신들은 특히 수액 조심하셔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르신들이 가지신 3대 내과 질환이라고 하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 고혈압과 당뇨병은 모두 수액 치료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보통 성인 남성 기준으로 혈액의 양은 몸무게의 7% 전후가 되는데, 60kg 체중이라고 하면 혈액의 양은 약 4.2리터, 4,200ml가 됩니다. 그런데 보통 수액의 기본 포장이 500ml 나 1,000ml 정도 됩니다. 500ml 수액 하나를 다 맞으면 혈액량이 12% 가까이 늘어나게 됩니다. 고혈압 환자에서는 이 수액의 투여 속도가 너무 빠르면 혈압이 더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라면 DS, 즉 포도당 용액의 투여 시 조절되지 않는 급격한 혈당 상승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포도당은 진짜 순수한 당으로 혈액에 들어가는 즉시 빠르게 혈당 상승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태반주사, 마늘주사, 신데렐라주사… 특별히 해가 되지는 않으니 맞아도 됩니다.

어쩌면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내용인데요. 위에 나열한 주사들, 아마 한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일단 이 주사들은 당연히 환자가 직접 돈을 내고 맞으셔야 하는 비급여 주사입니다. 당연히 사람이 맞을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말은 사람이 맞아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증명이 됐다는 거죠. 다만, 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필수로 필요한 약제는 아니고 이 주사를 맞을 때와 맞지 않았을 때를 무작위로 비교한 임상 시험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태반주사는 진짜 사람 태반에서 유래한 단백질 성분을 주원료로 합니다. 식약처는 ‘간기능 개선’ 및 ‘갱년기 증상 개선' 이 두 가지에 대해서만 효과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일본산 태반 주사가 많았는데, 점차 국내 생산 주사제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마늘 주사는 마늘이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푸르설타민 (비타민 B1을 마늘의 알리신 성분과 결합시킨 형태)을 주사하는 것입니다. 저는 맞아본 적은 없지만 맞으면 코에서 마늘냄새가 느껴진다 해서 마늘주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백옥주사로 알려진 글루타치온 주사는 글루타치온이 피부의 자외선 손상 예방에 관여한다는 점에 착안한 주사입니다. 글루타치온을 다량 투입하는 것인데, 흑색 멜라닌의 생성을 억제해 뛰어난 미백효과를 볼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100%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유튜브에서 ‘미백주사’ ‘백옥주사’ ‘글루타치온 주사’로 검색해 판단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신데렐라주사는 이번에 글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는데, 주 성분은 Alpha lipoic acid라는 성분이라 합니다. 이게 무슨 강력한 항산화제라고 합니다. ‘리포아란’주사라고도 불리는데 피부노화를 방지하는데 탁월하다고 ‘광고’를 하지만, 역시 효과는 개인적인 차이가 크기에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심지어 위의 여러 가지 주사들을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맞는 소위 ‘칵테일’ 요법도 많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정말 주관적인 부분이라 여러분들이 이 주사를 맞고 더 컨디션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면 효과가 있는 것이기에 맞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사들이 건강을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라는 점은 명심해 주세요. 

수액을 맞고 컨디션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면 효과가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주사들이 건강의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위의 모든 내용에 주사들에 대해서 국립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연구한 기사가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참고로 수액요법과는 다르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도 믿고 있는 요법이 있어 설명해드립니다. 바로 메가도즈(Mega-dose)비타민, 초고농도 비타민C 요법입니다. 비타민C 자체가 과다 섭취로 인한 심각한 문제나 독성이 없기 때문에 이런 요법 얘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처음 이 메가도즈 요법을 주장한 사람 중 한 명이 노벨화학상을 2회나 받은 라이너스 폴링이라는 분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무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부학장 및 해부학교실 주임교수를 지낸 이왕재 선생님이 강력하게 지지하는 요법이라 지지자가 꽤 많은 편입니다. 저는 암환자만 보는 의사이다 보니, 고용량 비타민C가 일부 암 환자에서 통증 조절 등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본 적은 있지만, 일반인에서 과연 이 고용량 비타민C 주사가 효과가 있는지는 2024년 현재로서는 ‘아직 모른다’가 정답일 것 같습니다. 


#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입니다. 다만 광고 문구를 모두 믿지는 마세요! 

이번 글을 쭉 읽어 보시면서 ‘얘는 왜 이렇게 수액 맞는 것에 삐딱해?’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네 사실 저는 의외로 보수적인 의사라서 확실하게 증명된 것이 아니고 ‘좋을 수도 있다’ 정도의 치료는 가능하면 안 하는 것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 할 수도 있다’가 대부분인 수액 주사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병원에서 주사제로 활용되는 약제들은 적어도 식약처의 허가와 적절한 생산공정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맞는다고 해서 몸에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위의 고혈압, 당뇨병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다만 수액주사를 처방하는 병원에 나와있는 광고 문구를 모두 다 믿고 마치 그 주사를 안 맞으면 내가 뭔가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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