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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Nov 19. 2020

평범한 직장인이 양말을 만들기로 한 이유는?

by 바이비

“그래! 양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제약회사 10년 차. 양말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머릿속에 양말이 떠올랐다. 뜬금없이 웬 양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양말이다.  


# 하트무늬 양말을 신은 ‘전문의’와 만났다

양말을 만들기로 생각하고 이 쪽 분야에서 저명하다고 알려진 ‘전문의’를 찾아갔다. 그렇다. 전문의. 우리가 제일 먼저 찾아간 사람은 양말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의였다. 대학병원 연구실에 들어서자 귀여운 양말을 신고 계신 교수님이 보인다. 검정 양말에 예쁜 하트무늬. 이 분도 양말을 꽤나 좋아하는 분이다. 무작정 교수님께 양말을 만들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리 생각에 매우 공감한다고 하셨다.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본인의 진료 경험을 꼼꼼히 설명해주신다. 연구실을 나와 교수님이 강조한 사항을 잊지 않게 되새긴다. 어두운 색이 아닌 밝은 색, 흘러내리지 않으면서도 조이지 않는 편안함, 땀이 잘 흡수되는 소재.  


# 월요일을 싫어하는 양말 디자이너를 찾아갔다

함께 일하는 팀원은 양말 맛집이라고 소문이 난, 월요일을 특히 싫어한다는 양말 디자이너에게 메일을 썼다. ‘제약회사에서 양말을 만든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몇 번이나 쓰고 지웠다를 반복했다고 했다. 곧 회신 메일이 왔고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회사에 들어서니 알록달록 예쁜 양말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바로 저거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느낌적인 느낌! 월요일을 싫어하는 양말 디자이너는 동글동글한 눈매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1년 365일 양말을 신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설명을 하자 그녀의 동그란 눈이 더 똥그래졌다. 잠자코 얘기를 듣던 그녀는 곧 아주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우리 함께 해요!’  

# 특별한 비밀이 담긴 양말이 만들어진다

미팅 이후 곧 시안을 받을 수 있었다.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양말 브랜드답게 밝은 컬러가 마음을 경쾌하게 만들었다. ‘Love your feet’라는 사랑스러운 문구는 매일 아침 이 양말을 신을 때마다 기운이 나게 해 줄 것 같았다. 디자인에 숨겨진 비밀 숫자들도 눈에 들어왔다. 특히, 발목에는 압박을 줄일 수 있는 기능성이 적용되어 있었다. 양말 디자이너는 무압박 양말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심했다고 했다. 일반적인 고무를 빼고 퀄리티 좋은 원사와 면을 사용했다고 했다. 또, 발목 압박을 줄이는 디자인을 적용해 흘러내리지 않으면서도 발목을 압박하지 않은 양말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 양말 디자이너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렸다고 했다

‘양말을 만드는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가 많이 떠올랐어요. 저녁에 양말을 벗을 때 발목에 생긴 양말 자국을 만지작만지작 하시던 모습을 말이죠. 참 불편해 보이셨는데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할머니는 당뇨를 앓고 있었다. 저녁이면 발이 퉁퉁 부어 발목에 선명한 양말 자국이 생겼다고 했다. 발목이 조이니 혈액순환이 잘 됐을 리 없었다. 그녀는 할머니처럼 불편함을 겪을 당뇨 환우를 떠올리며 편하고 예쁜 양말을 만들었다. 또, 전문의의 조언을 디자인에 녹여내기 위해 고심했다. 당뇨 환우들이 상처를 빨리 알아챌 수 있도록 상처가 잘 나는 발 뒤꿈치나 앞부분에 밝은 색을 적용하고 꼭 기억해야 할 혈당 수치를 예쁘게 넣어두었다. 


# 1년 365일 양말을 신어야 하는 그들을 위한 ‘특별한 양말’

그렇게 제약회사, 전문의와 간호사, 양말 디자이너라는 어떻게 보면 이상한(?) 조합으로 특별한 양말이 만들어졌다. 늘 양말을 신어야 하는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양말이다. 그들은 40도가 넘는 한여름은 물론 1년 365일 양말을 신어야 한다. 발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당뇨’를 겪는 이들의 이야기다. 10명 중 4명이 겪는 당뇨. 그리고 그중 20%가 당뇨발을 겪는다. 당뇨발은 교통사고 다음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주요 이유이다. 이 무서운 당뇨 합병증은 작은 상처에서 시작된다. 당뇨는 혈액 순환이 잘 안되며 특히 발 같은 말초신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발에 상처가 잘 생길 수 있는 반면 감각이 둔해져서 발견이 어렵고 잘 낫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혈당관리는 물론 늘 발을 잘 보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 당뇨발하면 자칫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신는 뽀송한 새 양말처럼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관리한다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Love your feet, better step!   



<당뇨 환우를 돕는 특별한 방법, 당당발걸음 양말>

당당발걸음 양말은 당뇨발을 알리는 당당발걸음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독과 아이헤이트먼데이(i hate Monday)가 제작해 2019년 첫 선을 보이게 됐습니다. 올해 2번째 디자인의 당당발걸음 양말은 ‘일상건강’ 사이트에서 구입 가능하며 수익금은 당뇨 환우를 위해 사용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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