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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Aug 28. 2019

프랑스 여자처럼 사는 것이 뭐길래

프랑스 여자, 파리지엔을 다룬 책들을 읽고

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기 계발, 자기 관리다.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어왔던 것 같은데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실천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세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에게 사랑 받을 수 있어요'라는 말을 할 때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이미 너무 잘 살고 있는데 무슨 말이지? 나를 사랑하는게 도대체 뭐야? 하고 의문을 품었었는데 긴 우울과 슬럼프를 겪고 극복해내가는 과정에서 자기애의 중요성을 발견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건강한 음식을 챙겨먹기, 내가 사용하는 공간 잘 정돈하기, 아침마다 스트레칭 하기, 하루를 잘 관리하기 등의 소소한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최근 읽고있는 에세이에서 #프랑스여자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고보니 오래전 프랑스 여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글들이 유행처럼 번진적이 있다. 마치 휘게 라이프가 사람들을 휩쓸고 갔던 것처럼 과거의 우리는 파리지엔에 열광했었다. 그 당시 나는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따라한다거나 쫓는다는 것에 반감이 있었기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이정도로 책이 많이 나올 정도면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도서관을 찾았다.



#프랑스여자

#파리지엔


이런 키워드로 검색하고 이 중에 대출 가능한 책을 꼽으니 이렇게 세권이 있었다.

제목이 상당히 오글거렸는데 마치 프랑스 여자는 다 이렇다! 라고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일단 자극적인 제목이기에 쉽게 눈이 갔고 전체적으로 쉽게 읽었다.

(읽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그런지 세권을 다 읽는데 반나절 정도 걸린듯 하다)


프랑스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

-노구치 마사코


프랑스인 남편을 따라 파리에서 20여년 째 살고 있는 일본인 여성이 쓴 글. 

책의 서문에 이런 말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친구들과 지내면서부터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이 한결 편안해졌다. 나이를 먹는 두려움은 사라지고 앞으로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에 매일이 설렌다. 프랑스 여자들이 한평생 매력적일 수 있는 비결,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삶을 즐기는 비결을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다.


90세에도 매일 아침 란제리를 고르고, 80세에도 연애를 시작하는 프랑스 여성.

앉아 있기 보다는 등을 세우고 꼿꼿이 서있길 좋아하며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설렘과 호기심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실 개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프랑스 여자들의 삶이기 때문에 분명 한쪽으로 치우쳐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나이를 신경쓰지 않는 것.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아서, 자녀가 있어서 등 나이와로 인해 삶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나가는 것에 익숙해있는 삶의 모습이 좋았다. 


사람은 각자 어울리는 인생을 걷게 되어 있다.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다. 자유로울 것, 독립적일 것, 인생을 즐길 것, 이 세가지만 지키면 된다.


프랑스는 결혼을 하지 않는 커플이 매우 많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도 결혼이 필수는 아니다! 라고 외치고 있지만 이렇게 외치는 자체가 필수라는 마인드가 너무 오래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모습! 언제나 내가 꿈꾸는 모습을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발견했다. 


그녀들은 다른 누군가처럼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나답게 살고 싶어 한다. 매순간 최고의 나로서 살고자 한다.
프랑스 여자들은 타인의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최종적으로 염두에 둔다. 그렇게 모든 일과 삶에서 자신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나는 나, 너는 너라는 경계가 아주 명확하여 함부로 상대의 세계에 자신의 흙 묻힌 발을 들이지 않는다. 물론 상대가 자기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도 금지다.
내 감정과 속마음 등을 낱낱이 드러낼 필요도 없고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내가 만나왔던 프랑스 여성들은 스스로를 폄하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도 비하하는 태도나 말을 삼간다.
세련되고 이성적인 태도를 항상 지니고 살면서 설레는 사랑의 감정도 잊지 않는다. 프랑스 여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미학을 갖고 주체적으로 산다. 


이외의 내용들은 식습관이나 미용, 쇼핑, 사교에 관한 부분이 많았는데 나는 프랑스 여자들의 마인드를 가장 최우선으로 알고 싶어서 이 부분은 가볍게 읽었다. 유행을 타는 옷이 아닌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옷을 사는 것.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고 타인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따스한 햇살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파리지엔은 남자를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는다

-캐롤린 드 메그레, 안 베레, 소피 마스, 오드레 디완


뭐랄까 이 책은 읽으면서도 '뭐야?'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린시절 도서관에 한 두권쯤 있었던 나쁜 여자라면 이래야합니다! 라던지 남자에게 인기많은 여자가 되는 법! 이런 류의 책을 읽는 기분이라서 그닥 인상 깊거나 너무 좋거나 이런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네?'라면서 재밌는 마음으로 읽었다. 


