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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여행가 Mar 05. 2020

마켓 컬리의 혁신은 계속될 것인가.

유통업계의 샛별에서 큰 별이 되어버린 '샛별 배송'

이제 가입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운 마켓 컬리. 가끔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을 때나, 보다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고 싶을 때, 혹은 친구들과 집들이 파티를 계획할 때는 마켓 컬리를 켜곤 한다.

배달음식은 너무 과한 것 같고, 요리하기는 귀찮을 때 역시 마켓 컬리의 밀 키트나 반조리식품을 구입하면 편하면서도 질 좋고 깔끔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기존 식품 업체들인 풀무원, 청정원의 제품이나, 이마트의 PB상품인 피코크와는 또 다른 신선하고 색다른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마켓 컬리의 성공은 '검증되고 색다른 식품'들을 '신선하게 새벽 배송한다'이라는 확실한 비즈니스 콘셉트 아래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유통 공룡들까지 위협하는 유통업계의 대세가 되었다.


보라색의 핵심 컬러가 인상적인 마켓컬리


마케팅의 기본은 역시 확실한 타겟팅

STP (Segmentation -> Targeting -> Positioning) 전략은 모든 마케팅 활동의 기본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판매하는 상품/서비스의 주요 고객을 확실히 타겟팅 하여 마케팅을 해야 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과거에는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Mass media에 한정되어 있어 큰 자금을 투입해 만인에게 TV 광고를 론칭하였다면, 소셜미디어나 모바일의 발달 덕분에 확실한 타깃에게만 마케팅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새벽에 신선한 음식을 배송해주는 시스템인 '샛별 배송'은 바쁜 생활의 직장인을 확실히 겨냥했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택배,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회식으로 늦게 집에 도착하는 바람에 냉동식품이 다 녹아버리는 스트레스로 많은 직장인들이 온라인 장보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수박을 살 때, 내가 마트에서 보았던 그 싱싱한 수박이 올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존재했다.

'신선한 식품이 새벽에 집 앞으로 배달되어 출근 전 냉장고를 정리해 놓고, 저녁에 요리해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샛별 배송은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고, 많은 직장인들은 당연히 이런 아이디어에 열광했다.

다만 타겟층에는 1-2인의 직장인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무료배송인 4만 원 허들을 넘기기 쉽지 않았다. 대량으로 구입하여 냉장고에 쟁여놓자니 신선식품을 사는 이유가 사라진다. 컬리서는 이 메인 타겟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유통업계로서는 드물게 '컬리 패스'라는 정기구독형 서비스를 내놓았고, 이 서비스는 역시나 타겟에 명중했다. 월 4,500원만 지출한다면 15,000원만 구입해도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다. 배송료가 3천 원임을 감안했을 때, 월 두 번만 시켜도 이득인 구독형이다. 더욱이 이런 구독형 서비스의 장점은 소위 말해 '뽕을 뽑기 위해' 괜히 더 주문하게 되는 심리적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마켓 컬리는 비싸더라도 신선한 식품을 구입하기 원하는 중산층 가족들이나, 1-2인의 바쁜 직장인들을 타겟하여 확실하게 포섭할 수 있었다.


신규 고객을 재치 있게 끌어모으는 법.

'20년 3월 4일 기준 첫 구매 이벤트 상품. 마켓컬리가 얼마나 폭 넓은 상품군을 구비하고 있는지 구매 경험이 없는 고객에게 확실한 이미지 각인을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첫 구매 100원. 사실 첫 구매 시 이런저런 혜택을 주는 것은 온라인 쇼핑몰이라면 아마 99% 존재하는 프로모션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의례 제공해야 되는 COST로 자리 잡았다. 마켓 컬리 역시도, 첫 주문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정말 컬리다운, 컬리를 위한, 프로모션을 제공 중이다.

