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면 이루어진답니다.
유명한 여행지를 가면 꼭 '소원을 비는 곳'과 '소원을 비는 행위가 존재한다. 누군가에 의해 어떻게 시작된 미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것들이 생긴 이유는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 세상에는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혹은 무언가에게 기대어 욕망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내려는 인간의 본성 또한 소원 비는 곳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 역시 다른 여행자들과 다를 바 없이 여행지에서 찾는 곳 중 하나가 소원을 비는 특정 장소이다. 여행의 시작 혹은 끝에서 항상 갈망하고 있던 것들을 쏟아내는 순간. 어쩌면 그저 여행하면서 생긴 하나의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다녀온 곳들 중 소원을 빌거나 재방문을 기원하는 특정 장소가 있었다. 물론 모든 이들의 변하지 않는 소원 중 하나인 '부'를 기원하는 동상도 있었다. 모두 갈 때마다 다른 소원을 빌어서인지 나에게는 전부 신비하고 소중한 장소였다.
OSAKA, JAPAN 쓰텐카쿠 빌리켄
TAIPEI, TAIWAN 용산사
NEW YORK, USA 월스트리트 돌진하는 황소
GERONA, SPAIN 사자 동상
ROME, ITALY 트레비 분수
VATICAN 성 베드로 성당 성 베드로 조각상 등
쓰텐카쿠에는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빌리켄(BILIKEN) 신이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발을 기꺼이 내어준 그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유쾌하게 사진을 찍어주던 쓰텐카쿠 내 직원들도 한몫 거들었다. 그때 나는 아마, 일본에 다시 오게 해 달라고, 그렇게 빌었던 것 같다. 어쩐지 다시 못 올 것만 같아서. 조금은 냉소적으로 소원을 빈 탓일까. 신은 그 해 가을, 나의 생일과 함께 찾아왔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아무런 예고도 없이.
두 번째 찾은 오사카에서는 소원을 빌러 가지 않았다. 다시 왔으니 그걸로 됐다. 비싼 비행기 값을 치르고 왔지만 이것은 봄날 빌리켄에게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였을까. 신이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게. 내 편이 생겼다고 아이처럼 좋아하게 된 게.
꼭 일 년 후였다. 내가 소원 비는 주기는 해외여행을 하는 주기와 같았다. 마치 그 나라에 가서 소원을 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온 동네에 흩뿌려진 오향장육 냄새가 코를 마비시켰다. 숨통이 트일 곳이 필요했다. 겁도 없이 밤거리를 걸었고 멀리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사원을 찾았다. 남들처럼 향을 샀다. 그래 놓고 한참 동안 다른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느라 향을 피우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향을 피우고 촛불을 밝혔다. 매캐한 연기가 사원을 가득 메웠다. 그들의 염원이 연기가 되어 하늘로 솟고 있었다. 셔터를 누르는 것이 미안할 만큼 그들의 표정은 간절했고 어딘지 슬퍼 보이기까지 했다. 한참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연기 속을 헤매다가 마침내 나의 향을 태웠다. 사람들을 잘 볼 수 있는 작은 계단에 쪼그리고 앉은 채 그렇게 향을 피웠다.
당신이 건강하길, 당신을 사랑하길, 당신과 함께이길.
향이 모두 부서질 때까지 나는 오래도록 중얼거렸다.