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로 해석하는 고전문학

07. 장발장- 업과 자비, 해탈의 여정

by 써니베어

《장발장》 – 업(業)과 자비, 해탈의 여정

“가장 어두운 밤도 끝나고, 해는 떠오른다.”
– 빅토르 위고, Les Misérables



1. 장발장은 죄인인가, 중생인가?


장발장은 빵 하나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서 보낸다.

세상의 눈으로 그는 '죄인'이었지만, 불교는 **“죄의 본질은 의도에 있다”**고 말한다.

“업(業)은 의도에서 비롯된다.” –《중아함경》

그는 굶주린 조카를 살리기 위해 빵을 훔쳤다.

이것은 **탐욕(貪)**이 아닌 **연민(慈悲)**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즉, 그는 ‘죄인’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업을 짊어진 중생이다.



2. 미리엘 주교 – 자비의 화현


장발장은 출소 후 모든 문에서 쫓겨나고, 겨우 하룻밤 묵은 미리엘 주교의 은그릇을 훔친다.

하지만 그를 다시 마주한 주교는 말한다.

“은촛대는 왜 두고 갔소? 그것도 자네에게 주었는데.”

이 장면은 불교에서 말하는 ‘무주상 보시(無住相 布施)’,

즉 대상·조건·기대 없이 베푸는 진정한 자비의 실천이다.

주교는 장발장에게 ‘죄를 씻으라’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마음의 전환(轉心)**을 이끈다.

그것이 진짜 보시, 자비다.



3. 자베르 – 시비분별(是非分別)의 화신

경찰 자베르는 장발장을 집요하게 쫓으며 '법'을 절대선이라 믿는다.

그는 옳고 그름에 대한 강박, 즉 시비분별심에 사로잡힌 자다.

불교는 말한다:

“시비심은 번뇌의 뿌리이다. 시비를 놓아야 평등한 마음이 열린다.” –《금강경》

자베르는 끝내 장발장을 놓아주지만,

그 순간 자신이 믿어온 절대성이 무너진다.

결국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진리를 향한 집착’이라는 **아상(我相)**에 무너진 존재였다.




4. 장발장의 삶은 수행의 길

장발장은 이후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며,

판틴을 돕고, 코제트를 키우고, 자비로운 삶을 실천한다.

그의 여정은 마치 불교의 수행자와도 같다:

1. 업으로 고통받고 (빵 절도 → 감옥)

2. 전환점을 만나고 (주교의 자비)

3. 새 인연을 짓고 (판틴·코제트)

4. 업을 녹이며 산다 (자비로운 삶)

5. 조용히 떠난다 (해탈의 죽음)

그는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베푼 사랑이, 나의 삶이었다.”




결론

《장발장》은 죄에서 해탈로 가는 수행의 이야기이다.

단죄가 아닌 이해와 자비,

형벌이 아닌 마음의 전환,

세속의 이름이 아닌 불성(佛性)의 회복.

장발장은 전생의 업과 시대의 업을 짊어진 자였고,

그 업을 자비로 녹이며 부처에 이른 중생이었다.


다음화 예고: 《위대한 개츠비》

이전 06화불교로 해석하는 고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