고객이 첫 주문 시 컬리가 엄선한  가지 상품  하나를 1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단가에 따라 가격은 2천 원이 되기도 한다.) 비스테카 티라미슈가 되기도 하고, 제철 과일이 되기도 하고, 신선 육류가 되기도 한다. 보통은 다른 평범한 유통 채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상품들로 컬리가 얼마나 색다르고 다양한 상품군을 취급하는지, 고객은  구매에서 고객은 마켓 컬리를  이용해야 하는지 '아하 순간*' 경험할  있다. 첫 구매 프로모션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은 마켓 컬리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첫 구매에서 만족한 마켓 컬리 신규 고객은 다음 구매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UI


여기서 마켓 컬리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는 또 드러난다. 예상치 못한 첫 구매 감사 쿠폰을 제공하는 것이다. 첫 구매 시에는 다음 구매 시 쿠폰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가 따로 없는데, 첫 구매 이후에 감사 인사와 함께 깜짝 쿠폰을 제공한다. 마켓 컬리에 만족한 고객에게 빠른 시일 내 재구매를 유도함으로써 효과적으로 LOCK-IN 시키는 전략이다.

우리 상품/서비스만의 장점을 아는 것은 중요하고, 이 장점을 고객에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판매하는 상품/서비스가 잘 팔리지 않는다면 그 상품/서비스가 장점이 없거나, 고객이 그 장점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상황이 아닌지 파악해봐야 한다. 내 상품/서비스가 확실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라면, 그 장점을 고객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순간까지의 여정을 편하고, 쉽게 하는 것이 우리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이다. 충분한 매력이 있어도 그 매력을 느끼는데 까지 번거로운 작업이 동반된다면 고객을 제대로 유치하기 쉽지 않다.

마켓 컬리는 뻔한 프로모션도 뻔하지 않게 진행하였다.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장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고, 고객에게 이 장점을 첫 구매에서 바로 체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마켓 컬리는 고객을 효과적으로 포섭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마켓 컬리는 확실한 타겟인 강남 엄마, 2030 젊은 세대의 직장인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유통은 규모의 경제가 매우 유효한 산업군이다. 이제는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적자 탈출을 위해서는, 좀 더 대중적인 서비스가 될 필요가 있다. 마침 큰 투자를 받은 마켓 컬리는 이를 항해 나아가는 듯하다.


* 아하 순간 : 제품의 유용성이 사용자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찰나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by 션&모건)


전지현 브랜드, 그리고 바이럴.

마켓컬리는 투자금을 우선 브랜드 다지기 및 홍보를 통한 신규 고객 유입에 쓰기로 한 것 같다.


브랜드는 문화와 같아서 단 시간에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는다.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 활동과 브랜딩 작업들을 거쳐야 비로소 브랜드가 확립된다. 처음 시작하는 브랜드, 중소 브랜드가 쉽게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방법은 이미 정체성이 확고한 큰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거나, 브랜드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셀럽을 광고모델로 내세워서 그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다.


마켓 컬리는 큰 투자를 받은 직후 대중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광고 비용이 가장 비싼 연예인 중 하나인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TV 및 기타 영상 광고를 집행하였다. 마켓 컬리 판매 상품들의 제품이 타 유통채널에 비해 비싼 탓에 이런 광고에 거대한 비용을 쓰는 모습에 대해 꽤나 많은 반발도 일으켰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켓 컬리는 얻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얻은 듯하다.


우선, 전지현의 이미지의 장점 중 하나는 굉장히 친근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이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마켓 컬리와 이미지가 잘 맞는다. 특히나 전지현은 단순 광고 모델이 아닌 '전지현 브랜드'화 되는 경향이 있어 모델료는 비싸지만 많은 브랜드들이 광고모델로 기용하고자 한다. (전지현이 나오지 않는 전지현씨 BHC치킨은 상상할 수 없다. 엘라스틴과 클라우드는 전지현 효과를 본 후, 다른 모델로 교체하였다가 이례적으로 다시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였다.)


여기서 더 중요한 포인트는 '마케팅 스토리'를 살려 홍보했다는 점이다. 광고 집행에 끝내지 않고, 전지현을 기용한 이유, 마케팅을 한 이유에 대해 스토리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바이럴을 유도했다. 바로 '전지현은 마켓 컬리의 애용자이며, 그로 인해 마켓 컬리 측에서 광고 제안을 했을 때 흔쾌히 OK 했다는 것'이다. 이런 흥미로운 스토리는 '친구야, 전지현도 마켓 컬리 진짜 쓴데'와 같은 바이럴을 일으켜 보다 신뢰할 수 있게 한다.

의도한 것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스토리의 전파는 광고 집행 그 이상의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장 선두주자 이미지, 단 한 브랜드만 할 수 있는 것.


