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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Mar 19. 2018

영화, 리틀 포레스트

누구나 작은 숲이 있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음식을 씹는 소리도 후 불어 간을 맞추는 모든 소리가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무슨 꽃을 튀겨먹어? 왠 시골에 치즈 가는 게 있어? 픽션 투성이라고 일부러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거라 생각하고 한숨 푹 쉬었다.  

그러다 여름이 왔고 문소리가 주방에 섰다.

헐렁한 여름의 원피스를 입고 주방에 섰는 데 스무해 전 엄마가 서있었다.


내가 작은 도시에 살았던 시절에 봄에는 시 외곽의 절로 나들이를 갔다.

비포장 도로를 걷는 발 끝엔 진흙이 아니라 아카시아 향이 잔뜩 배었다.

요리를 좋아하는 엄마는 말린 치자를 곱게 가루로 만들어

하루는 수제비에 넣고 하루는 노오란 매작과를 만들어 배고픈 세시의 딸아이에게 내어주었다.

엄마의 부엌은 늘 생기가 넘쳤고 복작거렸으며 활기가 넘쳤다.

달마다 들렸던 시골 할머니 댁에는 감 따는 막대기가, 아궁이에 짓던 밥이, 조카 먹이신다고 안 보이는 눈으로 작은 구멍을 뚫어 만들어주시던 고모의 계란밥이 있었다.


너무나 오래 잊고 있었던 추억의 장면들이 그 원피스 하나에 떠올랐다.

모든 사소하고 느리게 흘러가는 장면들을 비웃던 나는 어디가고 환상속의 잔상으로 남은 나의 진실된 추억들이 떠올라 러닝타임 내내 눈물 지었다.


농촌 부흥회와 소녀방앗간의 PPL 아니냐며 비웃었지만 자꾸만 그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마음에 머물렀다. 그리워지는 젊은 어머니, 어머니의 부엌, 지금도 애 같은 데 정말 애 였던 나.

걱정도 불안도 빠르게 스쳐지나가 머무를 새 없던 유년기의 시간들.


나의 작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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