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일] 트레바리 마케팅 퍼플 1910 독후감
사실 이 책은 2018년에 구입한 책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치킨을 먹고 어떤 브랜드든 신메뉴가 나오면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럼에도 멕시카나의 신호등 치킨은 시도하지 못해 봤다. 아이유가 모델이었지만 말이다.) 치덕을 감동시키고, 이렇게 재치 있게 브랜딩 하는 회사는 처음 봤어! 라며 나를 감동시킨 배달의 민족은 내 최애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고, 그 브랜드를 마케팅한 마케터의 일상이라니...?! 하고 덥석 집었던 책이다.
하지만 당시 배민의 유쾌한 마케팅은 엄청난 기술과 데이터와 인사이트가 있어서 나왔다고 생각했고, 그 비법이 담긴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가벼운 책이라 생각해 몇 페이지 읽다 접었다. 마케팅에는 뭔가 말도 표현할 수 없는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올해 들어, 현재 일하고 있는 기획 부서가 아닌 마케팅으로 다시 내 전공과 내 최대 관심사, 그리고 아마 내가 잘할 수 있는 장점 살려 삶을 살고자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 '아.. 마케팅에 기본만큼 중요한 것이 없구나.' '마케팅에 트렌드가 바뀌고 다양한 기법이 생기고 없어져도, 본질은 고객이다.'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읽은 10번째 마케팅 서적이 된 이 책은, 작년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해하려 하라”라는 부분이다. 현생에 찌들어 많은 것들을 이해 못해하고 있다.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고 원인이 있을 텐데 말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나와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있는 데, 나는 왜 굳이 그 사람을 비정상 취급하며 이해하지 못해 했을까.
입사 4년 차, 어쩌다 보니 정말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근데 이 프로젝트는 참 노답이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안 해야 될 것 같은데, 하라니까 하고는 있다. 근데 신기하게 이 책을 읽고 차분히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니 조금은 보일 것 같다. 리스크를 조금은 줄여가며 진행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엉망진창이지만 말이다.
마케터는 폭넓은 열린 사고로 많은 것들을 스펀지처럼 습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매년 성장하는 Global Brand 100 안에는 몇 년 전부터 한국 브랜드가 딱 3개 들어간다. 삼성, 현대, 그리고 기아차. 충분히 훌륭한 브랜드이지만, 아쉽게도 두 브랜드 모두 열렬한 팬층을 보유한 브랜드는 아니다. 대중적이지만, 마니아층이 단단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책에서 나온 "이해하려 하라" 사고를 베이스로 고민해 보자. 왜 소비자는 가성비가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품질과 기술력도 충분히 좋은, 이제는 안전 편의 사양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기도 하는 현대차를 뒤로한 채 무리를 해서라도 독일 3사 차량을 사는지, 심지어는 현대 보다도 뒤 떨어지는 차량이라 평가받는 외제차들을 더 비싸게 사는지, 이해 못해하지 말고 이해를 해봐야 한다.
왜 100배 줌이 가능한 카메라를 탑재하고, 우리나라에서 이 보다 편할 수 없는 삼성 페이를 탑재하고, 조금만 발품 팔면 거의 공짜에 건지기도 하고, 디스플레이부터 메모리칩까지 압도적인 스펙을 자랑하는 갤럭시를 뒤로 한 채 무리를 해서라도 매년 아이폰이 나오면 굳이 새로운 폰으로 바꾸는지, 심지어는 갤럭시보다 더 뒤떨어진 오포, 화웨이, 샤오미가 시장을 위협하는지, 이해 못해하지 말고 이해를 해봐야 한다.
그게 마케터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