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건강 Nov 12. 2020

엄마는 할머니의 방문을 절대 열지 말라고 하셨다.

by 마흔살 어른이

어린 시절, 할머니는 비닐봉투에 방석을 담고 집을 나서곤 했다. 할머니는 몇 걸음 걷다 쉬기를 반복했는데, 그때마다 남의 집 대문 계단에 그 방석을 깔고 앉아 쉬곤 했다. (당시 할머니가 살던 동네는 단독 주택 지역이라 대문마다 2~3개의 계단이 있었다.) 어린아이의 천천히 걷는 걸음으로도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20여분 걷는 할머니를 보고, 어린 나는 빨리 가자며 할머니를 재촉하기도 했다. 할머니가 앉아있을 때 대문이 열릴 때면 무안해하며 "조금만 쉬었다 갈게요"란 말을 하는 할머니가 부끄럽기까지 했다. 

# 사실 할머니는 당뇨병이 있었다.

어느 겨울, 할머니는 연탄을 갈기 위해 슬리퍼를 신고 지하실을 내려가다 돌부리에 엄지발가락을 부딪혔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작은 상처였지만, 그 상처는 아물지 않고 썩기 시작했다. 엄마는 매일 할머니 발을 소독하고 붕대를 갈아줬는데, 엄마는 절대 할머니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호기심 가득했던 나는 엄마 몰래 할머니의 발을 봤고, 시커멓게 썩어 버린 할머니의 엄지발가락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발이 이렇게 까맣게 썩을 수도 있구나…’ 


# 죽으면 죽었지 절대 발가락을 자를 순 없어

병원에서는 할머니에게 발가락을 절단하라고 강력히 권했다 한다. 지금은 엄지발가락이지만, 괴사가 점점 진행되면 나중에는 무릎까지 절단할 수 있으니 지금 엄지발가락만 절단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자존심(?)이 강했던 걸까, 발가락을 절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했고 그때부터 할머니의 걸음걸이는 느려지고 방석을 챙기게 됐다. 


당뇨병 외에도 많은 지병이 있던 할머니, 그럼에도 할머니는 매우 살고 싶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작 몇 미터의 거리지만 방석을 들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걷기 운동을 했다. 또, 약을 꾸준히 챙겨 드셨는데, 다른 만성질환 약과 함께 하루에도 몇 번씩 한 움큼의 약을 드시곤 했다. 매일 인슐린 주사도 빼먹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할머니 집에 가면 주사기가 많아 형과 함께 주사기 물총 놀이를 하곤 했다.  


할머니는 매우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교육도 제대로 받고, 손주들에게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던 엘리트 할머니였다. 하지만 살고자 하는 욕심이 컸는지, 병원 처방이 부족하다 여기셨는지 발가락 괴사와 당뇨에 좋다는 무언가를 그렇게 찾아다녔다. 할머니가 집에 있을 때면 고름을 뺀다며 불로 녹인 커다란 고약을 발가락에 붙이기도 했고, 몸에 좋다는 웅담을 찾는다며 그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나중에는 이상한 모임에 가서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사기당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영양제를 사 와 엄마와 싸우기도 했다. 엄마는 그때 사기당한 영양제 값만 해도 집 한 채 값이라고 한다. 

결국 할머니는 끝까지 발가락을 절단하지 않았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60대 중반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 11월이 되면 느릿느릿 걷던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그로부터 몇십 년이 지나 성인이 되고 제약회사에 취업을 했는데, 매년 11월이 되면 할머니 생각이 난다. 입사 후에 내가 맡았던 캠페인이 당뇨발의 위험성을 알리는 “당당발걸음(당뇨병 극복을 위한 당찬 발걸음)”이었기 때문이다. 매년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당뇨병은 이제 누구나 아는 질병이 되긴 했지만, 할머니와 같은 당뇨발을 예방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기만 하다. 


가끔 할머니가 걷던 그 길을 지나곤 한다. 손 흔들면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지금은 할머니가 앉아서 쉬던 대문 계단도 없고, 빨리 가자며 재촉하던 손자가 딱 그만한 키의 딸과 함께지만, 할머니가 방석을 들고 느릿느릿 걷던 모습이 생각난다.


<뇨병 극복을 위한 발걸음 - 당당발걸음>


# 당뇨발을 아시나요?

당뇨발은 당뇨병 화나 10명 중 4명이 겪고 있는 흔한 합병증입니다. 작은 상처가 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당뇨발에 대해 모르고 있죠. 한독은 2009년부터 매년 당뇨발을 알리기 위한 ‘당당발걸음(당뇨병 극복을 위한 당찬 발걸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당뇨병 환우의 당당한 발걸음, 걸음 기부로 함께 응원해요! 

올해 당당발걸음은 비대면 방식의 걸음 기부 챌린지를 진행합니다. 걸음 기부 앱 ‘빅워크’를 설치하고 측정된 본인의 걸음을 ‘당당발걸음 챌린지’에 기부해주세요. 목표 걸음 1억보가 모이면 어려운 환경에서 당뇨병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환우들에게 ‘당당발걸음 양말’을 선물 합니다.

(Click) 당당발걸음 걸음 기부 참여하기 


# 당당발걸음 양말이 뭐예요?

당당발걸음 양말은 당뇨발 예방을 위해 매일 양말을 신어야 하는 당뇨병 환우를 위해 한독과 양말 전문 브랜드 ‘아이헤이트먼데이’가 만든 특별한 양말입니다. 전문의와 간호사의 조언을 받아 당뇨병 환우에 특화된 기능성과 디자인이 접목됐죠. 당당발걸음 양말은 일반인도 신을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에 흘러내리지 않고 편안한 무압박 양말입니다. 일상건강 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고 판매 수익금은 도움이 필요한 당뇨병 환우를 위해 사용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울쎄라, 슈링크, 써마지, 차이점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