새벽 배송의 시작이자 1위라는 메세지. 이렇게 핵심 내용을 고객에게 명확히 전달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광고에 이어 초성퀴즈 이벤트를 통해 시장 선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모습


샛별 배송의 급성장에 두려움(?)을 느낀 많은 기업들이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신세계와 같은 기존의 유통 공룡부터 시작해, 쿠팡의 경우도 쿠팡 프레시를 론칭하였고, 그 외에도 새벽 배송과 같은 특화된 배송 서비스 들을 앞다퉈 론칭 중에 있다. 말 그대로 유통업계의 지각 변동이자 춘추전국시대가 막이 올랐다.


이에 마켓 컬리는 또 한 번의 재치 있는 광고를 론칭했다.

"컬리는 몰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컬리의 뒤를 따라오실 줄은요"

다분히 도발적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새벽 배송의 시장 선두두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우리나라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한 모습.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선두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시장 선두주자 이미지는 말 그대로, 시장 선두주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마케팅이다. 고객으로 하여금 최초, 원조라는 이미지로 해당 브랜드를 더욱 신뢰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다.

물론 IT나 제조 상품의 경우 해당 이미지는 기술력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는 반면, 유통업체는 그런 이미지까지 부수적으로 따라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쓸 수 있는 충분히 훌륭한 소재이다.



그리고 다음 스텝, 마켓 컬리는 유니콘 기업*이 될 것인가?

미국의 우버, 에어비앤비, 중국의 샤오미, 한국의 쿠팡이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 사례이다.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한 마켓 컬리에 대한 관심은 굉장히 뜨겁다. 유통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혁신을 했다는 평도 자자하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IPO 등을 통해 더욱 규모를 키우지 않을까 라고 예측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처럼 매각설도 끊임없이 지라시로 돌고 있다.


하지만 마켓 컬리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성장에 집중할 때라 밝혔다. 그리고 코로나 여파로 오프라인 장보기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 마켓 컬리는 뜻밖의 주문량 폭주와 성장을 맞이하고 있다.


그와 별개로 마켓 컬리는 꾸준히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듯하다. 작년 연말 '산타 특가'라는 이름으로 매일매일 특정한 한 상품을 40~5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했다. 괜히 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상품이 할인할까 로그인하게 만들고, 매력적인 상품일 경우 구입을 도모한다. 해당 상품은 추가적인 쇼핑을 유도하는 적절한 미끼 상품이 되는 것이다. 꽤나 성공적인 정책이었는지 계속 산타 특가는 이름을 바꾸어 매일 새로운 상품과 함께 새해에도 찾아왔다.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다.)


'올페이퍼체인지'로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마켓컬리는 고객 피드백을 발빠르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임은 물론, 그린마케팅 효과까지 얻고 있다.


이 외에도 고객의 피드백을 발 빠르게 수용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모습,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린마케팅'은 기업 입장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고객들은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길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화폐 투표'로 이어져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기업들은 불매하고, 긍정적 영향을 주는 착한 기업의 경우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마켓 컬리 배송 초기에는 스티로폼과 수많은 보냉재와 비닐에 담아 상품을 배송하여 과대 포장,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고, 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껴 불매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포장재 개선을 통해 'All Paper Challenge' 캠페인을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선 사용이 드물던 페이퍼 테이프까지 사용하고, 아이스 팩도 100% 종이와 물로 구성하는 등의 패키징에 변화를 주었다.


유니콘 기업* 까지는 무리 없이 선정될 것 같은 마켓 컬리. 요즘은 식품을 넘어 생활용품까지 사세를 확장하는 모습인데, 어디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2019년 말부터 해당 시장의 경쟁이 한 층 치열해진 만큼 마켓 컬리의 자산 가치도 다소 하락하고,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기본기에 집중하고 새로운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돌파구를 찾는다면 마켓 컬리의 성장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훌륭한 브랜드 이미지를 이미 구축한 상황이므로 이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여러모로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유통에 새 바람을 일으킨 혁신적인 이미지, 스마트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만큼, 앞으로도 혁신적인 모습으로 성장하는 마켓 컬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니콘 기업 : 기업 가치가 1조 원이 넘는 비상장 기업. 현재 우리나라에는 쿠팡,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 무신사, 야놀자 등의 11개의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0년 2월 기준 마켓 컬리는 5천억 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최근 투자유치에 나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다만, 전통적인 유통 강호들이 새벽 배송에 힘을 쏟기 시작해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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