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데에는 수많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된다
15-16년 현대자동차의 기사들을 살펴보면 '안티 현대'와 관련된 기사들이 많다. 안티 현대 백만 양병설이 돌 정도로 현대자동차의 고객을 대하는 안하무인 태도와 다양한 사건 사례들이 쌓이면서 고객들의 불만은 가중되었고, M/S는 날로 하락해갔다.
2020년 현재, 현대자동차의 내수 M/S는 다시 72%로 반등하였으며, 전 세계 유례없는 Market share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나 이 판매 비율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현대 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공개한 G80이나 아반떼와 같은 신차 등장 시 호평들도 꽤나 등장하고. (여전히 악플들도 많다.) 비논리적 혹은 논리적인 까임에도 스스로 브랜드의 대변인이 되어 현대자동차 옹호를 해준다. 애플, 삼성, 독일 3사 차량 등에서만 보이던 양상이 미약하게나마 현대차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안티 현대의 가장 시발점은 개인적으로는 2013년 물이 새는 산타페, 수반떼라 생각한다. 싼타페는 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SUV이기 때문이다. 분명 모든 차량은 출고 직전에 수밀 테스트를 할 텐데, 이 싼타페에서는 비만 오면 차로 물이 스며드는 누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품질 문제부터 현대자동차의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내수-수출 차별 문제, 기타 다양한 품질 문제, 노사문제와 카마스터의 대응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끊이질 않았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모든 제조업은 불량이 날 수밖에 없고, 품질 문제도 날 수밖에 없다. 안전과 밀접히 연관되는 자동차이다 보니 더욱 민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어떤 제조사가 노력을 해도 불량률 0%를 만들 수는 없다. 아이폰은 카메라가 불량이기도 하고, 갤럭시는 터지기도 한다.
또한, 내수-수출 차별도 각 국가의 시장이 다르고, 경쟁 강도가 다르기에 가격은 차별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LG TV는 관세를 냄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직구로 구입하는 게 훨씬 쌈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내수를 차별한다고 욕하진 않는다. 사실 미국은 수많은 경쟁사가 모여 거의 완전경쟁시장을 이루고 있는 시장이므로, 공산품 가격은 전 세계 최저가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문제는 현대자동차의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내수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보다 심각하고 엄중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안일하게, 대충 대응했다는 것이다. 고객은 바보가 아니다. 이 사과문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이름만 바꾸면 돌려 써먹을 수 있는 사과문인지 파악 가능하다. 단지 지금 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인지, 근본적으로 바꾸어나갈 의지가 있는 표현인지 다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현대자동차는 터진 문제들을 수습할 골든타임을 놓쳤고, 고객 신뢰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내수 MS 하락은 당연한 것이었다. 14년 현대/기아자동차의 점유율은 70%가 깨지기 시작해, 16년에는 60%도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취업 카페를 살펴보면 15-16년 현대자동차 신입사원 전형 면접 기출을 살펴보면 대체로 '안티 현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질문들이 수두룩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내부적으로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직시했던 것 같다.
현대자동차에서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루머를 해소시키기 위해 고객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들어 오해들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보다 직접적으로 고객들과 소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극적인 이벤트는 '내수와 북미 차별 논란'에 맞선, 내수 쏘나타와 북미 쏘나타 각 한 대씩을 정면충돌하는 실험을 기획한 것이다. 내수용 차는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다, 내수용 차는 싸구려 외판을 써서 차체 강성이 약하다 등등 여기저기 터져 나온 루머와 불만들을 불식시키자는 목적이었다.
이 부분이 엔지니어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정합성 있는 실험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에서나 볼법한 두 자동차의 화끈한 충돌은 이슈몰이를 하기에 충분했고, 적어도 현대자동차의 자신감을 보여주기에는 완벽한 이벤트였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학과 교수를 모시고 실제로 두 차의 파괴 정도와 안전 사양 전개 정도가 비슷하다는 결론까지도 스토리텔링을 하기에 좋았다.
