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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Jan 29. 2021

아이와 함께 플로깅(Plogging) 도전!

by 바이비

#9살 아이의 첫 플로깅

길어지는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 체력이 엉망이다. 아이들을 소파에서 떼어내기 위해 ‘플로깅’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한다는 생각에 흔쾌히 따라나섰다. 그렇게 떠난 숲길에서 우리는 ‘나쁜 발’의 흔적을 발견하고 말았다. 


#플로깅, 같이 해볼까?

길어지는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 체력이 엉망이다. 아이들은 매일 상당 시간 동안 바닥과 한 몸이 되어 있거나 소파에 널려(?) 있다. 가끔은 마치 몸에 뼈가 없는 연체동물 같이 보인다. ‘주말인데 우리 뒷산을 함께 걸을까? 올 때 서른한 가지의 즐거움이 있는 아이스크림도 먹고?’ 엄마의 필살기인 아이스크림으로 아이들을 꼬셔 본다. 예전에는 ‘그래?’하고 벌떡 일어났는데 요즘은 다르다. 이제 컸다고 손만 까닥거린다. ‘어린이들은 집에 있을 테니 어른들만 다녀와요’라는 강력한 신호다. 


안 되겠다 싶어 꾀를 냈다. 새해 계획을 이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우리 가족은 매년 명랑가족 계획을 세운다. 한 명씩 돌아가며 본인과 가족이 함께 할 계획을 얘기 한 뒤 가족 투표를 한다. 정해진 명랑가족 계획은 다 함께 하거나,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준다. 다 함께 둘러앉아 계획을 얘기하는 날, 가족이 함께 할 계획으로 <한 달에 한번 ‘플로깅’>을 꺼내놨다. 


“엄마, 플로깅이 뭐예요?”
“요즘 착한 언니 오빠들이 많이 하는 거래. 유튜버들도 많이 하고 있어” 
(가끔 엄마는 아이들에게 심한 뻥쟁이가 되곤 한다.)
“그래요? 뭐 하는 건데요?”
“조깅이나 가볍게 산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거야. 몸도 튼튼해지고 지구를 지키는 착한 일도 하는 거지. 너희들이 걱정하는 지구를 우리가 함께 지켜주는 거야”


플로깅(Plogging)이란 이삭을 줍는다(Plocka upp)는 스웨덴어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이다. 말 그대로 조깅이나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플로깅은 요즘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혼자 하기도 하고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서 함께 하기도 한다. 운동도 되고 지구를 지킬 수 있으니 아이들과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엄마, 아빠의 합심으로 ‘플로깅’이 새해 계획으로 꼽혔다

#우리가 착한 발이 되어 쓰레기를 없애야겠어요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 주말. 아이들과 첫 ‘플로깅’에 나섰다. 집게와 봉투, 물을 준비해 자주 가는 동네 뒷산으로 출발했다. 가끔 가는 뒷 산인데도 새로운 것을 한다니 무언가 설렜다. 아이들도 비슷한지 쉴 새 없이 재잘재잘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막상 입구에 도착하니 아이의 표정이 이상하다. 사람들 사이에서 쓰레기를 줍는다니 좀 부끄러운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하는 산책이랑 비슷해. 산을 걸어가다 쓰레기를 발견하면 줍고 계속 산책을 하는 거야’라고 설명하자 다행히 표정이 밝아진다.  

<플로깅을 할 때 집게와 장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엄마, 아무래도 나쁜 발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나쁜 발?”
“쓰레기통까지 가기 귀찮아하는 발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산에 쓰레기들이 많죠. 그냥 걸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산이 많이 아팠겠어요. 우리가 착한 발이 돼서 쓰레기를 없애야겠어요.”

걱정과는 달리 곧 아이들은 쓰레기 찾기에 경쟁이 붙었다. 아이들은 따뜻해지며 말랑해진 숲길을 다람쥐처럼 누비고 다녔다. 지나가시는 분들이 칭찬을 해주자 어깨까지 으쓱거렸다. 1시간 정도 숲길을 걷자 아이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꽤 운동이 되는 모양이었다. 손에 든 봉지도 어느새 쓰레기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지구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플로깅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좋은 일은 같이 해야 한다며 친구들을 모아보겠다고 했다.(열심히 아이들을 말리고 있다.) 


플로깅이 무언가 거창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몇 시간씩 한다거나 쓰레기를 아주 많이 주울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요즘 긴 집콕으로 체력이 걱정이라면, 내 건강은 물론 지구의 건강도 지키는 ‘플로깅’에 도전해보기를!  

담배꽁초, 마시다 만 커피, 술병 등 대부분 어른들의 흔적들이었다. 집으로 가지고 온 쓰레기는 분리수거를 해서 버렸다.

 < 9살 아이에게 묻다! ‘플로깅 어땠어?’ >

Q. 오늘 처음으로 플로깅을 해봤는데 괜찮았어?

처음에는 좀 부끄러웠는데 재미있었어요! 예전에는 산에 이렇게 쓰레기가 많은 지 몰랐어요. 산이 아팠을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은 쓰레기를 막 버릴까요?


Q. 음….같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왜 쓰레기를 막 버릴까?

아무래도 나쁜 발들이 있는 것 같아요. 쓰레기통까지 가기 귀찮아하는 발 말이에요. 건강해지려고 산을 걸으면서 쓰레기로 산을 아프게 하는 건 정말 나쁜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쓰레기를 잘 버리는 것도 그렇지만 쓰레기를 되도록 적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겠어요.


Q. 플로깅을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집게랑 봉투는 꼭 있어야 하고 옷은 편한 게 좋겠어요. 긴 옷을 입으면 앉을 때 자꾸 끌려서 불편하거든요. 참! 걷다 보면 목마르니까 물도 챙겨야 하고요. 혼자 하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면 가족이나 친구랑 같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Q. 어때? 플로깅 계속하고 싶어?

착한 일을 해서 기분이 좋아요.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요. (9살이지만 아직 산타의 존재를 믿고 있다.) 매일은 못할 것 같지만 한 달에 몇 번 정도 계속하고 싶어요. 지구도 우리도 건강해질 수 있으니까요. 다음에는 친구들이랑 같이 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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