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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察). Michelin(미슐랭)

짤(meme)보다는 조금 긴.

by Taster

여행자는 검색을 한다. 최소 그 여행이 도시를 목적지로 한다면, 맛집 탐색은 초반부터 이루어지는 여행준비다. "뉴욕 베스트 맛집 Top 10" 같은 종류의 기사나 블로그를 실컷 뒤져도, 뭔가 만족스럽지가 않다. 지인의 경험은 사람마다 달라서, 결국 우리는 어떤 환실한 인증을 보고 싶어한다. 이럴 때 가장 쉽고 흔하게 쓰이는 말이, "미슐랭"이다. "이 음식점이 미슐랭 원스타래". "몇 년 연속 미슐랭에 선정되었대" 등등. 효율적으로 상대의 반론을 방지하며 그 곳은 맛집이라고 확정해주는 말. "미슐랭"이다.

뉴욕이란? 미슐랭 스타들의 격전지다. <장조지> 같은 고급 레스토랑을 필두로 해서 <피터루거 스테이크하우스>, 이탈리안 레스토랑(<밥뽀>, <델 포스토> 등), 그리고 <카페 차이나>와 같이 저렴한 데 미슐랭스타를 받았다고 회자되는 그런 곳까지(2019년 기준, 뉴욕 미슐랭 1스타: 56 곳, 2스타: 약 15곳, 3스타: 5곳).

내가 의아해지기 시작하는 순간은, 미국에서 사귄 외국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다. 내 주변에 좀 재미없는 인간들이 모여 있을 수도 있고, 내 친구들이 음식에 관심 없을 수도 있다고 전제를 하겠다. 그렇더라도 확실한 건, 그들과 주말에 어디서 뭘 먹을지를 많이도 얘기해 봤지만, 미슐랭이란 단어를 쓴 친구들은 1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방식으로 맛있는 식당을 추천하지 않더라는 말.

물론, 이 친구들이 이상한 걸 수도 있다. 미슐랭 책이 엄연히 미국서점(반스앤노블 등)에서 팔리고 있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봐왔기 때문이다. 물론 또, 외식값에 그만큼의 돈을 쓰고 싶지 않은 부류도 많을 것이다 내 친구들 중엔. 그리고 고급 한식레스토랑을 미국에서 찾지 않는, 그런 종류의 심정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나한테는 그런 얘기 하고싶지 않아서 말을 안 꺼낸 것일 수도..

수많은 '물론'이라는 반론들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내가 친구들에게 미슐랭을 들먹이며 식당을 설명할 때마다 그 말이 먹혀 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그 기분. 그게 자꾸 기억나는 것은 사실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객관적인 지표를 그토록 찾아서 마음에 안심을 이뤘던 것이지만, 그게 설득력이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말 아닐까.

고급 음식점(Fine dining)도 하나의 문화 생활, 빗대어 말하자면 미술관을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슐랭은 마치 <모나리자>라는 그림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일 수는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그림 앞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브랜드만 확인하고, 교육받은 감동(저 은은한 미소..?)을 느껴보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지 않나.

작문의 시간이다. "미슐랭"을 빼고 그 맛집을 맛집이라고 설명해 보세요! 이런 식의 묘사를 노력하는 게, 경험을 진짜 자기 경험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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