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meme)보다는 조금 긴.
미국에서 1년 이상 머물 것이라고 하면, 30대 초중반 결혼한 남자(Myself)가 듣는 조언은 3개로 크게 분류가능.
1. 국적과 신분에 대한 이야기. 즉, 가서 아들을 낳아라(독수리여권을 만들어 와라! 나중에 고마워 할 것이다!).
2. 취미와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 즉, 가서 실컷 골프를 치고 와라(한국오면 그게 남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골프가 싸니까 누려라!).
3. 영어정복에 대한 이야기. 이건 긍정과 냉소 2개의 상반된 반응이다. 즉, 가서 영어실력 많이 키우고 올 수 있겠구나!라는 긍정/열정파. 혹은, 서른 넘어서는 영어 해도 안된다. 적당히 하고, 여행이나 다녀라.
재밌는 반응들. 세 가지 모두 다뤄보고 싶지만, 오늘은 순서와 상관없이 '골프'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골프를 좋아하니까.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 골프문화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Disclaimer: 나는 미국에서 값비싼 골프장 혹은 Private 골프장은 경험한 적이 없다는 점.
1. 캐디가 있고 없고.
가장 큰 차이.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캐디(원활한 경기를 돕는 사람)가 없다. 캐디가 없다는 게 무슨 뜻이고 어떤 차이를 불러일으키느냐가 중요하다.
1) 플레이어 스스로 거리를 가늠하고(좋은 Device들이 있다 물론), 어떤 클럽을 휘두를 것인지 정해야 한다. 캐디가 있는 환경에서는? 캐디께서 플레이어에게, 얼마의 거리가 남았고 어디를 보면서 샷을 하라고 말해준다.
2) 플레이어 스스로 스코어카드를 적어야 한다. 샷 몇 번을 해서 그린에 올렸고, 거기서 퍼팅을 몇 번 했다는 것을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 투어선수들이 그러하듯, 자기 스스로 스코어를 기록해야 한다(자신의 스코어를 관대하게 기록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3) 자신의 클럽 개수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두 개의 클럽을 갖고 그린근처 또는 페어웨이에 가는 경우가 많은 데, 정신없는 상황에서는 종종 바닥에 두었던 클럽을 놓고 간다. 클럽을 놓고 다음 홀로 갔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창피함이란, 자신의 덤벙댐을 뼈저리게 확인하는 순간들이다.
캐디가 없으면 이렇게 불편하다. 퍼팅을 할 경우, 볼도 직접 닦고 퍼팅라인도 자기가 알아서 읽어야 한다. 한국의 골프환경(사람은 많고, 땅은 좁은)에서 캐디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캐디의 훌륭하고 많은 역할들로 인해서 사실은 더 많은 골프의 재미를 누릴 기회가 없어지는 것 같다.
2. 사교육(프로 레슨)과 홈스쿨링
기본적으로 우리는 골프레슨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받아 보았고, 미국에서도 레슨을 받아 보았다. 좋은 프로선생님을 만나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정답으로 한다. 얼마 전에, 함께 골프를 쳤던 미국아이(20대 후반 남자 정도)는 자세가 너무 깔끔하고 좋았다. 어디에서 레슨을 받느냐고 물었더니, 레슨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프로 선수들의 영상을 자주 보았고, 꾸준히 연습했다고 대답했다. 교과서만 봤다는 전교 1등처럼.
일반화시키기는 어렵겠지만, 내 주변에서도 레슨을 안 받는 외국인들이 몇몇 있는 걸로 봐서 저 친구가 예외적인 건 아닌 듯 하다. 나는 저 친구의 전교 1등같은 멘트를 들었을 때, 어찌되었 건 조금 부끄럽기는 했다. 일단, 내가 훨씬 못 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또 하나는 너무나 당연히 레슨을 받아왔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알아내 가는 방식과 전문가를 통해서 좀더 효과적으로 해보겠다는 방식. 정답얘기라기 보다는, 골프도 스스로 성취가능한 영역일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다는 게 포인트.
3. 혼자치는 골프(Single play)
한국에서는 3,4명이 모여야 라운딩을 한다. 왠만한 큰 일 아니고서는 골프약속 깨는 것은 정말 스스로의 평판에 위험한 일이다. 시간과 비용 등을 생각하면 그런 관행이 이해도 되고, 내가 그러한 경험(지인이 마지막 순간에 못 간다고 한 경우)에 무척 불쾌했던 기억도 있다.
미국에서 재밌는 점은 혼자서 골프를 치러 가는 사람이 꽤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4명이서 치는 경우를 본 적이 많지가 않다. 2명이서 와서 다른 사람과 쪼인을 하는 경우도 많고, 그냥 혼자서 치는 경우도 많다. 혼자서 치는 골프가 너무 믿겨지지가 않아서, 나는 마치 4명이서 골프를 치듯 한 자리에서 네 다섯 번씩 치면서 라운딩을 한 적도 있다. 약간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을 것도 같다. 그 당시에는 혼자서 골프를 친다고? 하며 휘둥그레질 정도로 깜짝 놀랐었다.
무엇보다, 혼자 하는 골프 라운딩의 매력을 얘기하고 싶다. 혼자서 골프를 치면 18홀을 아무 말 없이 보낼 수 있다. 약 3-4시간일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면 친목도모의 좋은 운동이 되는 게 골프이지만, 혼자서 하는 라운딩은 스스로를 차분하게 만든다. 홀로 등산을 할 때의 기분과 같다. 비교할 스코어도, 비교할 샷도 없이 혼자서 묵묵히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어떤 개운함이 찾아온다(물론, 스코어를 보면 약간 평정을 잃을 위험도 있지만).
조금은 성급한 결론.
미국에서의 골프가 재밌고 자유롭다. 퍼팅라인을 내가 읽는 것, 직접 클럽을 고르는 것, 때로는 혼자서 아주 조용한 라운딩을 하는 것. 주도적이기 때문에 더욱 다채롭고 재밌게, 골프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