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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Apr 09. 2021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32년간 싸운 파킨슨병

by 배뚱뚱이

파킨슨병 (Parkinson disease)을 아시나요? 매년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World Parkinson’s Day)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킨슨병을 노인성 질환으로 들어봤을 텐데, ‘뭐 치매 비슷한 것 아닌가?’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킨슨병은 진행형 신경 퇴행 질환입니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서동증 (운동 느림), 안정 시 떨림, 근육 강직 등의 운동장애입니다. 사실 이렇게 어려운 용어로 설명하는 것 보다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 성화 봉송에 나왔던 무하마드 알리의 모습을 생각하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80wMMFAcweQ 


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희귀병으로 가면 갈수록 사람 이름이 붙은 병명이나 사람 이름이 붙은 증후군 (syndrome)이 많은 것을 아실 것입니다. 이 병 역시 19세기 말에 이러한 증상을 보고 James Parkinson 이란 의사의 이름을 따서 병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번외로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 근대 의학이 대부분 일본을 통해서 들어오다 보니 일본식 표현인 OO씨병(氏病) 이란 표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가장 대표적인 병인 그레이브스 병의 옛 이름인 바제도씨병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스굿씨병, 캐슬만씨병 등 예전에는 ‘씨’가 붙었던 병명이 최근에는 ‘씨’가 빠지는 병명으로 많이 고쳐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킨슨씨 병도 파킨슨병으로 개명했습니다.

파킨슨병은 사람 이름으로 병명이 붙었지만, 실제 증상은 위에 말씀드린 운동 관련 증상으로 진단합니다. 동작이 느려지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데 일상생활의 모든 동작이 느려집니다. 특히 어느 한쪽에서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킨슨병을 진단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본인이 손떨림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팔을 들거나 손으로 물건을 잡으면 즉시 떨림이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또, 많은 환자들이 자세가 구부정해지고 걸음의 보폭이 좁아져 종종걸음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 환자만의 특이한 걸음걸이 형태가 있기도 합니다. 


파킨슨병은 ‘진행 + 퇴행성’, 즉 조금씩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부터 병이 시작됐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사실 교과서적으로는 계속되는 피곤함, 무력감, 팔다리의 불쾌한 느낌, 기분이 이상하고 쉽게 화내는 등의 증상들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 정도는 우리나라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가질 수 있는 증상 아니겠습니까? 그만큼 처음 시작은 모호하지만 점차 진행될수록 특징적인 증세를 나타내는 병이 파킨슨병입니다.


# 파킨슨병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현대의학에서 파킨슨병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지에 대한 결과는 많이 연구가 되어 있습니다. 결국 우리 뇌 속에 답이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여러 가지 신경 전달 물질이 있는데 그중에서 운동에 꼭 필요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중뇌에 위치한 흑색질 (substantia nigra)이라는 뇌의 특정부위에서 이러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원인 모르게 서서히 소실되어 가는 질환입니다. 더 파고들어가 왜 도파민이 소실되는지를 보면 알파 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이라는 이상 단백이 뇌세포에 쌓이고, 이것들이 도파민을 만드는 흑색질에 문제를 일으켜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 이상 단백이 왜 쌓이는지는 아직 가설만 많고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 신경과 전문의의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해

파킨슨병은 증상이 모호하기 때문에 진단이 쉬운 질환은 아닙니다. 특히 영상의학적 검사로 명확하게 진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전문의의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똑같은 증상이라 하더라도, 파킨슨병을 보는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보는 것이 조기 검진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최근에 spect ct 같은 영상의학적 진단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검사로서의 유용성이 완벽히 증명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욱 신경과 전문의의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진단을 일찍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치료와 관련이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무턱대고 세게 빠르게 한다고 좋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속도 조절이 필요한데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을 해야만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초기에는 약물 치료, 증상이 악화되면 수술 치료도 고려

약물 치료가 개발되기 전, 20세기 초에는 증상이 매우 심한 환자에 한해 두개골을 열고 과감히 뇌의 운동 피질을 잘라내는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이런 수술을 받으면 이상 운동을 하지 않게 되지만, 영원히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무시무시한 치료법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수술이 선호되지 않았겠죠. 의학이 발달하고 부족한 도파민의 전구물질을 공급하는 약물 치료가 개발되고 나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더더욱 중요하게 됐습니다.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줘 환자가 일상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약물들입니다. 아직까지 도파민 신경세포를 재생시키거나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을 정지시키는 약물은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 사용 중인 가장 대표적인 파킨슨 약물은 도파민의 전구물질인 레보도파 (levodopa)입니다.


