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를 쥔 손으로 밥을 먹는다
바퀴벌레가 뭐가 어때서
바퀴벌레보다 못한 인간도 많다
또래에게 험담을 들은 아버지처럼 축 늘어져서
가만히 죽어있는 나의 바퀴벌레
너는 언제부터 여기서 살았니
이제 구충제를 먹어야 할 시간
왜냐면 밤마다 벌레들이 내 몸을 기어오를 테니까
그만 올라타 네가 그렇게 대단한 줄 아니
게으른 자식 한 번도 네가 먼저 올라탄 적 없지
아뇨 이빨에 낀 감자칩처럼
양치를 해도 빠지지 않는
바퀴벌레의 눈
바퀴벌레의 더듬이
바퀴벌레의 손
휴지로 뭉개 쓰레기통에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