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들어가도 될까요?

글을 시작하며

by 제이앤




너무 흔한 말이지만,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만큼 중요한 시간이 또 있을까요?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말이지요. 저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인생은 한 권의 책이고, 오늘은 그 책의 한 페이지’라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반복되는 일상을 꾸역꾸역 써 내려가는 아들만 넷 둔 아빠이기도 합니다. 아들만 넷이라고 하면 모두 깜짝 놀라는 바람에 가끔은 제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더 놀라곤 합니다. 움찔.


글은 그저 수첩에 끄적거리는 정도로만 쓰고 있을 뿐이고, 이렇다 내세울만한 것도 없지만, 기회가 되면 나의 아이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했더랬죠.






세상을 바꾸기보다, "우리 좀 바꿔보자."


한 2년 정도 전부터 우리 집에서는 '우바시'라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를 바꾸는 시간'의 앞머리 글자를 모은 것이겠구나, 자연스럽게 예상되지요? 물론 '세상을 바꾸는 시간', 세바시를 따라 한 것입니다. 아내가 세바시 강의를 듣고 좋은 내용이 있으면 제게 전송해주곤 했었는데,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우리 좀 바꿔보자.' 싶어 우리 가족만의 하루 마무리, 우바시를 시작했습니다.


우바시는 늦은 밤에 가족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냥 잡담을 늘어놓기도 하고, 제가 들려주는 어떤 토픽에 대해 생각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처음엔 아이들이 조금 싫어하는 듯했는데, 지금은 엄청 싫어하는 눈치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튼 이 시간에 나눈 이야기들이 기록과 기억을 더듬어 글로 다듬어질 거 같습니다.





껌딱지 후니의 말풍선


후니는 저의 네 번째 아들입니다.(Oh my God!) 예훈이가 이름인데 집에서는 그냥 후니라고 부릅니다. 태어난 지 8개월 정도 되었네요. 아들을 셋만 두었을 때 하도 주변에서 ‘엄마가 힘들어서 어쩌냐, 아이고 불쌍해라… 딸이 최곤데...’라는 말을 많이들 하셔서 기필코 딸을 보기 위해 넷째를 가졌지만, ‘어김없이’ 사내로 나왔습니다. (태어나는 그 순간까지 딸일 거라는 믿음을 놓지 않았는데, 이런!)


우리, 마법에라도 걸린 걸까?

성별 상관없이, 동생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세 아들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게다가 남자아이라니요! 그 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형아들에게 사랑받지 못할 거 같아 아가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웬 걸요? 이 아가가 무슨 마법이라도 건 걸까요? 아빠, 엄마는 말할 것도 없고 형아들 조차도 서로 못 안아서 난리랍니다. 얼마나 예뻐하고 사랑해 주는지 우리 모두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 같다니까요.


들어가며.jpg 우리, 마법에라도 걸린 걸까?


“자, 이제 아빠 얘기 좀 해 봐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온 가족이 후니 쟁탈전을 벌이듯 번갈아 가면서 안아주고 놀아주다 보니 껌딱지처럼 품에 탁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거예요. 퇴근하고 돌아가서 한 참을 놀아주고 재울라치면 무슨 하고 싶은 말이 그리 많은지 품 안에서 쫑알쫑알 옹알이를 해대고 이따금씩 눈을 오랫동안 맞추면서 ‘자, 이제 아빠 얘기 좀 해봐요.’하는 눈빛으로 제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지 뭐예요.


껌딱지 재우기 프로젝트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어차피 껌딱지 이 녀석 안고 재워야 하는데, 아빠가 보내온 하루, 아빠가 만난 사람들, 아빠가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쫑알쫑알 말해보자.’ 그러고는 당장 그 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그런데, 헉, 이건 뭐지?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이마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눈을 치켜뜨고 빤히 쳐다보면서 적당한 간격으로 옹알이 추임새까지 넣어주며 반응하는 듯한 모습…. 하루를 다 살아냈기에 몹시도 고단했는데 왠지 모를 쉼이 되더라고요. 물론 후니가 제 이야기를 알아듣지는 못하겠지요. 그래도 말똥말똥 눈을 쳐다보며, 때로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아빠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날마다 후니에게 속닥속닥 하고 있습니다.





틈만 나면 이런 류의 그림들을 뚝딱 그려내는 횽아들. "이런 거 말고 삽화 좀 그려줄 수 있겠니?"
아들들 뒀다 뭐해, 써먹자!


그런 결심 이후 날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그러다가 궁금 해졌습니다. '아가의 눈에 비친 세상, 어른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 아이는 지금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혹시 옹알이에 무슨 심오한 메시지라도?' 그런 상상을 하니까 그 시간이 사뭇 재미있더라고요.


아가의 옹알이를 내가 위로받고 싶은 대로 해석하기도 하고, 머리 위로 말풍선을 띄워 놓고 아가의 생각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또 한 번 생각했습니다. '껌딱지에게 들려준 이야기들도 글로 옮겨보자. 형아들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까 삽화도 좀 넣어 보면 어떨까?'







뭐, 대략 이런 배경으로 아이들에게 조잘거린 저의 생각들이 짧은 토막글로 다듬어질 예정입니다.

네 녀석들에게 전하는 편지글 형식이 될 수도 있고 일기체로 쓰는 날도 있겠습니다.


자라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 그동안 나눈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빠의 마음과 생각들이 때에 맞게 흘러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어디 한 번 노크라도 해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브런치 문을 두드려 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글 공간이 열렸네요. 그다지 특별하다 싶은 건 없을 거예요. 그저 일상의 사색이고 기록에 불과하니까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조금 다듬어서 몇 줄 글로 엮어 낸 것뿐이니까요. 아무튼 작은 단상들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흘러가 닿아서 또 다른 생각을 듣고 배울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똑똑.

들어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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