특이하게도 파킨슨병 치료는 일시에 증상을 강력하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파킨슨병 약물치료의 원칙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소 용량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증상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 처음부터 많은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빨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닙니다. 몇 달 혹은 1~2년 정도의 약물 투여로 치료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계속적으로 약을 복용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초기에 장기적인 치료계획을 설정해 이에 맞춰 치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최선의 치료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가 점차 변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황에 잘 맞춰야 합니다.


약물치료는 대부분의 파킨슨 병 환자에서 매우 효과가 좋아서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증상 호전을 가져옵니다. 하지만, 약물 치료 시작 후 3년에서 5년 정도가 지나면 이상 운동증 (dyskinesia)이나 약효 소진 증상(wearing off)라고 불리는 운동 요동 현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또 약물 조절 만으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 있는 환자들에게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합니다.


이때 시행하는 수술은 위에 표시된 무시무시한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고, 뇌 심부 자극술 (deep brain stimulation)이라는 수술입니다. 이 수술에 대해서는 이 링크를 한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 수술은 배뚱뚱이 본인이 예전 병원 근무 시에 실제 수술실에 들어가서 경험해 본 바 있는 수술입니다. 이미 뇌의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고, 어디를 자극하면 증상이 좋아지는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만 아주 선택적으로 자극을 하는 전극을 삽입하는 것이 수술의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실제 증상을 확인하는 수술 초반기에는 (전극을 뇌에 삽입하는 과정 중) 에는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실제 자극을 주었을 때 환자의 반응을 보면서 수술을 진행하는 정말 신기한 수술입니다. 뇌 속에 무엇인가를 삽입하는 과정인데 환자는 완전히 마취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의사 면허를 득하고 첫 달에 본 수술이어서 더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장 중요해

사실 노년기가 시작되는 시기가 대체적으로 파킨슨병이 잘 발생하는 연령입니다. 그리고 치매와 마찬가지로 약물치료는 이 병의 악화를 막기는 하지만, 질환을 가역적으로 예전의 좋은 상태로 가지고 오기는 힘든 질환입니다. 그래서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재활치료, 즉 근육의 강직을 막고 현재의 운동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개 치료를 적절히 받으면 파킨슨 병 자체보다는 다른 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파킨슨병 자체로 사망하지는 않고, 파킨슨병의 증상으로 인한 내과적인 합병증(폐렴, 욕창, 요로감염 등)이 발생해 사망합니다. 무하마드 알리 역시 파킨슨 병과 관련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이전에도 일상건강 매거진을 통해 몇몇 질환을 소개하며 늘 강조하는 것이, 이런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노인성 질환의 경우는 (예: 치매) 빠르게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파킨슨병은 외부에 드러나는 증상이 매우 명확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느끼는 상실감과 외부 활동의 위축이 매우 명확하기에 적절하게 치료가 되지 않으면 우울증 등 여러 동반 질환이 올 수 있습니다. 숨기고 미루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사실 일부 만성 질환의 경우는 제약회사들이나 의사들이 이른 치료를 강요한다는 (자꾸 진단 기준을 넓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치료를 미루고 나중에 치료하는 결정 또한 의사의 진료를 통해서 확정돼야 합니다. 위의 증상이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신경과 진료를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전문의가 알려주는 <피킨슨 병의 오해와 진실>

한독TV: 전문의가 알려주는 파킨슨병의 오해와 진실

참고자료. 파킨슨병 [Parkinson's disease]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6702&cid=51007&categoryId=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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