책을 쓴 네사람은 프랑스인 모델 캐롤린 드 메그레, 소설가 안 베레, 프로듀서 소피 마스, 잡지 편집장 오드레 디완 이 네 사람으로 파리지엔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 네 사람의 시각에서 말하는 파리지엔의 모습이기 때문에 조금 더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이 보기에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을 수 있겠지만 같은 프랑스 사람이 보면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웃겼던 부분은 이 책에서는 파리지엔은 파운데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위의 책에서는 프랑스 여자는 어떻게든 늘 자신을 가꾼다고 했다. 그러니 파리지엔의 마인드만 구경하는 걸로.


남의 마음에 들기 위한 일을 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 한 일은 언제든 누군가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있다. - 마르셀 프루스트, '모작과 잡록'


전체적으로 책에서 묘사하는 파리지엔의 라이프보다 더 좋았던 것은 프랑스의 문화나 파리지엔을 대표할 수 있는 시대의 아이콘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중간 중간 나오는 프랑스 게임이나 요리, 유행하는 단어들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위, 아래 책과 함께 세 권을 통틀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늘 준비하고 설레어하고 있으라는 것. 자극과 반응사이에는 공간이 있어서 어떻게 반응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데 언제나 새로운 일을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가볍고 씩씩하고 즐겁게 이뤄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미레유 길리아노


세 권의 책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가 내가 들어본 적이 있는 회사의 CEO여서 그랬나 괜히 더 신뢰가 갔던 것 같다.) 미레유 길리아노는 루이비통 모에헤네시 그룹 계열사인 샴페인 브랜드 뵈브 클리코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프랑스와 프랑스식 생활 양식을 널리 알렸고 전세계 베스트셀러가 된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가 그녀의 대표적인 저서이다.


이 책이 거부감이 가장 적었던 이유는 가장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었다.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것들에서부터 크게 벗어나거나 일부러 꾸미거나 더하지 않고 매력을 만들어가는 일. 그 과정을 친절하고 우아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특히 프랑스계 미국인으로서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며 여러 나라를 오가는 그녀의 시선에서 바라본 프랑스 여자의 모습이었기에 조금 더 제3자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변신의 핵심 요소로 '조금씩 꾸준히'를 꼽는다. 급격한 변화는 대개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면 목적지에 서서히 다다르게 된다. 도중에 길에서 좀 벗어나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실패가 아니라 조금 지체될 뿐이다. 내가 변신의 핵심 요소로 꼽는 또 다른 요소는 긍정적 태도이다. 할 수 없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초콜릿을 먹거나 와인 한잔을 마신다고 살이 확 찌지는 않는다.


책의 내용은 나이를 들어갈 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프랑스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른을 코 앞에 둔 나로서는 신체와 정신의 노화, 주변 환경의 노화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알게 모르게 받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나이듦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이 참 좋았다.


치장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닌 내면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피부의 노화라든지, 장기의 노화라든지 아직 쉽사리 와닿지 않는 부분도 미리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좋았고 내 생활습관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꼼꼼하게 적혀있었다.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길들여지는 것이다(On ne naît pas femme, on le devient)."

-시몬 드 보부아르


인자하고 친절하지만 고고하고 우아한 여자 교수님이 몇몇 아끼는 제자들 불러놓고 앉아서 인생 수업을 해주는 느낌의 책. 이렇게 살아라 하고 가르쳐주기보다는 나는 살아보니 이렇게 하는게 좋더라 하고 담담하게 자기 이야기를 해준다. 




프랑스 여자와 관련된 책을 세 권이나 읽다보니 결국은 자존감에 관련된 이야기구나 싶다.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프랑스 여성들의 이야기. 쉽게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집단주의가 훨씬 익숙한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다. 그러고보니 어학연수 시절 프랑스인 친구가 몇몇 있었는데 이 친구들과 깊게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않은 것이 아쉬워진다.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를 가꾸는 일들에 시간을 투자하고 조금씩 꾸준히 발전해 나가는 일. 좌절과 슬픔이 눈 앞에 닥치더라도 새롭게 다가올 미지의 일들을 궁금해하고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기. 이 책을 읽고 내가 배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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