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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Oct 27. 2020

코로나 시대를 보내는 헬스 중독자의 홈트 생활

by 쓱길이

‘코로나보다 근손실이 무서웠던 확진자 남성’이라는 기사 제목을 봤을 때, 여느 헬스 중독자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확진’보다 ‘근손실’이란 단어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헬스장  > 집 > 회사 > 헬스장 > 집 > 회사 > 헬스장이던 그의 동선을 보고 너무 단조롭고 재미없는 인생이라며 불쌍하다는 댓글도 있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근육으로 가득 찬 삶을 본인의 의지로 선택해 멋지게 살고 있는 진정한 헬스인이며, 헬스 중독자라면 절대로 그 사람을 욕할 수 없음을… 


# 근손실이 대체 뭐길래?

우리 몸은 한 번 만들어 놓고 방치해도 유지되는 건축물과 달리 근육을 만들어도 과거의 몸으로 돌아가려는 ‘가역성의 원리’가 있다. 그래서 오히려 꾸준한 운동으로 멋진 근육을 만든 사람일수록 운동을 쉬기 시작함과 동시에 근손실이 발생한다. 

헬스인들에게 근손실은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존재다. 이와 관련된 연구 논문은 매우 다양한데, 근손실은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운동을 쉬기 시작한 시점부터 나타나는 근육의 수축과는 다른 얘기다.) 오히려 적절한 휴식과 영양 섭취가 동반될 때 근육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부위별로 주 7회를 쪼개 야무지게 근육을 조지는 것이 일상인 헬스 중독자들은 운동이 끝나고 난 뒤 근육통이 없으면 불안하고, 단 하루만 운동을 쉬어도 근손실에 대한 두려움에 손을 떤다.(나만 그런 거 아니다… 진짜다…) 


# 건강하려고 운동하냐? 운동하려고 건강하지!

건강해지기 위해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서 건강해야 한다는 헬스 계의 명언이 있다. 여느 헬스 중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내가 다치거나 아파서 쇠질(헬스)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견딜 수 없다. (맞다. 근손실 올 까봐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더 밝은 내일의 희망찬 쇠질을 위해 건강관리에 더 철저히 힘쓰고 있다. 


수도권 전역으로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되던 지난여름에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코로나에 감염되면 내 주변 사람과 가족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그 좋아하는 쇠질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더욱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켰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급적 피했으며, 밖에 나가 뛰놀기를 좋아하는 딸과 집에서 놀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스장은 매일매일 빼먹지 않고 갔다.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운동을 간다. 그 시간에 헬스장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마스크를 쓴 채 운동하며 숨쉬기가 힘들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운동 종목 하나하나 바뀔 때마다 손 세정제를 바르는 탓에 손이 벗겨져 따갑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아내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했다.
“오빠 수도권 확진자도 점점 늘어나는데 코로나 좀 잠잠해질 때까지 헬스장 안 가는 게 어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지만, 평소 운동하는 것 하나만큼은 그 어떤 참견도 없던 아내의 권유였기에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헬스장을 가지 않으면 근손실이 올 것만 같아 두려웠던 나는 (이 기회에)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었던 홈 트레이닝 장비들이 담긴 내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를 꺼내 아내에게 수줍게 내밀었다.

# 운명처럼 찾아온 헬스장 폐쇄

아내의 권유로 헬스장을 대신해 집에서 운동한 지 2주일이 지났을 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시행이 발표됐다. 그리고 그날 네이버 실시간 검색 1위를 장식한 ‘헬스장 운영’, ‘헬스장 폐쇄’라는 키워드로 전국 헬스 중독자들의 패닉이 시작됐음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이날 실검 1위를 보고 헬스 중독자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숨어 있는 동지들을 만난 것 같아 조금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2주 전부터 집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산 홈 트레이닝 장비들이 ‘품절’, ‘배송지연’ 표시가 된 것을 보며 왠지 모를 승리자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헬스장 출입을 만류하며 장비를 마련해 준 아내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24kg까지 무게 조절이 가능한 덤벨로 고중량 운동은 어렵지만 자극 위주로 충분한 전신 홈 트레이닝이 가능해 잘 쓰고 있는 녀석이다>

  

<유산소를 등한시하고 있었지만 홈트로 인해 부쩍 사용할 일이 많아진 사이클. 유튜브가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 없인 절대 오래 탈 수 없다)>


# 코로나 시대에 근손실에 대처하는 자세

막상 집에서 1개월 정도 운동을 지속해보니 의외로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유명 운동 유튜버들의 홈짐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기구였지만,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운동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게다가 새벽 운동을 빼먹은 날이면 하루 종일 찝찝해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내게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가져다줬다. 또, 할 수 있는 운동 수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한 두 가지 운동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고, 평소 근력 운동에 비해 신경을 덜 쓰던 유산소 운동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적다 보니 생각보다 장점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반면에 고중량 무게를 다룰 수 없다는 것과 할 수 있는 운동 종류가 적어서 오는 지루함, 운동 공간과 생활공간이 나눠져 있지 않아 온전히 운동에 집중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거리두기 1단계가 시행 중인 지금은 당연하게도 다시 헬스장을 찾아 열심히 운동하고 있지만(헬스장 재 개장 소식에 얼마의 중량으로 운동할지 고민하느라 잠도 설쳤다.)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기회가 될 때마다 홈 트레이닝 장비를 하나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집에서도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만큼 고중량을 다룰 수 있는 완벽한 홈짐을 갖게 될 날을 꿈꿔본다. (아내는 전혀 모르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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