이런 극단적인 이벤트 외에도 현대자동차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며 고객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고, 예전에는 쉬쉬하던 리콜도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적어도 발생한 문제에 대해 무작정 감추려고 하기보다는 오해를 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4차 산업혁명 초연결 시대에 결함을 숨기려고 하는 것은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현대자동차 그룹은 19년 다시 국내 점유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더욱이 메인 차량이 쏘나타에서 그렌져로 바뀌고,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판매량이 급상승했다는 점은 현대자동차의 높아진 브랜드 가치를 보여준다. 이제 가성비 좋은 차만 많이 파는 회사가 아닌, 프리미엄 차량도 충분히 잘 팔리는, 즉, 높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은 브랜드뿐이다. 사람들은 그 브랜드의 이미지, 스토리, 가치 등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고려해서 구입한다.
2019년 WRC 모터스포츠에서 현대자동차는 i20 차량으로 시즌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0년 모터스포츠에 진출하였다가 철수하고, 2012년 WRC에 재진출 한 이후 7년 만에 거둔 성과이다. 고성능차 N 브랜드 론칭과 차량의 고급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맥을 같이하는 브랜드 활동이다. 이런 모터스포츠 활동 덕분에 이미 유럽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가격 대비 굉장한 성능을 내고 있는 차량 인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2020년 CES에서 현대자동차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 카와 함께 새로운 브랜드 비전 '인류를 위한 진보 (Progress for Humanity)'를 발표했다. 자동차 회사에서 통합 모빌리티 회사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와 함께 보다 인간 중심적인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아직은 다소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브랜드란 게, 특히 제조업 기반의 브랜드의 경우 긴 시간 동안 일관성 있고, 진정성 있는 지속적인 브랜딩 활동이 쌓여 만들어 가는 것이므로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적어도 2020년 CES 행사는 현대자동차가 짧은 역사를 가진 회사지만 다른 유수의 메이커와 다름없는 훌륭한 품질을 갖고 있음을 넘어, 항상 새로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인류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테슬라가 최초의 전기차도, 최고의 전기차도 아니지만, 전기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었듯. 초기 기술 선점 이미지를 가져오고자 하는 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다.
BMW 하면 펀 드라이빙, 도요타 하면 품질과 에코(하이브리드), 벤츠 하면 중후함과 정숙성, 볼보 하면 안전 등 잘 나가는 브랜드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다. 현대차는 아직까진 가성비와 넓은 실내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해서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보유하는 것은 현대자동차에 필수적인 과제이다.
자동차에 큰 욕심이 없고, 자동차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요즘 현대, 기아, 제네시스 자동차들은 마냥 이쁘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갤럭시에 안방 마당인 내수에서 특화된 사양들을 여럿 론칭하는 것처럼 다양한 기능들도 신차에 추가하여 내고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현대자동차에 열광하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도미노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도미노를 쌓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탁 쳐서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현대차는 엔진도 자체 개발하고, 질 좋고 가성비가 좋은 차를 많이 만들며 승승장구하며 자국민들에게 사랑받은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었다.
다만 계속되는 논란을 정면돌파하지 않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은 결과 흉기 차 등의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얻었고, 그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100% 신뢰를 얻었다고 하기 어렵다.
2020년대에는 현대자동차가 글로 벌리 신뢰받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브랜드로 거듭나길.
이 글을 3월 초 쓰기 시작했다. 그런 도중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건이 터졌다. 차량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고, 하이브리드 연비가 인증 기준을 미달하여 하이브리드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 것. 사전계약만 1만5천대에 육박했다.
과연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 궁금했는데, 기아자동차는 정공법을 택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대기업은 '오우너'회사이다 보니 오우너 리스크가 매우 크고, 리더의 결단력이 중요하다. 다행히 현대기아
자동차의 리더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