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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Dec 14. 2018

맥도날드의 관자놀이에 총알을

자유연상 글쓰기

[그림] Andy Warhol, GUN, 1981-82


 권총을 너의 관자놀이에 대고 나는 주사위를 굴렸다. 너는 그냥 웃었지. 나는 웃는 너의 얼굴에 한 방을 쐈고, 총알은 너의 두개골을 뚫고 지나갔지만 너는 계속 웃기만 했어. 나는 너의 피를 손가락에 잔뜩 묻혀 바닥에 스마일을 그려 보기도 하고, 네 이름을 써보기도 했는데 너는 다시 일어나서 ‘배도 고픈데 햄버거나 먹으러 가자’고 말했지. 그래서 우린 맥도날드에 갔어. 매장에 들어갔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천 번째 손님이지 뭐야. 폭죽도 터지고 꽃가루도 흩날리고 정신없는데 나는 나의 범죄 행위의 증거가 될 사진을 찍어야 했지. 스마일, 사진사는 말했어. 그래서 우리는 모두 웃었지.   

        

 너는 빅맥을 반도 못 먹고 남겼어. 이제 혀가 서서히 굳어 가나봐.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아르바이트생은 네가 흘린 피를 밀대로 닦으면서 눈치를 주었어. 그래서 휴지를 가져다가 네가 흘리는 피를 닦고, 아 참 맥도날드는 물티슈는 주지 않더라. 너는 피를 토하며 감자튀김 위로 고꾸라졌고, 나는 너를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야 할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할지 아니면 플라스틱으로 버려야 할지 고민을 했지. 고민하다가 그냥 버려두고 나왔어. 유럽에서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자신이 먹은 걸 스스로 치우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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